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원문/시경

시경(詩經), 주남 갈담

참그놈 2022. 6. 27. 00:49

葛覃

 

葛之覃兮 施于中谷 維葉萋萋 黃鳥于飛 集于灌木 其鳴喈喈

 

葛之覃兮 施于中谷 維葉莫莫 是刈是濩 爲絺爲綌 服之無斁

 

言告師氏 言告言歸 薄汚我私 薄澣我衣 害澣害否 歸寧父母

 

 

시경 국풍의 주남의 두 번째 시 갈담입니다. 칡이 자란다는 말인데, 요즘의 칡은 나무를 휘감아 고사시키는 식물로도 이해를 하지만 고대에는 먹을 것을 제공해 주는 것 뿐만 아니라 옷감의 재료로도 썼나 봅니다. 그러니 爲絺爲綌 이라고 해서 베를 짠다는 말까지 하나 봅니다. 저도 어렸을 때 칡을 캐다가 씹었던 적 있습니다. 암칡 수칡으로 나뉘는데 암칡이 더 먹기에 좋다고 해야 할까... 뭐 그렇습니다. 약재로도 쓰입니다. 갈근탕이라는 말 들어보셨지요?

 

중국의 역사를 잘 모르지만, 중국의 역사 외에 비단의 역사가 BC 3500까지 소급해 올라간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갈담이라는 시에는 비단 이야기가 아니라 칡으로 짠 베인 絺綌을 말하네요. 해당 시의 해설에는 후비를 언급하고 있기도 합니다. 비단이 있기는 했지만 아무나 입지 못했다는 것인지 아니면 주나라 당시 중국에는 비단 옷을 입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았다는 것인지, 그도 아니면 비단옷은 별도로 있고 칡으로 짠 베로 된 옷을 입었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위 시를 설명한 해설을 보니 아주 부지런하고 성실한 아내상을 보여준다면서 칭찬하고 있는데, 師氏는 여성이 결혼을 했을 때 소위 시집에서 집안의 법도나 풍속을 가르치는 여성이라고 합니다. 그런 사씨가 따로 있다는 것은 가난한 집에 시집 간 여성이 아니라는 말일텐데, 그럼에도 빨래할 거 다하고 칡을 캐다가 옷감으로 이용하여 치격을 만든다고 하니, 어쩌면 주나라 당시의 실질적인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시는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중국 사극 보면 화려하잖아요. 하긴, 중국 사극에서 화려한 것은 왕족들이고 평민들은 칙칙한 옷이 많기는 합니다. 하지만 주나라 당시에는 비단이 흔했던 시기는 아니고 또 그 만한 염색기술이나 직조기술 등등 관련 기술이 부족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葛 칡입니다. 

覃 자란다는 뜻입니다.

施 보통은 시로 읽는데 여기서는 이로 읽습니다.

萋萋 잎이 무성한 모양을 뜻하는 첩어구입니다.

黃鳥 는 꾀꼬리 라네요.

灌木 관목은 키작은 나무입니다. 주로 공원 등에 심어진 사람의 허리 부근까지 자라는 나무? 

喈喈 새소리의 의성어랍니다. 한자의 음은 개개이지만 중국어 원어로 들으면 짹짹? 이라고 날 수도 있지요. 

莫莫 앞의 처처와 비슷한 뜻입니다.

刈濩 베어다 삶는다는 뜻입니다. 삶아서 섬유로 가공을 했나 봅니다.

絺綌 가는 베와 굵은 베라는 뜻인데, 고대에 칡을 섬유로 어떻게 가공했는지 알수 없으므로 자세한 것은 모르겠습니다. 

服之無斁 옷을 해 입어도 싫지 않다는 뜻인데, 이 구 때문에 갈담이라는 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言告師氏 사씨가 뭐 하는 사람인지 이야기 했지요? 시부모 허락을 안 받고 사씨에게만 허락받으면 됐을까요? 아니면 사씨에게 먼저 통보를 하여 시집 식구들과 의논하게 하는 또 다른 과정이 있었을까요? 

言告言歸 언(言)이라는 글자가 언고사씨로 시작해서 세 번 반복됩니다. 이는 거듭거듭 친정집에 가고 싶다는 말을 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고 시집살이 만만찮구나! 라는 말일 수도 있고, 어쨌거나 신혼이라는 말이 되기도 할 것인데, 우리 사회에서는 결혼한 여성이 임신하는 경우 친정에 머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가 중국에서도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출가외인이라거나 삼종지도 같은 말이 다 중국에서 유래했잖아요. 그럼에도 근친을 간다는 것은 그 만한 이유가 있을 것 아니겠습니까. 평상시 근친을 갈 수 있는 경우는 임신이 가장 큰 이유 아닐까요? 위 시구에서도 임신 가능성을 시사하는 그런 내용이 있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薄汚我私 薄澣我衣 私는 평상복이고 衣는 예복이랍니다. 薄은 빨래한다는 뜻이고 汚澣는 모두 떼라네요. 한 마디로 평상복이고 예복이고 시집살이 하면서 묵은 떼를 모조리 빼겠답니다. 그리고 평상복 예복을 모두 갖추려 하니 단순한 근친이 아니라 장기간 머무르려는 것인지, 아니면 당시의 결혼 풍습을 모르겠는데 어느 집 며느리 친정이 멀었든지 무슨 사정이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근친 가면 몇일이나 있는지 또는 몇 달 이상을 보내는지 우리는 모르지 않습니까. 임신한 경우 산후조리까지 거쳐야 하므로 몇 달에 걸치기는 하겠네요. 흠... 중국에는 산후조리의 개념이 없다고도 하기는 하더군요.

 

害澣害否 歸寧父母 시의 서정적 자아는 시부모가 아니라 친정부모를 부모(父母)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빨래 얼른 하고는 부모님 뵈러 가겠다니까요. 관저라는 시는 그나마 조금 그림이 그려지던데 갈담이라는 시는 고대의 생활상을 모르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지 감이 잘 안잡히네요. 옛날 중국 여성들은 근친을 자주 갔을까요?

 

 

아무리 고대의 시라지만 해설자들이 해설한 그대로 이해할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제가 읽어본 해설에는 매우 근면하고 성실하고 가정적인 여성이 근친(친정 부모를 만나는 짬) 을 앞두고 시를 써서 시부모와 친정부모를 모두 생각하는 갸륵한 시라고 설명하는데, 시댁에서 묵은 떼를 모두 빨아서 깨끗한 옷을 입고 친정 부모를 뵈려한다는 것이... 역시 신혼의 부인인 것으로 이해가 되기는 하네요.

 

고초당초~~ 매앱다 하안드으 드으으을~~ 시집보다 더할손가~~

 

라는 우리나라 민요가 있습니다. 고(故) 신영복 교수의 강의 : 나의 동양고적 독법 을 읽어보면 시경의 시들이 담은 사실성이 뛰어나다고 하시는데, 고대의 풍속이나 풍습을 잘 알지 못하므로 일단 구체적인 내용은 이해가 잘 안되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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