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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의미는, 서 얼른이랜다...

참그놈 2022. 7. 26. 04:09

유튜브에 업로드 되는 영상을 아무거나 막 봅니다만, 제목들 중에 우스꽝스럽거나 하면 잘 안 봅니다. 아래 영상 표지에 보이시지요? 서른의 의미는 서 얼른이라고...

 

해당 썸네일을 본 것이 한 번 두 번이 아닌데, 영상 썸네일을 보고서는 뭐 별로 클릭하고 싶은 생각이 안들었는데, 뜬금없이 30이 이립(而立)이라는 것을 연상했습니다. 논어에 나오잖아요. 말 이을 이(而)자가 참 뜻이 묘하지요. 영어 문법처럼 and but or과 같은 기능어라고 하기는 그렇고.... 가령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누구나 아시듯 學而時習之 不亦說乎(학이시습지 불역열호) 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뭔가를 배우게 되는 일은 죽기 전까지 반복되는데, 그런 관계를 고려하면 말 이을 이(而)자는 영어에서 말하는 and but or 과 같은 그런 접속사의 의미와 용법과는 차이가 있는 것인지 애매해집니다. 학이시습지불역열호(한자 생략) 라는 문장에서 이(而)자 한 자로 사람의 일생 모두를 정의한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gdk0b2jzWyY 

 

배우고 익히는 것이 사람의 일생인데, 위 영상에서 이립(而立)을 "서. 얼른" 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크나큰 폐단이라고 생각되네요. 드라마니까 저런 대사나 영상 제목도 가능하고 그렇지 현실에서는 그런 일이 안 일어나거든요. 현대 한국사회에서는 30에는 못서고 못세웁니다. 면접에서 부모님 뭐 하시냐? 라고 묻는다면서요? 그 사람들이야 30이 되기도 전에 10대부터 서 있어서 아무 상관없고... 환상과 현실가의 괴리인지 모르겠기도 하고 그렇지만... 그리고 이립(而立)을 "서, 얼른" 이라고 번역하는 것도 말이 안되는 번역이기도 하고...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이 나온지 꽤 되었는데, 공자가 30을 이립(而立)이라고 했지요. 하필 공자가 죽은지 2000년이 넘고 그래서 이립(而立)의 뜻을 정확하게 모르기도 하지만, 이립(而立)이 "서, 얼른"의 뜻이었을지도 궁금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20을 약관(弱冠)이라고 한답니다. 서른이 "서, 얼른" 이라는 말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은 30살 이전 20대에 설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말인데, 20대에 쌓은 기반 만큼 설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할 것입니다. 20대에 기반을 잘 쌓아놓았으면 30이 되면서 벌떡 설 수도 있고 20대에 쌓은 기반이 약하면 섰다가도 죽을 수도 있고, 20대에 쌓은 기반이 없으면 서지도 못할 수도 있고... 뭐 다양한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겠네요. 30살이 이립(而立)이라는 것은 논어 팔일 편에 나오는가 이인편에 나오는가 그렇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논어를 펼쳐보시면 됩니다.

 

30이나 30대에 못 서면 또는 못 세우면 이라고 할까요? 그리하여 40이 되고 40대가 되면 불혹(不惑)이라고 해서 그 때부터는 흔들리치 말라는 논어의 가르침이 있답니다. 30이나 30대에 세우든지 못세우든지... 일관되게 그 길을 가라... 뭐 그런 뜻일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렇게 해서 50이 되면 지천명에 이르고 뭐 그러는데, 30에 선 사람들이 자식새끼들이랑 함께 자살을 한다고 하더군요.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