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짬이 환단고기를 읽고 있는데,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처음 환단고기를 읽은 것은 25년 전쯤이었습니다. 그 때는 임승국님의 한단고기를 읽었는데, 아마 1/3의 정도만 읽은 것으로 기억하고, 원문을 읽은 것이 아니라 해설을 읽었습니다. 한문을 원문으로 읽을 소양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으니까요. 지금도 그렇기는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자전 뒤져가며, 해석과 대조해가며 읽을 수 있는 정도는 됩니다.
작년에 환단고기 원문을 한 번 읽었습니다. 자전 뒤져가며 몇 달에 걸쳐 읽었는지도 기억이 잘 안나네요. 환단고기를 원문만 가지고 한자의 뜻을 찾아가면서 읽었을 때, 임승국 한단고기에서 말하는 땅따먹기는 전혀 연상되지 않았습니다. 임승국 한단고기 표지에는, "삼천리 금수강산만이 우리의 강토가 아니다" 운운하는 글귀가 있어요. 젊은 사람들이 보면 욱할 내용일 수도 있답니다. 어쨌거나, 임승국 한단고기를 읽은 것은 읽다가 만 것이므로, 읽은 횟수에서 빼고, 지금 두 번째 읽고 있는데, 역시 한문 원문으로 읽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읽는 것인데, 지난 번에 읽을 때 이런 내용이 있었나? 싶은 내용이 보이고 그러네요. 아마, 한자 뜻 찾는데 열중하여 기억하지 못한 것들을 보게 되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환단고기를 두 번째 읽으면서, 이 책이 진정 위서일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저 역시 환단고기가 교차검증이 힘들다는 것은 압니다. 그러나, 환웅천왕을 이어 여러 천왕들께서 구환지족들과 융성하실 때, 그 융성함이 모종의 한계에 이르러 전쟁이 불가피한 세상이 되었구나! 하는 구절이라거나, 고대에는 장례에 대한 제도가 없었다거나 하는 구절을 마주하고 보면 위서라기보다는 오히려 역사적 사실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더욱 듭니다.
환단고기를 검색하면, 땅따먹기 문제가 많이 검색됩니다. 하지만, 환단고기를 그런 해설을 배제하고 원문으로 읽어봤더니, 오히려 신빙성이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더 드네요. 가령, 중국자 서토지보고야(仲國者, 西土之寶庫也) 라는 구는 태백일사 신시본기에 나오는 구절인데, 제가 보는 상생출판사 해설에는 민족적 자존심을 표시하기 위해서 中國 대신 仲國이라고 쓴 것 같다고 해설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할 때는, 천왕들이 재위하던 시절에는 찌질하던 지나(China)가 성장하여 어느덧, 나름의 법식과 제도를 완비하여 상당한 국가로 성장했다는 내용으로 이해가 됩니다. 지금처럼 인구가 많지도 않았던 시절, 농사짓고 사냥하고 그러면서 살던 시절에 구환지족이 세를 넓히다가 서토에 자리잡고 살던 여러 민족들의 저항에 부딪혔고, 초기에는 서토인들이 매번 깨지다가, 결국에는 환족이 밀리면서 산동반도 이동으로 밀리게 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치우천왕에 관한 기록을 보면, 당시 공손헌원이 이끌던 무리들은 갑옷도 무기도 변변찮았다고 하는 것을 보아 짐작하는 것이지요.
저는 우리 역사의 시작이 최소한 고조선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까닭은 환단고기에 따르면, 환웅천왕 이후 여러 천왕들께서 천하를 다스릴 때에는, 지금의 화하족 역시 그 통수권 안에 포함되어 있었던 민족들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치우천왕과 공손헌원이 탁록에서 싸운 내용을 기반으로 해석을 하면, 공손헌원이 분가(배반이라고 할까요?) 를 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천왕들이 천하를 통솔하시던 때를 우리 역사로 포함시키는 것은 말 그대로 분쟁의 빌미를 끌어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천왕들의 역사를 부정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어쨌거나 중국이 치우천왕을 자신들 역사로 포함시켰지만, 치우천왕이 환웅천왕의 계보를 잇는 왕이라는 것은 생각지 않는 것 같으니까요. 그저 치우천왕을 삼조당이라고 해서 건물 하나 짓고 모셔둔 것에 불과하지요? 적어도 우리에게는 그 계보가 있으므로, 역사에 포함시켜야 한다면 우리에게 주도권이 있다고 생각해야겠지요. 위서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고... ㅡ,.ㅡ
논어 위정편에 북극성이 자리를 잡으면 여러 별들이 그 주위를 돈다면서, 설명을 하지만, 천도를 지상에다 이식하려는 화하족의 사고가 잘못되었다고 부도지에 언급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 시작이 공손헌원이 아닌가 하는 것인데... 환단고기를 원문으로 두 번째 읽으면서, 교차검증이 어려운 내용들을 베제하더라도,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고대에는 능묘제도가 없었다거나, 전쟁은 불가피한 것이구나... 와 같은 구절을 만나면, 오히려 더 사실같은 그런 느낌이 듭니다. 가령, 저는 사기 오제본기를 읽어보지 않았는데, 공손헌원을 얼마나 휘양찬란하게 기술했을지 대강 짐작이 됩니다. 공손헌원은 태어나자마자 옹아리도 아니고 말을 했다고 하고 모르는 게 없고 못만드는게 없었다는 둥... 온갖 치장을 하잖아요. 차라리 환단고기가 솔직한 기록으로 보이네요.
환단고기 읽어 보세요. 해설 위주로 보시지 말고 원문 위주로 읽어보시길 권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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