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적는 내용들은 제가 한문을 보다가 "도무지 차이가 뭐야?" 싶어 저 나름으로 생각한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내용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도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한문에는 1인칭 대명사가 아주 많습니다. 我(아), 吾(오), 予(여), 余(여), 己(기), 小人(소인), 寡人(과인), 朕(짐), 不肖(불초), 臣(신), 妾(첩), 신첩(臣妾), 僕(복), 고(孤), 已(이), 儂(농), 台(이) 등이 모두 1인칭 대명사인데, 이외에도 본좌라거나 본인이라거나 폐좌, 폐장 등등 더 많습니다. 이 많은 1인칭 대명사 중에 생각해 보아야 할 대명사는 我(아), 吾(오), 予(여), 余(여)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나머지는 시대적인 사회적 관계에서 그나마 대부분 파악이 되기 때문입니다.
朕(짐) 은 황제가 자신을 칭할 때 쓰는 말입니다. 寡人(과인) 고(孤) 台(이) 등은 황제국이 아닌 나라의 임금이 자신을 가리킬 때 쓰는 말입니다. 이 외에 나머지 1인칭 대명사들도 대강 파악이 됩니다. 하지만 我(아), 吾(오), 予(여), 余(여)는 모두가 '나'라는 뜻인데 구별하기가 조금 애매합니다.
我(아), 吾(오)는 둘 다 단수로도 쓰이고 복수로도 쓰입니다. 즉 '나' 라는 뜻으로도 쓰이고 '우리'라는 뜻으로도 쓰입니다. 하지만 그 둘을 쓸 때의 차이는 기미 독립 선언서 앞부분이나 부처님이 태어나시면서 하셨다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보면 파악이 어느 정도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吾等(오등)은 玆(자)에 我(아) 朝鮮(조선)의 獨立國(독립국)임과 朝鮮人(조선인)의 自主民(자주민)임을 宣言(선언)하노라.
"우리"라는 뜻으로 吾等(오등), 我(아) 朝鮮(조선)을 동시에 쓰고 있습니다. 吾等(오등)은 吾에 우리라는 뜻이 있음에도 여럿이라는 뜻을 보이는 반면, 我(아) 朝鮮(조선)에서의 我(아)는 모두를 지칭합니다. 한편,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는 부처님 말씀에서는 부처님 자신을 가리키면서 我(아)를 쓰고 있습니다. 이 둘을 비교해 봤을 때 我는 인간의 존엄성 또는 생명의 고귀함 같은 의미를 뜻하는 '나'이고, 吾는 사람에게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의 감각이 있고 말을 할 수 있으니 생각하고 판단하는 '나' 라는 뜻으로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개인일 때는 인간의 존엄성이나 생명의 고귀함에 기반하는 '나'이지만 단체나 국가인 경우에는 역시 인간의 존엄성 등에 기반하겠지만 해당 단체나 국가의 정통성이나 위엄 등을 함께 표현하는 것이 我인듯 합니다. 그러니 기미독립선언서에我(아) 朝鮮(조선)의 獨立國(독립국)임과 朝鮮人(조선인)의 自主民(자주민)임을 宣言(선언)하노라. 라고 천명했겠지요.
삼국연의 1회에 유비 관우 장비가 도원결의를 하고 군비를 어떻게 마련할까? 하고 고민하는데, 장세평과 소쌍이 나타나 말과 좋은 철을 줍니다. 그때 유비가
玄德曰:此天佑我也! (현덕이 말하기를, 이는 하늘이 우리를 돕는 것이다)
라고 합니다. 이때의 我는 황건적을 무찌르고 쓰러져 가는 한나라를 구하겠다는, 유 관 장 세명과 의병 수백인을 가리킬 것입니다. 단지 사람들의 무리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말을 하자면, '구국의 강철대오'를 지칭하는 숭고한 목적을 지닌 단체를 가리키는 것이지요.
오래 전에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을 처음 보았을 때, 똑같은 '나' 라는 뜻인데, 왜 천상천하유오독존(天上天下唯吾獨尊)이나 천상천하 유여독존(天上天下唯予獨尊) 등으로는 쓰지 않는가? 하는 의문때문에 많이 아리송했습니다.
요즘도 교복을 입지요. 교복이나 체육복 등 단체복을 입고 있는 경우 멀리서 보면 누가 누구인지 구별하기가 조금 애매합니다. 꼭 단체복을 입지 않아도 무리 속에 있는 사람을 구별하기도 사실 쉽지는 않지만요. 그렇게 무리 속에 있는 한 사람을 뜻하는 것처럼 자신을 가리키는 '나'는 余(여)로 표시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余(여)도 때때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행위자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의 '나'는 予(여)로 쓰는 듯 합니다.
어린 아들이 아버지를 따라 목욕탕 갔다가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네" 라고 했다는 이야기 아시지요. 수 천년동안 인간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계급사회였기에 왕후장상이나 공경대신에 따라 옷도 장신구도 음식도 수레도 모두... 무엇이던지 신분이나 계급에 따라 달랐습니다. 그러나 목욕탕에서 옷을 몽땅 홀라당 벗으면 그런 구분이 쉽지 않지요. 그때의 '나'가 余(여)이고, 그런 '나(余:여)' 가 어떤 행위를 할 때 쓰는 '나'가 予(여)인 듯 합니다.
현대 중국어에서 '나'는 '我' 라는 글자로 통일된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중국어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고전 한문에 대해서도 지식이 없으므로 뭐라고 해야 할지 사실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현대 중국어를 공부하는 상황이 아니라 고전 한문을 어떻게든 읽어보려고 하는 상황에서, 고전 한문에 '나'를 지칭하는 글자가 제각각 달랐던데 비해 형이상학적인 의미로 쓰인 我가 보편화되었으므로 이는 고전 한문에서 보이는 '나'와는 달리 생각해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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