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것이 있습니다. 여지껏 그 속담에 대해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부분에 대해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 같은 위인들을 연상했습니다. 저만 그랬는지, 다른 분들은 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며칠 전에 이 세상에는 위인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골의사 박경철님의 아주대학 강의 영상 중에 "W를 찾아서" 라는 것이 있는데, 그 강의 내용 중에는 세상 사람들 중 0.1%만이 예상 밖의 뛰어난 사람이고 0.9%는 그 0.1%의 천재성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며 나머지 99%는 잉여인간이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 강의 내용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이 세상을 살다간 사람들 중 99%는 잉여인간이었다는 말이 되는데, 그 99% 사람들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부모님이나 이웃사람 또는 예전의 은사나 친구들 등 소수의 이름을 기억하지요. 그렇다면 아무리 속담이라고 하더라도 뭔가 모순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라는 속담에서 사람이 죽어서 남기는 이름이 위인이 아니라면 그 이름은 또한 무엇일까? 하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하지만 원체 배운 것 없어서 그런지 쉽게 연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이름이 있는데, 그 중 99%는 잉여인간이고 잉여인간들이 다른 잉여인간들의 이름을 모두 기억하거나 연상하지는 않으니까요.
여러 가지를 궁리해 보다가 사람이 죽어서 남기는 그 이름이 혹시 아버지와 어머니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장례도 3일장이나 길어야 5일장 7일장을 치루지만 옛날에는 장례를 신분에 따라서는 수 개월에 걸쳐 치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3년상을 치르며 무덤 곁은 지키기도 했다고 합니다. 남의 부모님 장례에 3년씩이나 시묘살이를 하며 지내겠습니까. 바로 자신의 아버지 어머니이기 때문에 참최복을 입거나 재최복을 입거나 하면서 장례를 치르고 3년간이나 시묘살이를 한 것 아니겠습니까.
모든 사람이 아버지나 어머니가 되어서 죽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모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보통은 승려나 특수한 신분의 사람이 아니라면, 또 전쟁이나 기아 등 재난 상황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은 혼인하여 자식을 낳아 아버지나 어머니가 되는 것이 상식이었고 지금도 상식인 것으로 압니다.
아버지나 어머니라는 말은 이미 있는 말이기는 하지만 누구나 아버지나 어머니가 되는 것 역시 아니기도 합니다. 그런 까닭으로 불효자는 웁니다 라는 말도 있는지 모르겠기도 합니다. 어쩌면 등잔 밑이 어두웠는지도 모르지요. 사람이 죽어서 남기는 이름이 아버지나 어머니일 수도 있는데, 우선 연상하는 것이 세종대왕, 이순신 같은 위인들이니까요. 99%의 잉여인간이 죽어서 남기는 이름이 아버지 어머니 라는 것, 그것이 곧 사람이 죽어서 남기는 이름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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