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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연의 : 서평관西平關은 어디일까요?

참그놈 2020. 11. 27. 19:13

제갈량이 북벌을 감행하면서 하후무와 싸우고 세 개의 군郡을 얻는 장면이 나옵니다. 거기에 하후무가 패하고 나서 서평관(西平關)이 나오는데, 이 서평관이 어디인지 도무지 검색을 해도 안나오네요. 다만 삼국지(삼국연의) 지도 상에 서평군은 나옵니다. (물론 이건 허구라고 합니다. 서평관이라는 것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서평관과 관련된 인물들은 허구라네요.)

 

삼국연의 93회에 제갈량이 3개의 군(郡)을 얻은 후 기산(岐山)으로 진군해서 위수 서쪽에 영채를 세웠다고 나옵니다. 강병(羌兵)들이 쳐들어오자 서평관을 지키고 있던 장수 한정(韓禎:허구, 가공의 인물)이 제갈량에게 보고를 하지요. 보고를 받은 제갈량은 관흥과 장포, 마대를 보냅니다. 그러나 관흥과 장포가 싸움에 져서 밤을 세워 말을 달려 제갈량을 찾아가 경과 보고를 합니다.

 

서평관이 어디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구글이고 뭐고 서평관이 어디인지는 안나옵니다. 제가 못찾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서평관이 아니라 서평으로 검색하면 나오는 지명이 있습니다. 지도상의 척도를 보면 서평이라고 표시된 지명에서 천수군까지 직선 거리가 800km 정도 됩니다. 하루 1000리를 달린다는 적토마조차도 2일을 달려야 갈 수 있는 거리인데, 더구나 제갈량은 기산쪽으로 진군해서 위수 서쪽에 영채를 세웠다고 했어요. 하룻밤 사이에 달릴 수 있는 거리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림 제일 왼쪽 위가 서평군이 있는 곳입니다. 기산 왼쪽 동그라미 두 개가 겹쳐져 있는 곳이 천수군과 상규성. 제갈량이 기산으로 진군해서 위수 서쪽에 진을 쳤다고 하니까, 그런데 위수는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강이에요. 영채를 세운 위치가 애매해 집니다. 기산 바로 옆에 세로로 흐르는 강이 있는데 저 강을 기준으로 하는 것인지...? 어쨌거나 기산 가까운 곳에 진을 쳤겠지요? 그렇게 치면 서평에서 기산 근처까지는 1000km는 되겠네요.

 

조조가 요동정벌을 한다면서, 사막을 헤매다가 제일 젊은 곽가마저 죽었는데, 향도관을 만나자마자 물이 얕으면 얕아서 못가고 물이 깊으면 깊어서 못가는 사막과는 다른 희안한 지역이 등장하더니, 맹획을 잡을 때는 무려 50만 대군을 거느리고 남만을 5개월만에.... 7번이나 잡았다가 7번이나 놓아주는... 행군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에 마치 침을 뱉거나 껌을 씹듯이... 간단하게... 이 역시 검색을 해 보니 나관중이 지리개념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는 내용도 나오긴 하더군요. 요동과 남만을 지나서 이제는 서평관... 그런데 도무지 서평관은 어디인지....?

 

청년기에 저는 삼국지와 삼국연의를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요즘 출판되는 책들도 삼국연의라고 출판되는 책은 별로 없습니다. 삼국지라고 하지요. 정사를 읽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매니아층에는 있겠지만... 아무리 통신이 발달해도 정사와 연의를 비교해서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제대로 구분해서 전하는 일이 가능할까요? 모두가 연의를 기반으로 중국의 역사를 접근하게 된다면, 대부분이 사실은 그렇지요?, 특히, 한중일 삼국은... 이걸 뭐라고 해야 할지.... 소설을 역사로 인식하게 되는 역사왜곡의 전형인데, 등장인물들의 활약에만 주의를 쏟고 있는 것이 아닐지.

