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원문 기이 1권 : 고조선(왕검조선) - 1

삼국유사 원문 중 기이 제 1 : 고조선(왕검조선)부분입니다.

 

 

卷一 紀異 古朝鮮[王儉朝鮮]

魏書云: 乃往二千載, 有壇君王儉, 立都阿斯達[經云: 無葉山, 亦云: 白岳, 在白州地. 或云: 在開城東, 今白岳宮是.], 開國號朝鮮, 與高{堯}同時.

古記云 : 昔有桓國(因)[謂帝釋也], 庶子桓雄, 數意天下, 貪求人世. 父知子意, 下視三危太伯, 可以弘益人間, 乃授天符印三箇, 遣往理之.

 

雄率徒三千, 降於太伯山頂[卽太伯, 今妙香山], 神壇樹下, 謂之神市. 是謂桓雄天王也. 將風伯·雨師·雲師, 而主穀·主命·主病·主刑·主善惡, 凡主人間三百六十餘事, 在世理化. 

時, 有一熊一虎, 同穴而居, 常祈于神雄, 願化爲人. 時, 神遣靈艾一炷, 蒜二十枚曰: “爾輩食之, 不見日光百日, 便得人形.” 熊虎得而食之, 忌三七日, 熊得女身, 虎不能忌, 而不得人身. 

熊女者, 無與爲婚, 故每於壇樹下, 呪願有孕, 雄乃假化而婚之, 孕生子, 號曰, 壇君王儉. 以唐高(堯)卽位五十年庚寅[唐堯卽位元年戊辰, 則五十年丁巳, 非庚寅也, 疑其未實], 都平壤城[今西京], 始稱朝鮮. 又移都於白岳山阿斯達. 又名弓[一作方]忽山, 又今彌達. 御國一千五百年. 周虎(武)王卽位己卯, 封箕子於朝鮮, 壇君乃移於藏唐京, 後還隱於阿斯達爲山神, 壽一千九百八歲. 

唐裵矩傳云高麗本孤竹國(今海州), 周以封箕子爲朝鮮, 漢分置三郡謂玄菟·樂浪·帶方(北帶方). 通典亦同此說(漢書則眞臨樂玄四郡, 今云三群, 名又不同, 何耶).

 

 

與高{堯}同時  : 고려 정종 황제의 이름인 堯를 피휘한 것, 중국의 요임금과 동시대였다는 뜻.

昔有桓國(因) : 환국이 맞는데 國을 因으로 고쳐 날조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周虎(武)王卽位己卯 : 고려 혜종 황제의 이름인 武를 피휘한 것

 

 

 

세간에서는 일연 스님이 우리 역사를 잘못 기록했다거나 하는 비판이 있지만, 요즘처럼 역사에 관한 책이 넘쳐나는데도 역사 관련 서적을 읽지 않아서 잘 모르는 반면, 예전에는 책이 귀하던 시절입니다. 또, 특히 일상에서 역사서적을 함부로 볼 수 없던 시절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면 삼국사(三國史 : 삼국사기)가 사관(史官)들이 편찬한 것과 달리 민간에서 전해지는 역사인식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옛날 왕조시대의 역사서나 사초 등 사관들의 기록은 함부로 외부로 유출되는 문서들이 아니었습니다. 이는 조선왕조 태종 임금님이 사관들로 인해 애먹은 기록들이나 또, 사초나 실록을 왕은 볼 수 없도록 한 것에도 잘 나타납니다. 즉,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에 인용한 역사서들은 민간에서 구할 수 있는 참고문헌들의 한계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삼국유사의 저자인 일연 스님이 승려였기에 - 절에는 장경각이라고 해서 책이나 문서를 보관하는 건물이 있습니다 - 삼국유사에 인용한 책들을 구해 볼 수 있지 않았나 추측합니다. 옛날에는 책이 귀하기도 했고 지금처럼 대학도서관이나 공공도서관 같은 건물이나 제도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으니까요. 요즘은 집집마다 책이 100권 이상 없는 집이 없지요? 고려나 조선시대에는 책을 100권 이상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사람은 부유한 귀족이나 큰 부자여야 가능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긍의 고려도경에는 고려 사람들은 집집마다 책이 있어서 책을 읽더라는 기록이 있다고 하는데, 역사서 같은 책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책인지 모르겠지만 학교를 다니면 모두 일반 백성들이 보유한 서적의 양이나 종류는 그닥 많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이 되네요.

 

 

 

환단고기나 기타 여러 전문 역사 연구자 분들이 여러 문헌들을 비교하여 단군사화(檀君史話)에 대한 여러 해석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위 내용을 이미 알고 계신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하지만, 지금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 하나는 아래 구절입니다.

 

有一熊一虎, 同穴而居

 

곰과 호랑이가 한 굴에서 거주했다는 것이 이해가 되십니까? 보통은 곰을 토템으로 하는 웅족과 호랑이를 토템으로 하는 호족이라고 해석하지만, 곰과 호랑이를 각각의 동물로 생각해도 말이 안되고 어떤 부족이나 씨족처럼 집단으로 생각해도 이해가 좀 어려운 부분으로 생각합니다. 이는 환웅천왕 당시의 영역개념인 것인지 아니면 당시에의 혈거생활을 전한 것인지 애매하기도 합니다.

 

그 외 한사군은 원래 고조선의 군명이었는데, 조한전쟁(고조선 VS 중국 한漢나라)에서 보통은 고조선이 패했다고 설명하지만, 고조선이 패한 것이 아니라 고조선 서쪽 지역과 한(漢)나라 간의 상호불가침 조약 등을 맺고 휴전(?) 상태였던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마천의 사기 조선열전을 읽어보시면 고조선의 고위 관직자들을 홰청후나, 적저후, 평주후 등으로 봉한 것과 조한전쟁에 참가한 한 나라 장수들이 참수(목이 잘림)되거나 속전을 내고 서민으로 강등되거나 한 사실들을 근거로 그렇게 추정했습니다. 당시에도 교역은 있었을 것이고 전쟁보다 교역이라는 실리를 중시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삼국유사 원문을 처음 보는 분들도 계실 것인데,

古朝鮮[王儉朝鮮]

 

이라고 쓰고 왕검조선 이라고 별도로 표시되어 있지만 삼국유사의 다음 항목이 위만조선(魏滿朝鮮)입니다. 삼국유사가 지어질 시기는 고려말로 우리가 알고 있는 태조 이성계가 세운 조선왕조가 성립되기 전입니다. 그러므로 古朝鮮 이라고 쓴 것은 조선왕조의 태조 이성계가 세운 그 조선보다 앞서 있었던 조선(朝鮮)이 아니라 위만조선(魏滿朝鮮)보다 앞서 성립된 조선(朝鮮)이라는 뜻입니다. 세간에는 기자조선(箕子朝鮮)에 관한 이야기도 있는데, 왕검조선이 기자조선보다 앞서지요? 즉, 왕검조선은 기자조선이나 위만조선보다 앞서 성립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