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재 신채호 선생의 조선상고사를 8년 전에 구입했었습니다. 매번 읽으려고 폈다가 조금씩 밖에 읽지 못하고 책을 덮어두기를 반복했었습니다. 역사적 사건을 꼼꼼이 따지는 책이라 역사에 무지해서 읽기가 힘들기도 했지만 몸이 아파서 책을 읽기가 힘들었거든요. 몸이 나은 것은 아니지만 몇일 비가 내리는 바람에 산에도 못가고 - 척추 측만이라 운동을 해야 그나마 몸이 덜 아픕니다 - 그 핑계로 근근히 읽었습니다.
조선 상고사 책은 여러 종류가 나와 있습니다.
단재 신채호 기념사업회 이만열 교수 주석본
비봉출판사 박기봉 역
역사의 아침 김종성 역
등등
제가 읽은 것은 비봉출판사 박기봉 역 조선상고사입니다.
까막눈에 무지랭이 주제에 너무 고결한 책을 읽은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요즘은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이라는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자격증도 있어서 연령대와 상관없이 응시하는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혹시나 역사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조선상고사를 꼭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하겠습니다. 제가 읽은 책이라 저는 비봉출판사 조선상고사를 추천하겠습니다.
단재 신채호 기념사업회에서 발행한 조선상고사는 한자가 아주 많습니다. 국한문 혼용체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말투도 옛날투가 많습니다. 가령, 조선상고사 첫 문장의 경우 비봉간 조선상고사는 "역사란 무엇인가" 인데, 단재 신채호 기념사업회에서 발간한 조선상고사는 "역사란 무엇이뇨?"로 되어 있습니다. 그 뒤로도 책 전체에 옛날 말투가 아주 많습니다. 이만열 교수가 주석을 했다고 하지만 주석의 내용이 강단사학의 입장을 따르고 있어 조선상고사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주석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물론 저 역시 이만열 교수 주석본 조선상고사를 다 읽어 본 것은 아닙니다. 역사의 아침 김종성 역 조선상고사는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해당 서적을 다 읽어 본 것은 아니지만 서문을 읽어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어서입니다. 서문의 내용 중에 이해가 안되는 것들 몇 가지를 적어 보겠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그(신채호)는 민족주의자가 아니다. 무정부주의자다" 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독립 투쟁의 일환으로 무정부주의를 택하기는 했지만 민족주의자가 아니라는 말은 희안하게 들립니다. 게다가 아주 황당했던 것은 "신채호가 감옥이 아닌 서재에서 조선상고사를 집필했다면 나올 수 있었을 진정한 의미의 조선상고사를 재현하고자 했다. 그런 과정에서 조선상고사의 원문을 침해하지 않았을까? 하고 의심할 필요 없다." 라는 역자의 너무나 강한 자신감입니다. 또 "신채호는... 중국 역사서를 토대로 하여 우리 역사를 서술하는 자세를 지양했다"는 내용도 있는데 조선상고사를 읽어보면 중국 사료를 비판하고 있지 중국 역사서를 참고하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이 외에도 서문 곳곳에 이상하게 생각되는 내용들이 있어서인지 역사의 아침에서 발행한 김종성 역 조선상고사는 다른 출판사에서 발행한 조선상고사에 비해 매우 인상적인 조선상고사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반면, 책은 한자를 많이 쓰지 않아 한자를 싫어하는 분들이 보기에는 아주 좋아 보이더군요. 그 외 여기 저기 펴 보았는데 어느 부분에 "고구려는 중국 왕조에 사대를 하기는 했지만 조공무역을 통한 경제적 이익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외형상 사대(事大)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사대(事大)가 아니었다" 뭐 그런 내용도 나옵니다. 서문부터 이상하게 생각되는 내용이 많았는데 내용에서도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조선상고사의 관점과 완전히 배치되는 내용인 것 같습니다. 책을 고르는 것은 읽고 싶은 사람 각자의 몫이므로 제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저 역시 뭘 읽어야 할지 몰라서 이책 저책 비교하다 보니 알게 된 것을 몇자 적었습니다.
어쨌거나, 사실 저는 한국사 능력시험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오늘 알았습니다. (2020년 6월 28일) 모 온라인 서점에서 한국사 연표만 따로 나온 것이 있나 싶어 검색을 했더니 한국사 능력 시험 교재들도 몇 권 같이 나오더군요. 그걸 보고서야 "어? 저런 시험이 있었어?" 하는 생각을 했지요. ㅎㅎㅎ
한국사 능력 시험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 싶어 검색을 추가로 했더니 빽빽하게 공부한 분들의 노트며 연표 사진들도 검색이 되고 초등학생들도 그림책처럼 연표를 만들어 놓은 것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특히나 어떤 초등학생이 그려놓은 연표가 어찌나 깜찍한지 저장까지 해 두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산으로 들로 맨날 놀러나 다니면서 가재나 개구리, 미꾸라지를 잡으면서 놀았고 딱치치기 구슬치기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랐거든요. ^^
조선상고사를 읽어보시기를 권하는 것은 제가 역사를 잘 알거나 또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열렬한 팬이라거나 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한국사 능력 시험에서 고급 과정의 자격증을 취득하시는 분이라면 어쩌면 삼국사기나 삼국유사 같은 책들도 원문으로 읽어보려 하는 분들이 계실 수 있는데 그런 분들에게 도움이 될 유용한 내용이 많은 것 같더군요. 반면, 저는 한국사 능력 시험이라는 것이 있는 줄 알았으니 나도 자격증을 한 번 따 볼까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공무원 시험을 볼 나이도 지났고 무슨 시험에 득이 된다거나 하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이 나라에서 태어나 자랐으니 태어나고 자란 나라의 역사는 대강이라도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 뭐 그런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워낙 농땡이만 쳤으니 될런지는 모르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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