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론, 읽을까 말까?
자본론(The Capital) 이라는 책 아시지요? 150여년 전 칼을 막 쓰는 사람(Karl Marx)이 쓴 경제학 고전 중의 하나입니다. 세계 3대 베스트 셀러가 있는데, 주역과 성경(Bible), 그리고 자본론이라고 합니다. 보통은 성경을 앞에 놓는 것이 상식이지만, 저작 연대상 주역이 앞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역을 앞에 놨습니다. 주역이나 성경이 수천 년 전에 간행된 것과 달리 칼 막스의 자본론은 출간된지 150여년 밖에 안되었는데 세계 3대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니 영향력이 엄청났다는 말이겠지요.
국부론, 아담스미스
자본론, 칼 막스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 데이빗 리카도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 존 케인즈
[ 개인적으로 아담 스미스의 저작 An Inquiry Into the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THE Wealth Of NAtions은 "민부론(民富論)" 또는 "국민복지를 통한 국부론"으로 제목이 번역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등 네 권을 경제학의 대표적인 고전이라고 합니다. 살다보니 대학을 진학하기는 했고, 하필 진학한 곳이 경제관력 학과였습니다. 하지만 진짜 농땡이였지요. 군용 담요 가지고 다니면서 학교 으슥한 곳에서 고스톱이나 치고 놀던 농땡이 중의 농땡이였습니다.
저는 90학번이었는데, 1987년의 사건 이후 잠잠해지기 시작하기는 했지만 학생운동이 사라지지는 않았던 시기여서 집회도 종종 열리고 그러던 시절이었습니다. 담임교수께서 "집회 가지 말고 공부해라!" 그런 말씀을 하는 반면, 학생들 사이에서는 집회 가자! 뭐 그런 시절이었다고 할까요? 그러다, 우연히 담임교수 연구실을 간 적이 있습니다. 우리더러는 집회 참석하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하라시더니, 정작 교수님 책꽂이에는 칼 막스의 자본론 다섯 권이 꽂혀 있는 겁니다. 철없는 어린 것이 뭘 알겠습니까. 자본론은 몰라도 칼 막스 하면 노동운동, 학생운동의 그 거시기였잖아요. 연구실에서 봤던 그 잠깐의 상황으로 인해 잠깐동안 "담임교수의 정체는 무엇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랬습니다.
학교 졸업하고 20여년이 지났는가? 그래도 경제관련 학과를 졸업이라도 했답시고 경제 관련 뉴스나 뭐 그런 것은 좀 보려고 했는데, 뜬금없이 예전 교수 연구실에 꽂혀 있던 자본론 다섯 권이 기억나기도 하고 "한 번 읽어보자!"는 생각이 든 것 같습니다. 제가 자본론은 구입할 때는 학생운동 뭐 그런 것도 거의 없던 시절이고 말 그대로 경제학 고전을 읽는다는 심정으로 읽어보려 한 것입니다. 자본론 읽어보겠답시고 끙끙거렸지만,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가 어려웠습니다. 농땡이라고 했잖습니까. 실제 저의 전학년 평점은 선동열 방어율 정도 밖에 안됩니다.
최근, 김수행 교수의 "젊은 지성을 위한 자본론" 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자본론을 읽는 것보다 더 나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것은 자본론을 이해해 보겠답시고 책장 이리저리 넘겨가며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인지 보조적인 그러나 약간은 직접적인 도움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자본론 1편 상품과 화폐 부분만 다섯 번은 읽은 것 같네요.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가 어려웠거든요. ㅡ,.ㅡ
자본론을 혹시 읽어 보시려는 분이 계시면 자본론만 보지 마시고 자본론을 해설해 주는 책 하나를 함께 읽으시길 강력 추천하겠습니다. 그리고 덧붙여 자본론을 "노동자들의 성경"이라고 한다는데, 자본론을 1권 상하 두 권만 근근이 읽어본 주제에 할 말은 아니지만, 저는 자본론이 "노동자들의 성경"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자본론은 음... 뭐라고 해야 할까? 그저... 경제학 고전이라는 생각입니다. 가령, 자본론에는 "자본가를 자본의 화신"이라고 설명하며 "노동자의 노동력을 착취해서 자본을 늘리는 데만 관심있는 사람"으로 설명합니다. 하지만, 그런 설명은 칼 막스 당대에서나 가능한 설명이지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홤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보통의 경제학에서는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칼 막스가 규명했다고 할까요? 공황이 발생하면 개별 노동자들은 살아가는데 심대한 타격을 입습니다. 하지만, 자본가들도 무사하지 못하지요. 1997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IMF 사태의 예를 보시면 됩니다. 30대 대기업 중 절판이 파산했습니다. 그 협력업체들도 줄줄이 연쇄 도산 또는 파산했지요. 대기업을 운영하는 대자본가만 자본가이겠습니까. 중소기업을 운영하거나, 주식투자를 하거나 채권투자를 하거나 돈을 늘리려는 사람은 누구나 자본라고 한다면, 자본의 규모가 커질수록 공황의 파급은 예외없이 누구에게나 미칩니다. 자본을 운영하기 위한 부채가 크면 클수록 공황이 때리는 타격감 역시 클 수 밖에 없지요. ㅡ,.ㅡ
