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검을 검색했더니 나온 화면입니다. 사무라이!
뭐 사무라이가 표시가 된다고 해서 뭐 특별히 신경을 쓸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싸울아비라고 적혀 있었으면 차라리 더 좋았을 것 갈네요. 고려시대 어느 때부터 무인이나 무사계급을 천시했던 까닭인지 우리에게는 무사 또는 무인을 칭하는 별도의 호칭이 보편화 되어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기도 하니까요.
어쩌다 무사를 뜻하는 우리말에 대해서 듣게 된 것이 싸울아비, 지킴이였는데, 지킴이가 도를 추구하는 무인(武人)의 느낌이라면, 싸울아비는 보다 현세적인 무사의 느낌이 듭니다. 드라마 대조영에서 대중상(임혁 분)이 어린 대조영을 안고 피하다(?)가 적과 마주하여 덤비라! 하던 장면이 떠오르네요.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정확한 장면 기억이 아닙니다.)
문은 무보다 강하다(The Pen is mightier than sword) 라는 명언이 있지만, 진정 문(文)이 무(武)보다 강할까요? 이는 무(武)가 문(文)보다 강하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문이 무보다 강하다고 했을 때, 그 문(文)은 사랑이야기를 담은 문학일까요? 아니면 역사? 철학? 아닐 겁니다. 문(文)을 기록한 것이 책이라면 무예도보통지 같은 무예서가 있는가 하면 손자병법이나 육도삼략 같은 병법서도 있으니까요. 기타 전쟁에 관한 글이라면 그 역시 무문(武文)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문이 무보다 강하다는 명언이 성립되는 상황은, 모종의 위협에서 칼이나 총 같은 무력적인 수단을 앞세우는 것보다 외교적인 교섭 등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더 좋다는 뜻일 겁니다.
정의의 여신이 들고 있는 저울 양쪽에 각각 문(文)과 무(武)를 놓고 무게를 달면 어느 한 쪽으로 기울게 될까요? 조선왕조나 고려 왕조에서는 기울었었습니다. 그래서 무관은 정3품까지밖에 벼슬이 없었고, 그 이상의 지휘는 종2품 이상의 문관이 맡았지요. 고려시대에는 무인들이 참다 못해 난을 일으켜 정중부, 이의방, 이의민, 최충헌 등이 정권을 장악했고요.
택견 수련하는 이들도 많고 이종격투기가 유행하기도 하고 곳곳에서 체력단련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그 외에 검도를 수련하는 이들도 있고 한때는 뫄한뭐루라고 전통 검술이라면서 대학 동아리들마다 전파되기도 했지요. 그러나 뜻하지 않게 목검을 검색했더니 사무라이 라는 말이 화면에 보이네요.
검도에 대해서 모릅니다. 몇 년 전에 길에서 검정색 목검을 하나 주웠습니다. 집에 와서 그냥 몇 번 휘둘러 봤는데, "야! 이거 운동 되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척추에 변형이 있어서인지 당시에는 계속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집에 가지고 있었는데 조카 녀석이 달라고 해서 주었습니다. 최근 몸이 조금 더 나아져서 혹시 목검을 사다가 휘둘러보면 몸이 낫는데 좀 더 효과가 있으려나 싶어 검색을 했던 것이지요.
뭐 그래도 제가 어릴 때보다는 생활속에 있던 일본어 단어들이 많이 사라지기는 한 것 같습니다. 예를 들려니 요즘은 모르는 청소년들도 있을 수 있고 굳이 예를 들 필요가 없어보이지만, 일상생활에 일본어들이 아주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 남아 있는 일본어들은 그렇다쳐도 사무라이는 좀 다른 어휘 아닐까요? 일상 생활의 범위를 넘어서는 어떤 차원을 지칭하는 말일 수도 있는데. 제가 알기로 사무라이는 일본 무사도 정신을 대표한다는 말인데, 왜 한국인이 일본 무사도 정신을 단련해야 하나요? 이건 탐 크루즈가 라스트 사무라이라는 영화에 출연하고 이병헌이 어떤 영화에서 일본인으로 연기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사무라이와 정신단련을 그냥 연관 검색어 차원에서 상관관계를 생각지 않고 사무라이와 정신단련을 별개의 단어로 연속해서 적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상품이 검색되어 화면에 표시될 때는 판매자의 생각까지 보여주는 것은 아니니까, 이어서 읽으면 사무라이의 정신을 단련하는... 이 됩니다.
이 포스트를 보는 분이 몇 분이나 될런지 모르지만 또 목검 판매자 사이트에 가서 "왜 사무라이 정신단련이냐?" 뭐 그러고 따지고 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말 그대로 아무런 상관관계 없이 병렬 나열되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생활 습관이나 언어습관이라는 것이 무서워서 알게 모르게 저렇게 쓰게 된다는 것은 생각을 해야겠지요. 뭐 저더러도 일본어 단어 하나도 안쓰고 사냐?고 따지면 저 역시 할 말이 없거든요.
갑자기 80년대가 떠오른네요. 서점에 가면 형의권, 팔극권, 통배권, 절권도 등등 적지 않은 중국 권법들을 소개하는 책들이 꽂혀 있었고, 영화나 뭐 그런데서는 사무라이 라는 말이 흔하게 떠돌던 시절이았지요. 하긴 그때는 어렸을 때이므로 "왜 우리나라 권법 이런 것은 하나도 없을까?" 하는 생각을 못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때부터 택견 수련을 하는 이도 많아지고 기천(氣天)을 수련하는 분들도 있고 정도술(正道述)이라고 하는 어느 가문에서 대대로 전해지는 무예도 있다고 하고 그러는데, 사무라이 정신단련이 아직까지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을 보고 갑자기 당황스러워서 몇 자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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