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자라게 되면 우리 민족 최초로 고조선이라는 국가를 건설한 단군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단군의 유래와 관련한 이야기에 곰이나 호랑이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신화라고 판단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단군을 역사로 생각하는 이들은 단군에 관한 이야기를 단군사화(史話)라고 하고, 단군을 신화로 생각하는 이들은 단군에 관한 이야기를 단군신화(神話)라고 하여 역사가 아니라고 주장하기까지 합니다.
삼국유사에 기록된 단군에 대한 이야기는 모르는 분들이 없을 것이므로 따로 쓰지 않겠습니다. 제가 쓰려는 것은 단군사화에 대해 저 나름으로 생각한 의미이니까요.
어렸을 때, 환웅 천왕에게 곰과 호랑이가 사람이 되고 싶다고 간청을 하여 곰은 사람이 되고 호랑이는 사람이 되지 못하였다고 배웠습니다. 나중에 세월이 흘러서 곰과 호랑이가 아니라 곰을 토템으로 하는 종족과 호랑이를 토템으로 하는 종족이라는 내용을 알게 됩니다. 워낙 오래된 옛날 일을 추정하는 것이므로 그럴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곰과 호랑이는 습성 자체가 다른데 어떻게 같은 것을 먹게 하셨을까? 하는데 대한 의문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곰과 호랑이는 습성도 식성도 다릅니다. 대표적으로 곰은 잡식성이고 호랑이는 육식성입니다. 곰은 겨울잠을 자지만 호랑이는 겨울잠을 자지 않습니다. 그런 곰과 호랑이에게 똑깥이 마늘과 쑥을 주었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 것이 될 겁니다. 연어는 고사하고 멸치라도 몇 마리 있었다면 그래도 좀 이해가 쉬웠을텐데...
곰과 호랑이 이야기가 실제 곰이나 호랑이가 아니고 또, 곰을 토템을 하는 종족이나 호랑이를 토템으로 하는 종족이 아니라 혹시 인간 내면의 양면성을 말하는 것을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성격이 다혈질인 사람도 섬세한 부분이 있을 수 있고 내성적인 사람도 때로는 폭력적인 면을 보이기도 하는 그런 것은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몇 년 전에 어느 고등학교에서 뒤에 있던 아이가 앞에 있던 아이의 등을 칼로 찌르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칼로 찌른 아이는 평소에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 것이 아니라 내성적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괴롭힘도 당하고 있었고. 즉,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는 매일 놀림을 당하거나 하였는데 그에 대한 반발심이 어느 날 갑자기 폭발한 겁니다. 겉보기에 거친 사람도 내면에는 여린 부분이 있을 수 있고, 또 겉보기에 순한 사람도 내면에는 어떤 폭발력이 있는 겁니다.
곰과 호랑이가 그런 인간의 양면성을 상징하고 있다면, 사화(史話)에서는 환웅 천왕이 곰과 호랑이이게 쑥과 마늘을 먹으면서 햇빛을 보지 않고 100일을 참으면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거기서 핵심은 쑥도 마늘도 아니고 참는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겁니다. 그렇게 한 번씩 참아서 고비를 한 번씩 넘길 때마다 호랑이는 사납기만한 맹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용맹과 위엄과 품격을 갖추게 되는 겁니다. 믿는 자에게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신다고 했고, 누구에게나 불성(佛性)이 있다고 하였으며, 사람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부여받은 성품이 있다고 했습니다. 인간이 양면성을 발하는 기저에 그런 밝은 성품이 있다는 것을 환웅께서는 아셨고 양면성을 가진 인간은 믿고 따르고 참았겠지요.
고대로부터 참전계 라는 것이 전해지고 있었다고 하나 고대사에 관한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으므로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요즘 세간에 있는 참전계는 1900년대 초반 대종교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책에는 참전계의 유래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고구려에도 있었고 발해에도 있었다고 하지만 문헌적으로는 근거가 희박한 것으로 압니다. 다만, 참전계에 관한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고대부터 우리 민족에게 참전계를 근거로 수양이나 수행이라고 할 어떤 노력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겁니다. 호랑이처럼 사납지 말고 곰처럼 미련하지 말라는... 그런 의미에서 곰과 호랑이가 환웅천왕과 함께 등장하는 것을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즉, 단군은 환웅천왕께서 제시한 수행에서 최고 경지를 이룬 사람을 뜻하는 존재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지요.
한편, 곰은 사람이 되었는데 여자가 됩니다. 그럼 호랑이는 암컷이 아니라 혹시 수컷이었을까요? 사실 단군사화에는 곰이나 호랑이의 성별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그저 곰과 호랑이인데 어느 쪽이 암컷인지 또 어느 쪽이 수컷인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습니다. 둘 다 암컷인지 아니면 둘 다 수컷인지에 대해서도 말이 없지요. 그런데, 사람이 되고 나서는 여자가 됩니다.
예수께서 열처녀에 대한 비유를 하신 적이 있습니다. 다섯 처녀는 기름을 잘 준비하였고 다섯 처녀는 기름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지요. 그래서 기름을 잘 준비한 다섯 처녀만 잔치집에 들어갑니다. 잔치칩에 들어가지 못한 다섯 처녀가 문을 열어달라고 주님께 간청하지만 그 다섯처녀에게 냉정히 말씀하시지요? 나는 너희를 모른다.
인간에게 성별이 있어서 남녀의 구분이 있지만, 하느님에 대해서 인간은 모두 여성이라는 것을 어떤 책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환웅천왕께서 사람인지 아닌지 또는 신인지 아닌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삼국유사에서는 신적인 존재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즉, 단군사화에서 곰이 여자가 된 것은 사람의 성별을 말한 것이 아니라 깨어있었던 백성이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혹시 이 글을 교회를 다니는 분들이 보시고선 열처녀의 비유를 단군사화에 끌어다 설명했다면서 화를 내실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예수께서 "믿던지 안믿던지 하라!" 라고 하신 걸로 아는데, 믿던지 안믿던지 이 세상은 하느님의 섭리 안에 있다는 말일 겁니다. 예수께서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고 하셨는데 이곳 한반도까지 복음이 전파되는데 2000년이 걸린 겁니다. 천지를 창조하신 이래 예수께서 나시기 전에도 이 세상은 하느님이 섭리하셨고 예수께서 복음을 전하기 시작하여 지금까지도 이 세상 뿐만 아니라 온 우주를 하느님이 섭리하신다고 하면, 환웅과 곰과 호랑이, 단군도 하느님의 섭리하에 누천년을 전해진 이야기일 것입니다.
중국이 동북공정을 하고 일본이 역사왜곡을 한다고 합니다. 중국에는 환웅도 단군도 없지요. 그러나 중국인에게는 하느님도 없습니다. 일본도 단군을 긍정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단군을 신화라고 주장하지요. 대신 일본에는 신들 중의 살아있는 신 천황이 있습니다. 일본에 있는 신(神)이 800만 정도 되는 것으로 아는데, 그 모든 신들 중에 최고의 신이 바로 일본 천황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섭리에 따라 우리가 우리에게 누천년을 거치며 전해 온 단군을 우리 스스로가 애써 부정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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