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 삼국지(삼국연의)를 읽을 때에는 칠종칠금 부분을 읽으면서 조금 감탄?이라도 했다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세월이 흘러 삼국연의를 다시 읽으면서 생각해 보니 쌩 개구라(같으)네요. 단재 신채호님의 조선상고사와 조선상고문화사를 읽고 나니 역사소설이던 역사책이던 생각없이 보면 안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스티브 유(Steve you)가 광고했었지요. 한 달 내내 써도 39000원. 이러면서...
(하지만 저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집에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기는 했습니다. )
뜬금없이 스티브 유(Steve you) 이야기를 꺼내는 건, 교통이나 통신의 발달 정도 때문입니다. 제갈량이 성도에서 영창군(미얀마 라오스 접경지역)까지 왕복하며 5개월 가량의 기간 동안 남만왕 맹획을 7번 잡아서 7번 놔줬다고 하는데, 요즘은 삼국지나 삼국연의에 관한 지도도 워낙 잘 표시되어 있어서 거리를 대충 재어봤더니, 성도에서 영창군까지 직선거리로만 750km~800km에요. 왕복하면 1500km~1600km지요? 군사 50만명을 이끌고... 왕복 4000리(里)길인데, 요즘처럼 도로가 잘 발달되지 못했을 터이니 실제로는 2000km~2500km정도를 걸어서 이동했을 수도 있습니다. 5000리(里) ~ 6000리(里) 길 정도는 된 겁니다.
드라마 허준에서 별견의관으로 명나라에 가게 되면 의원직을 사직하기까지 한다고 나옵니다. 자세한 내용은...
별견의원이 겉으로야 나라 밖 구경을 하고 호강스러워 보이지만,
한양에서 의주로가 국경을 넘은 후에
봉황성, 요동, 상해관, 북경까지 왕복 칠천리 길인데,
의관한텐 말 한필은 고사하고, 서른 컬레 짚세기와 미투리가 전부야.
이삼백명 되는 사신들 무리에서
의관에 대한 예우는 기대도 하기 힘든 지옥같은 고행길일세.
그동안 별견의원으로 내정되고 나서 의관을 때려치우는 사람도 한둘이 아니였어.
유주부는 어찌 할지 모르겠구만...
중국 한나라 말에서 명나라 때까지 천여년이 지났어도 교통 수단이 뭐 달라진 것이 있을까요? 달라졌다면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장수나 파발(중국도 파발이라고 했나?)마 등이 아니면 다들 걸어다녔을 것이고 하루에 50km씩을 걸어도 왕복으로 3개월 정도가 걸리네요. ㅋ
하루에 50km 걸어보신 적 있나요? 옛날이야 워낙 차도 없고 자전거조차 없던 시기이니 모두 발에 의존해서 살았다지만 그래도 하루 50km는 짧은 거리가 아닙니다. 조선 시대 어느 무관이 평생 쓴 일기에 경북 선산에서 과거 보러 한양 가는데도 일주일 걸렸다고 나옵니다. 한 300km쯤 걸었을까요?
300km 걷는데 일주일이면, 사천성 성도에서 미얀마 라오스 국경 지역까지 맹획을 잡으러 실제 이동한 거리가 최소 2000km 정도라고 가정해도 가는데만 7주일 정도가 걸립니다. 왕복하면 14주, 98일... 군사 50만...게다가 때는 여름이라 해당지역에 비도 제법 왔을텐데, 산넘고 물건너 진창길을 수레를 밀어가면서.... 5명도 아니고 무려 50만명이나 되는 사람을 통솔하면서... 어마어마한 행군 속도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매일 인원점검 해야지 밥 해 먹어야지 씻어야지, 하긴 요즘 중국인조차도 잘 안씻는다고 하기는 해요. 하지만 잘 안씻는 중국인들은 대체로 북쪽 추운 지방 사람들이라고 하더군요. ㅡ,.ㅡ
그러나 그 더운 남방으로, 더구나 비까지 와서 습기가 장난이 아니었을텐데, 씻지도 않고 주구장창 걷기만 했다면 양쪽 사타구니 다 썩어나가지 않았을까요? 어디서 씻었을까? 영채 안에 공중 목욕탕이라도 있었을까? 참 궁금하네요.
어쨌거나, 행군기간으로 감안되는 3개월 정도를 제외하면, 정작 제갈량이 맹획을 칠종칠금 하는 데 걸린 기간은 2개월 정도 밖에 안걸린건데, 제갈량이 남정해서 맹획을 칠종칠금하기 전에 옹개, 고정 등의 반란 진압도 함께 포함이 되어 있는 것을 감안하면, 한마디로 말도 안된다지요. ㅋㅋㅋ
어쩌다 저 동네는 그래 삼국지가 다 있어가지고서는...
이걸 또 사실이다 아니다 라면서 따지는 학자들까지 있답니다.
맹획도 진짜고 칠종칠금도 진짜다.
맹획은 진짜인데 칠종칠금이 가짜다.
맹획은 가짜인데 칠종칠금은 진짜다.
맹획도 가짜고 칠종칠금도 가짜다. 등등...
정작 진수의 삼국지에는 맹획이라는 이름조차도 나오지 않는다고 하는데...
맹획이라는 이름은 배송지의 주(注)에 나온다고 합니다. 게다가 배송지의 주에는 맹획과 칠종칠금을 인용한 서적에 대해 신빙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는 말까지 적어 놓았다고 하네요.
삼국연의가 언제부터 형성되기 시작했는지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나관중은 원말명초(元末明初) 사람이라고 하는데, 한나라가 무너지고 나서 오호십육국, 오대십국, 수나라 당나라 등이 들어서고... 송나라 원나라 다음 명나라가 건국되지요. 명나라가 건국된 것이 1300년대이니 천여년간 중국은 중국인들의 관점에서 이민족들의 각축장이 된 겁니다. 중국이 천하의 중심이라는 천하사상이 완전히 아작이 날만 합니다. 하나의 중국이라는 어떤 원형이 한(漢)나라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더군요. 삼국연의가 뻥튀기 될만한 충분한 여건이 되지 않을까요?
소위 삼국지라고 하는 삼국연의를 읽어 보면, 이건 소설 제갈량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을만큼 제갈량의 비중이 어마어마합니다. 특히 일본에서 지어진 어떤 삼국지(삼국연의)는 제갈량을 엄청 뻥튀기하기까지 했다네요. 실제 정사(正史)야 어찌되었건 누가 읽어봐도 제갈량은 참으로 대단하지요?
삼국연의 1회 시작하기 전에
흘러가는 저 장강 물결, 헐떡거리며 동으로 사라지듯
숱한 영웅들 물거품처럼 죽어갔지...
세상사 돌아보니 별것 아니더만... 탁주나 한 잔 하지..
라고 적힌 시? (한문의 글 종류가 많아서 한자로는 사詞라고 적혀 있던데)를 감안하면, 제갈량의 능력이 워낙 뛰어난 탓에 당시 중국 삼국시대의 그 많은 영웅호걸들 뿐만아니라 숱한 백성들까지 제갈량이 다 걷어 죽이죠? 그래서 오호 십육국, 위진 남북조 시대가 열리게 된답니다. 제갈량을 그렇게나 칭찬하는데 정사 삼국지가 아니라 삼국연의대로 제갈량의 능력이 탁월했다면 정작 한(漢)나라를 알뜰히 말아먹은 것이 바로 제갈량이죠. (제가 생각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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