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사기 원문을 대략 한 번 훓어보고 삼국유사 역시 일단 훓어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삼국유사를 펴 봤더니, 일연 스님이 복희나 신농을 우리 역사로 인식하고 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래 원문은 삼국유사 첫부분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해석은 생략)
紀異 第一
叙曰, 大抵古之聖人, 方其禮樂興邦, 仁義設敎, 則怪力亂神, 在所不語. 然而帝王之將興也, 膺符命, 受圖籙, 必有以異於人者, 然後能乘大變, 握大器, 成大業也.
故河出圖, 洛出書, 而聖人作. 以至虹繞神母而誕羲, 龍感女登而生炎, 皇娥遊窮桑之野, 有神童自稱白帝子, 交通而生少昊, 簡狄呑卵而生契, 姜嫄履跡而生弃, 胎孕十四月而生堯, 龍交大澤而生沛公. 自此而降, 豈可殫記? 然則三國之始祖, 皆發乎神異, 何足怪哉! 此紀異之所以漸諸篇也, 意在斯焉.
삼국유사 앞부분은 예전에 단군왕검 이야기까지는 읽어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때는 중국 고대사와 대비해서 삼국의 이야기를 하는가보다!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펴서 읽어보고는 하도낙서나 복희 신농 등을 모두 우리 역사의 계보로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통상 우리는 하도낙서나 복희 신농의 이야기가 나오면 중국 고대사를 연상합니다. 그러나, 고대 중국의 기록에 따르면 요나 순도 동이족이었다고 하고 복희 신농 등도 모두 동이족이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 사실을 감안하면, 삼국유사 첫부분의 기록은 중국사와 대비시킨 것이 아니라 박혁거세나 추모왕 그리고 김수로 왕 등이 알에서 태어나는 신이한 일들이 일연 스님이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의 일을 기록할 때까지도 일어났다는 뜻으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중국사와 대비시킨 것이 아니라 우리 역사를 기록한 것이지요. 다만 책의 범위가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三國)이므로 삼국 이전의 고대사를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이 되네요.
물론, 내용 중에 패공(沛公 : 한고조 유방)에 관한 이야기가 섞여 있기는 하지만, 지금처럼 나라간의 국경이 확실하지 않았던 고대를 생각하면, 또, 중국 지역에 한나라가 성립하고 조한전쟁이 발발한 이후 화하라는 정체성이 확실히 더욱 강해지는 것을 고려하면 한 고조 유방도 정체가 동이족이었다? 뭐 그런 뜻일 수도 있고...
너무 비약적으로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일단은 그렇게 보이네요. 중국에서 한나라가 성립한 이후에 화하라거나 한족이라는 정체성이 점점 더 강해지지 않습니까. 그 이전에는 조선과 서토간에 오래 전부터 교류도 있었다고 하고. 뭐 그런 것을 감안하면 한나라 이전에는 조선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가 한나라 성립 이후 고조선이 조한전쟁에서 밀리면서 만주와 한반도 중국을 포괄하는 대조선(大朝鮮)이 동이족과 한족으로 확실히 분리되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싶네요.
이덕일 한가람 역사문화 연구소장이 지은 고조선은 대륙의 지배자였다 라는 책을 보면서 지배라는 말을 저는 거주로 이해하고 있었는데, 요즘처럼 국경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고 철조망 쳐놓고 사람이 그 경계를 지키거나 하지 않았던 시기였으므로, 게다가 인구밀도도 지금보다 현저히 낮았을 것이고... 등등을 고려하여 그렇게 이해를 하고 있었는데, 하지만 하필 오늘 삼국유사 첫부분을 보다가 의외의 내용들이 연상이 되네요. 물론 이는 대한민국 주류 역사학계라는 곳을 지지하는 분들이 들으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하겠지만, 반면, 민족사학을 자처하는 분들이 주장하는 내용들을 근거로 하면 말이 전혀 안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서경 순전에 사근동후(한자 생략)라는 구가 있는데 해당 구의 해석을 근거로 고대 중국은 단군조선의 연방체에 속한 나라였다고 하지 않습니까. 백이 숙제가 강태공을 찾아간 이야기도 있지요. 고죽국 사람들이 왜 주무왕을 찾아갔을까요? 윤내현 교수의 고조선 연구에는 시경 어느 편의 한혁 이라는 시를 인용하여 조선후(侯)는 누구였을까? 등을 설명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는 고대로 올라갈수록 동이족 한족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다는 말이 되는데, 한나라가 성립하고 조한전쟁에서 한나라가 우위를 점하자 화하나 한족이라는 정체성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기록이 뒤틀리기 시작했다고 한다면...
에궁 모르겠습니다. 공부 좀 열심히 할 걸...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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