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록

맞춤법 참 어렵다 ㅡ,.ㅡ

참그놈 2021. 4. 18. 13:35

초등학교 다닐 때(국민학교) 어머니와 큰 외삼촌이 마주보고 어떤 내용을 쓰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 글을 옆에서 보던 제가 "맞춤법이 틀렸다"면서 외삼촌을 놀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제가 어렸으므로 어른이 되면 맞춤법이 틀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세월이 흘러 돌아가신 외삼촌보다 더 나이가 많은 처지가 되었는데, 맞춤법에 자신이 있느냐면... ㅡㅡ 자신 없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는데, 무지 또한 더욱 용감한 일이라는 것을 그때 일을 계기로 나름 이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영어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영문법 때문에 애를 먹지만, 정작 더 어려운 것은 맞춤법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듭니다.

 

유튜브에서 "신나는 맞춤법" 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영상입니다. 맞춤법이라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기 때문에 제목처럼 신이 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ㅡ,.ㅡ 그럼에도 적어도 제가 쓰는 글이 누군가에게 기억되지 않더라도, 또는 아무에게도 기억되지 않더라도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만큼은 틀리지 않기를 바라면서 살고 있습니다. 블로그 포스팅뿐만 아니라 제가 끄적인 간단한 메모에서조차도... 

 

www.youtube.com/watch?v=UcaxPebKyFY

 

15문제가 나오는데, 절반 이상은 맞추었습니다. 하지만, 표지 그림처럼 설겆이 VS 설거지 에서 지금은 설거지가 맞는 줄 알지만 제가 어렸을 때는 설겆이라고 썼습니다. 어렸을 때 봤던 기억때문에 사실은 더 헷갈리는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또, 영상 중에 애기아기 중 어느 것이 맞느냐? 하는 문제도 있는데, 아기가 표준어라고 하더군요. 그런 경우를 보면 살짝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둘 다 맞지 개뿔... 하는 그런 생각입니다. 언어는 누군가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공산주의국가나 일본 같은 왕조국가나 하는 일이라고 생각될 만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의외로 생각되기도 합니다. 맞춤법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규정하려고 하는 것은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있습니다 또는 없습니다  라는 말로 예를 들어 볼까요? 나이가 50이 넘은 사람들은 어쩌면 습니다 대신 읍니다 를 아직까지 쓰고 있을 수 있고, 실제로 온라인 상에서 그런 경우를 저는 보았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교과서던지 신문이던지 모두 습니다 대신 읍니다를 썼습니다. 연음법칙 때문(? : 에궁 문법도 가물가물하다 ㅡ,.ㅡ) 이었지요. 하지만, 어느 때부터 소리나는 대로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면서 맞춤법 규정이 생기고 나서는 습니다가 대세가 되었고 저 역시 습니다로 고쳐서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읍니다로 쓰는 사람이 아직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읍니다 가 표준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인데 읍니다 라고 쓰는 사람들을 비난할 수 있나요? 언어는 누군가가 규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라는 관점에서 아무도 그 사람들을 비난할 수 없습니다.

 

이런 예를 드는 것은, 온라인 상에서 누군가 읍니다라고 쓴 것에 대해서, 습니다로 쓰지 않았다고 댓글로 읍니다 라고 쓴 사람을 비난하는 것을 보았는데, 그 댓글을 보니 맞춤법은 엉망이고 띄어쓰기는 더 엉망이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그 커뮤니티에 참가하고 있지 않으므로 증거를 댈 수 없지만, 누군가 꼭 증거가 필요하다고 한다면 아직 회원 자격이 남아 있다고 가정하는 경우 얼마든지 근거가 될 수 있는 화면을 캡쳐 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상에 쓰여진 댓글들 보면 여기가 일본이 아니라 대한민국임에도 띄어쓰기를 모르는 것인지, 무시한 것인지 띄어쓰기가 없는 댓글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제 블로그에 달린 댓글에도 띄어쓰기가 없는 것이 있기도 합니다. 그런 댓글을 보거나 하면 불쑥 생각나는 것이... 이건 쪽바리 새끼가 댓글을 쓴 것인지... 하는 의구심도 듭니다. 한국어는 은는이가 라는 주격 조사가 분명하고 을를이라는 목적격 조사도... 기타 각 격에 맞는 조사가 발달한 언어이기 때문에, 어쩌면 일본처럼 띄어쓰기를 하지 않아도 될런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맞춤법 표준안 이전에 띄어쓰기가 기본인 우리말에 띄어쓰기 없는 댓글을 보면 짜증이 제법 나는 것은 사실입니다.

 

뭐,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이런 포스팅을 하려니 쑥스럽기는 하네요. 그럼에도 어쨌거나 맞춤법이 틀리지 않기를 바라기도 하고 띄어쓰기도 틀리지 않기를 바라면서 종종 맞춤법에 대해서 검색을 해 보기는 합니다. 가령, 제가 쓰는 포스트에 안 과 못 부정 접두에 대해서 저는 대체로 붙여서 씁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게 더 자연스러운 것 같아서 임의로 그렇게 합니다. 그 외 본용언과 보조용언을 띄어서 쓸 것인가 아닌가? 등에 대해서도 어떤 경우에는 띄어썼고 또 어떤 경우에는 붙여서 썼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쓰는 포스트에 공백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저 자신이 읽어보기에 자연스러운 쪽으로 썼습니다.

 

저는 한글 전문가가 아닙니다. 하지만, 세종대왕께 항상 감사드리며 살고 있습니다. 또, 대일항쟁기에 한글을 지키기 위해서 애쓰셨던 한글학회 회원 분들에게도 감사드리며 살고 있습니다. 학창시절 야동과 음담패설, 무협만화, 전자오락 같은 쓸데없는 짓만 하면서 청춘을 헛되이 보냈지만, 세종대왕과 주시경 선생 같은 분들을 잊지 않고 지금에서도 기억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더욱 감사드립니다. 

 

어쨌거나 한글이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 서문에 밝히셨듯이 "새로 스물여덟자를 맹가노니..." 하셨는데,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그 스물여덟 글자 중 스물 넉자만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 곳곳의 그 나라 발음 특성이 다르므로, 그동안 쓰이지 않았던 넉자가 원용되어 한글로 그 언어를 표기하려고 할 때, 훈민정음해례본이 해외에서 다시 재조명되어, 훈민정음에서 설명하는 음가로 해당 국가의 발음을 표기하게 된다면, 잊혀진 우리말의 음가를 복원하는 기초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뭐 그런 예를 꼭 해외에서 찾을 필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가령, 우리는 역사라고 하는 단어를 북한에서는 력사라고 발음하고 표기합니다. 두음법칙을 적용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무시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표기도 발음도 다릅니다. 과거 김준호 손심심씨가 우리 소리를 복원하기 위해서 방언 연구를 한 것처럼, 어쩌면 북한 곳곳에는 사라진 우리말의 음가가 많이 남아 있을 수도 있고요.

 

맞춤법 하나 이야기 하면서 별 쓸 데 없는 소리를 주절거린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