1825년에 최초로 공황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1825년에 최초로 발생한 공황이 1929년에 발생한 대공황보다 심각했을까요? 실상을 알지 못하지만 아닐 겁니다. 왜냐하면 자본의 규모가 1929년에 더욱 컸을 것이니까요. 1974년에 또 한 번 대공황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1974년에 발생한 공황은 1929년에 발생한 공황보다 타격이 더욱 컸을 것입니다. 자본의 규모가 더욱 커졌을 것이니까요. 2008년 공황은...? 자본의 규모가 커질수록 공황의 파급력 역시 비례해서 커질 뿐입니다. 노동자나 자본가나 다 죽을 맛이지요.(Die Hard, 젠장 죽을 맛이군.... )
그러나, 자본론 내용 중 개별적인 단락들을 읽어 보면, 꼭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착취당하는 것 같은... - 그런 오해를 하기 좋게 Karl Marx가 쓴 것인지 아니면 번역자들이 번역을 그렇게 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그런 오해가 생길 만한 내용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기는 합니다. 실제, 자본가 중심으로 경제가 운용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자본론은 책의 제목이 자본론이지 자본가론이 아닙니다. 노동자론도 아니고요. 그냥 자본(The Capital)을 설명하고 있을 뿐입니다. 사람이 술을 먹고 술이 술을 먹고 술이 사람을 먹는다는 말 아시지요? 자본가가 노동을 착취하는 자본의 화신으로 평가되던 것은 칼 막스 당대에는 적절했을 수 있는데, 지금은 자본에 이미 먹혀버린 상황이라 자본가가 자본의 화신이라는 설명이 적절하다고 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한보, 기아, 대우 등등 자본이 그냥 다 먹어치웠어요. 리먼 브라더스도 먹혔지요? 그러게... 자본론은 자본(The Capital)을 설명하지 자본가를 설명하거나 노동자를 설명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칼 막스 당대에는 자본이 자본가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몰랐던지. 술이 사람을 먹는다는 속담이 서구에는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아래 인용은 인터넷 어디에 게재되어 있는 자본론 1권 1편 1장 상품과 화폐 장(Chapter)의 두 번째 단락입니다.
상품은 우선 우리의 외부에 있는 하나의 대상이며, 그 속성들에 의하여 인간의 어떤 종류의 욕망들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이다. 이 욕망의 성질이 어떠한가, 그것이 예를 들어 위(胃)로부터 생겨나는가 또는 환상으로부터 생겨나는가 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그 대상이 인간의 이러한 욕망을 어떻게 만족시키는가, 즉 소비대상((an object of consumption)으로 직접적으로 만족시키는가, 아니면 생산수단(means of production)으로 간접적으로 만족시키는가 하는 것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위 단락을 저 자신이 이해하려고 수정한 것은 아랫부분입니다. (완성된 것 아닙니다) 일단, 위 내용에서는 단락이 구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저 자신이 복사해 옮겨놓은 것은 단락을 구분하지 않았습니다. 단락은 사고의 단위라고 합니다. 단락이 이어지느냐 분리되어 있느냐는 경우에 따라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가령, 총균쇠 번역본과 영문판 본문 첫 페이지를 비교해 보시면 영문판은 한 단락으로 되어 있는데, 번역판은 다섯 단락으로 쪼개놨습니다.
상품(A commodity ; 商品)은 우선 우리의 외부에 있는 하나의 대상(객체)이며, 그 속성들에 의하여 인간의 온갖(어떤) 종류의 욕망들(Human wants : wants는 결핍)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이다. 이 욕망의 성질이 어떠한가, 그것이 예를 들어 위(Stomach ; 胃)로부터 생겨나는가 또는 환상(Fancy)으로부터 생겨나는가 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그 대상이 인간의 이러한 욕망들을 어떻게 만족시키는가, 즉 소비대상((an means(object) of consumption)으로 직접적으로 만족시키는가, 아니면 생산수단(means(object) of production)으로 간접적으로 만족시키는가 하는 것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영어 원문에는 둘 다
소비대상((an means of consumption)으로 직접적으로 만족시키는가, 아니면 생산수단(means of production)으로 간접적으로 만족시키는가
라고 되어있지만, (둘 다 Means of... ) 제가 위 내용을 봤던 곳에서는
소비대상((an object of consumption)으로 직접적으로 만족시키는가, 아니면 생산수단(means of production)으로 간접적으로 만족시키는가
라며 분리해서 기술했습니다. 김수행 교수 자본론 번역에는 한글만 있어서 그런 구분이 없고, 인터넷에 유포되어 있는 영어 원문에는 둘 다 Means of ... 로 되어 있습니다. 둘에는 차이가 없을까요?
