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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 서융 남만 북적의 의미

참그놈 2020. 12. 14. 12:57

옛날 역사와 관련해서 동이(東夷)· 서융(西戎)· 남만(南蠻)· 북적(北狄)이라는 말을 알게 됩니다. 夷 戎 蠻 狄은 모두 문명이 없거나 중국보다 떨어진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보통은 오랑캐라고 하지요. 그리고 그런 구분을 보여주는 그림도 있습니다. 그러나 공자도 구이(九夷)의 나라에 가서 살고싶다고 했던 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원래부터 문명이 없거나 문명 수준이 떨어진다는 뜻이 아니라 처음에는 그저 방향에 따라 이민족을 구분했을 뿐인데, 화하(華夏)족의 세력이 점점 커짐에 따라 오랭캐라는 의미가 추가로 부여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화하(華夏)족과 풍습이 다르다에서 오랑캐로 변질된 것이지요.

 

 

그림 1. 화하(華夏)라고 표시된 빨간 사각형 안에 1200여 국가(國)가 있었다.

 

한편, 인터넷에서 동이 서융 남만 북적에 대해서 제가 보기에는 더 자세하고 정확하다고 생각되는 설명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그때 뭐가 다급했는지 해당 웹페이지의 주소를 적어놓지 않아서 어디인지는 모르겠네요.

 

동이 서융 남만 북적은 위에 보이는 그림처럼 분포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중국 주(周)나라에게 봉토와 작위를 받지 않은 부족이나 국가는 모두 이민족(오랑캐)로 취급했다는 것입니다. 즉, 정식으로 주나라로부터 인정을 받았는지의 유무가 오랑캐냐 문명국이냐의 기준이었다는 설명입니다.

 

힘없는 나라들은 어떻게든 주나라 왕을 한 번이라도 보려고 주나라 신하들에게 뇌물을 제공했다고 하네요. 그로부터 크고 작은 나라들이 계속 생겨났고 나라(봉국, 제후국)가 하나씩 늘어갈 때마다 주나라의 국고는 풍성해졌다고 합니다. 몇 년 전부터 중국이 행하고 있는 일대일로와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한편, 국가(國)라는 의미가 요즘과 달랐기 때문에 중국 주(周)나라 때에는 상당히 많은 나라가 있었습니다. 주 무왕(武王)과 관련한 내용을 보면, 주 무왕이 한 번 기치를 치켜들자 800제후가 동참했다고 했습니다. 800제후라면 800개의 나라가 있었다는 말이지요? 그런데 그 800제후는 당시 중국에 있던 나라의 2/3였다고 합니다. 즉, 주나라가 성립할 무렵 중국에는 1200개 정도의 나라(國)가 있었다는 말이 됩니다. 주나라 초기의 영역은 그림 1. 에서 빨간색 부분에 속합니다. 저 빨간 사각형 안에 1200여개의 나라가 있었다는 말입니다.

 

예전에 춘추좌씨전을 한 번 읽은 적이 있습니다. 춘추 좌씨전을 보면 곳곳에서 제후들이 이민족과 동맹을 맺는 사건이 많이 나옵니다. 당시 좌씨전을 읽으면서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 그런 부분이었는데, 제후국 외에도 곳곳에 각종 이민족들이 함께 살고 있었던 모습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래 그림과 같은 상황이 되는 것이지요. (아래 그림에서 녹색으로 표시한 것은 제가 임의로 막 찍은 것이고 주나라로부터 작위나 봉지를 받지 않은 나라들입니다) 융족(戎族)은 실제 주나라 당시에 중국 전역에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연나라는 아무리 봐도 억지같다. (이것은 독백입니다 ㅡ,.ㅡ )

 

그림 2. 주나라의 봉국들과 이민족들 (녹색은 이민족)

실제로는 녹색점들을 더 많이 찍어야 할 지도 모르지만, 단지 예를 보이기 위한 것이기도 하고 당시에 얼마나 많은 종족이 있었는지 알지도 못합니다. 어쨌거나 주나라에게 인증을 받지 않은 나라는 지리적으로 제후국과 제후국 사이에 끼어 있던 제후국과 주나라 사이에 끼어 있던 모두 오랑캐였다 라는 것이 핵심이니까요.

 

이 포스트에서 시대적 상황은 그림 2.가 우선이고 나중에 진시황이나 한무제 시기 등을 거쳐 중국이 단일 정치체제?로 진행된 이후 그림 1과 같은 형태로 판도를 설명하게 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림 2. 에서 녹색으로 표시된 이민족들은 어떻게 사라졌을까에 대한 이야기는 제가 쓴 다른 포스트에 설명을 한 것이 있는데, 전국시대라는 200여년의 전쟁통에 이리 섞이고 저리 섞이면서 개별 종족들의 개성은 사라지고 하나의 중국이라는 개념이 서서히 생겨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삼국연의를 보면 연인(燕人) 장비가 여기 있다. 이러면서 장비가 소리치지요? 한나라 이전에 전국시대에 일곱개의 대표적인 나라가 있었는데, 삼국시대 장비가 살아 있을 때까지 그런 구분이 있었다는 말일 겁니다. 춘추시대까지 그 많었던 나라들이 전국시대를 거치면서 7개 나라로 축약된 것이지요.

 

좌씨전을 읽은 것이 20년은 되는 것 같은데, 책 내용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동이 서융 남만 북적에 대해서는 이해가 안 되어서 기억하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주나라로부터 작위나 봉지를 받지 않으면 모두 오랑캐였다는 설명을 보고 매우 기뻤습니다. 오랫동안 궁금하던 것이 이해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디서 읽었는지 기억을 못하는 것이 아쉽네요. 해당 내용을 포스트 하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