 

삼국지(삼국연의) 관련 검색을 하다가 삼국지 84부작을 중국에서 무상배포하고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는데, 그 영상 조차도 삼국연의 84부작이라고 되어 있지 않습니다. 삼국지 84부작이라고 되어 있지요. 소설이 역사가 되어서 전파되고 있는 겁니다. 대부분의 일반 서민, 세계 곳곳의 그냥 평범한, 사람들에게 소설을 역사라고 들이미는 겁니다. 문제는 그렇게 배포되는 영상에 요동과 미얀마 라오스 그리고 저기 저 서평관?까지... 현재의 중국 영토와 거의 일치합니다. (한대의 인구는 6천만 정도였다고 하는데, 그나마 중국 위촉오 삼국시대를 거치면서 숱하게 죽었을 터인데도 영토는 동으로 대한민국 황해도, 남으로 미얀마, 라오스, 서북쪽으로 서평.... 에라이... ㅡㅡ^) 하긴, 우리나라 역사학계에서는 중국 한(漢)나라가 망했는데도 중국 한漢나라가 망한 이후에도 한사군은 한반도에 50여년이나 계속 존속하고 있었다고 하는 마당이니 누구를 탓하겠어요.

 

물론 사람들이야 어떤 것이 역사적 사실이고 허구인지 구별하기보다 관우가 더 쎄다. 여포를 능가할 장수는 없다. 초선이는 중국 4대미인이라더라. 황충은 70이 넘었는데도 고기 열근을 먹었다더라. 강유가 어쩌고 저쩌고 제갈량의 팔진도가 어쩌고 저쩌고 이러면서.. 감동과 감탄을 연발하겠지요. 그러던 어느날 황해도는 위나라가, 미얀마 라오스 접경지역은 촉나라가....... 서평관은 위와 촉이. 키햐~~~

 

제가 읽고 있는 것은 박기봉님 삼국연의 원문입니다. 삼국연의를 한글로 된 것으로 다시 읽었다면, 읽는 속도 때문에 어디가 어딘지 모르고 그냥 지나쳤을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더군다나 저는 삼국지나 삼국연의에 대해서 크게 관심을 두고 산 적도 없습니다. 한문으로 되어 있다는 것때문에 모르는 글자도 찾아야 되고 또 지명이나 인명들에 대해서도 잠깐잠깐 검색도 하게 되고 해서 읽는 속도가 느려지면서 잠깐이나마 이런 생각도 해보고 저런 생각도 하고 그럽니다.

 

 

한때, 환단고기를 보고 대한민국 교육부에게 속고만 살았다 싶어 화가난 적이 있었지만, 삼국지(삼국연의)를 보니까 중국인을 위한 중국인에 의한 중국판 환단고기가 삼국지(삼국연의)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네요. 그러나, 환단고기가 말하는 땅은 너무 넓어서 현실성이 결여된 듯 하지만, 삼국지(삼국연의)가 제시하는 땅은 수 백년을 거치며, 독자들이 사실인지 역사인지 알쏭달쏭해 하는 사이에, 숱한 문헌 근거나 또 언제 만들었는지 관련 사적이나 기념물도 엄청납니다. 게다가 현대의 영상기술이나 번역 능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 퍼지고 있습니다.(삼국지 84부작 무상배포, 이게 한국어로만 번역이 되었을까요? ), 어느 누구도 의심조차 잘 못하죠? 의심을 하려니 한자, 한문부터 공부해야 되고... 몇 년 있다 극장판도 무상배포 하려고 들지도 모르지요.

 

중국에서 저런 영상을 배포하지 않아도 일본이나 대한민국에는 해마다 삼국지나 삼국연의 관련 저작이나 영상, 게임들이 많이 쏟아져 나옵니다. 특히 일본에서 삼국연의 관련 컨텐츠가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만화, 영화, 소설 등등. 한사군이 북한 평양에 있었다는 한사군 재한반도설을 뒷받침하는, 그러나 대중들에게 너무 인기가 좋은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쨌거나 우리나라에서만이라도 삼국연의를 삼국지라고 제목 붙여서 팔지 말아야 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