자본론이 제시하는 것은 등가교환입니다. 등가교환을 전제한다면 mean이나 object 등의 구분없이 Means of... 로 표기해야 맞다고 생각합니다. Mean 이라는 단어의 뜻 뿐만 아니라 사용예까지 전체를 읽어보시길...
번역이라는 것을 모르지만, 원작자의 의도와 달리 다르게 전달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미치는 파장 역시 다를 것입니다. 앞에서 총균쇠 한글 번역판과 영문판의 첫부분의 단락 구성이 다르다고 했는데, 단락은 곧 작가의 사고단위이며 독자의 사고 단위일 수도 있으므로, 단락을 임의로 구분했다면 어떻게 구분하고 왜 구분했는지 설명이 필요할 듯도 하건만 총균쇠 번역판에는 그런 설명이 없습니다. 하나의 단락으로 된 것을 다섯 토막으로 쪼개기 위해서 칼을 막 썼지요. 연결해서 한 단락으로 읽으면 안되나 봅니다. ㅡ,.ㅡ
13000년을 연상하지 말라는 뜻이었는지... ㅡ,.ㅡ
영어 잘해서 총균쇠 번역본과 영문판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두 가지 세트로 사면 싸게 판다고 해서 뽀대 날까봐 번역본 영문판 세트를 구입했는데, 번역본은 제 아무리 뛰어난 번역가가 번역을 한다고 해도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 경우 비교해 볼 수도 있지요. 그런 이점 때문에 번역본과 영문판 세트를 함께 구입했습니다. 영문판에는 한 단락으로 되어 있는 것을 왜 번역판에는 단락을 다섯개까지로나 쪼개놨는지... 글쎄요. 그건 번역자에게 물어시든지..
13000년을 연상하면 안될까요? ㅡ,.ㅡ
루어투어 시앙쯔(낙타 상자) 라는 책이 있습니다. 도올 김용옥 선생이 쓰신(번역) 책인데, 번역이 왜 중요하냐? 그리고 얼마나 중요하냐? 를 설명한 책입니다. 어쩌다 도올 김용옥 선생 책을 10여권 이상 가지고 있고 그런데, 너무 오래 전에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는 하지만 제가 읽어본 도올 선생 책 중에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는 책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낙타상자(루어투어 시앙쯔)라는 책에는 원문이 없기는 합니다. ㅡ,.ㅡ 다만, 번역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강조하는 책 속 도올 선생의 모습은 책을 읽을 당시에 무지렁이로 살던 놈에게는 어떤 경각심을 느끼게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번역본을 기본적으로 무조건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저 자신이 열등생인지라 영어면 영어, 한문이면 한문... 뭐 하나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이지요. ㅡ,.ㅡ
김수행 역본 자본론 역자서문에는 자본론이 불후의 명작이므로 누구나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셨다는데, 저 자신이 자본론을 읽어보려 끙끙거릴 때는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어서 불후의 명작인지 아닌지 구분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누군가 유명인이 불후의 명작이라고 하면 저 자신도 앵무새 마냥 "자본론이 불후의 명작이다" 라고 할 까닭은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세월이 흘러서 어느 날 문득 자본론 1권 1편 1장 첫단락이 새롭게 보이는 느낌이 들고서야 "자본론이라는 책이 대단하기는 대단한 책이었나 보네!" 라고 느끼기는 하지만, 역시나 자본론이라는 책이 여전히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기도 합니다. 그리고 2023년 지금에까지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인지는 의문이기도 합니다. 앞에서 공황 이야기 했지요? 공황이 발생하면 다 뒤지는데, 술(자본)이 이미 사람을 먹고 있는 단계라서 백약이 무효인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자본론에는 공황이 일시적이다 라고 설명하기는 합니다. ㅋ 그러니, 자본론을 읽으라 마라 할 생각도 없지만, 혹시 읽어보시려는 분이 계시다면, 어떤 것이든지 자본론을 요약해서 해설해 주는 책을 함께 읽거나 먼저 읽어 보시길 권하겠습니다.
칼 막스가 자본론을 쓸 당시는 제국주의 열강의 시대였습니다. 상품이 외부에 있는 어떤 대상이었던 것처럼 시장(Market) 역시 외부에 있었지요. 그리하여 식민지 개척이 활발하던 시기였습니다. 칼 막스의 자본론은 세계화(Globalization)가 뭔지 그런 것을 눈으로 볼 수 없던 시절, 만들면 팔 수 있는 시장이 외부에 있던 시절의 이론입니다.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면 자본론은 김수행 교수의 말씀처럼 불후의 명작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을 성장시키면서 서구 자본가들의 전통적인 자본 운동이 모종의 벽을 만나게 됩니다. 빚이 파동이냐 입자냐 뭐 그런 논쟁이 있는데, 자본(The Capital)은 공산주의냐 자본주의냐? 하는 논쟁도 생길 수 있지 않을까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