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삼국연의) 관련 저작물 중에 "지도로 읽는다. 삼국지 100년 도감" 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삼국지(삼국연의)에 등장하는 각 인물들의 영역과 전투에 관한 것들을 지도로 표시하고 설명하는 책입니다. 일본에서 만든 것이지만 지도를 위주로 설명하는 책이 이것밖에 보이지 않아서 구입했습니다. 뭐 우리나라에서는 자체적으로 이런 책 안만들잖아요. 못만드는 것인가? 뭐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다음과 같이 생겼습니다.
저자는 바운드 (겉표지를 넘겨서 왼쪽 상단을 보시면 Bound Inc. 라고 되어 있으므로 사람 이름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감수는 미츠다 타카시
번역은 전경아
뭐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그러나, 겉 표지를 넘기고 몇 쪽 넘기지도 않았는데 황당한 지도를 보게 됩니다.
보이시나요? 한반도 북부의 왼쪽이 중국 영토로 표시되어 있는 것? 1980년대에 발행되던 삼국지(삼국연의) 지도에는 요동 부분이 중국 영토로 표시되지 않았답니다. 도무지 아래 지도는 어떤 것을 근거로 표시가 되었을까요? 혹시 동북아 역사재단이 제작했다는 그 지도 아닐까요? 관련 링크 찾으면 임기환 서울여대(?) 교수와 이덕일 한가람 역사문화 연구소장이 토론한 국회 관련 영상 찾을 수 있습니다. 당시 이덕일 소장이 지적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한반도 주변의 경우, 아래 지도는 하필 동북아 역사재단이 만들었다는 지도와 매우 비슷해 보입니다.
정사 삼국지는 읽어보지 못하였지만 삼국연의 본문을 읽어봐도 한반도에 위치한 지명은 나오지도 않습니다. 조조 역시 요동 정벌 한답시고 사막을 헤매다가 갑자기 길 안내자를 만나면서 물이 얕으면 얕아서 건너기 어렵고 물이 깊으면 깊어서 건너지 못하는 미지의 지역으로 일순간에 바뀝니다. 순간이동을 한 것이 아니라면, 작가가 지리를 몰랐다는 말 밖에 안됩니다. 원말 명초에 나관중이 만들고 명말 청초에 모종강이 다시 정리했지요? 모종강조차도 사실은 지리를 몰랐다는 말이 됩니다.
역대 중국의 문맹률이 80~90%에 육박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나관중이나 모종강은 상당한 지식인에 속하는 인물들입니다. 그런 인물들이 청나라때까지도 사실은 지리 정보를 몰랐다는 말이 되는데, 삼국연의를 지은이나 읽은 이나 들은 이나 아무도 몰랐다는 말 밖에 안되건만 떡하니 한반도 북부지방을 중국 영토로 표시하고 있는 겁니다.
백두산 정계비에 동위토문 서위압록(한자 생략)이라고 했습니다. 이는 강줄기 전체를 국경으로 삼는다는 말이지요? 동쪽은 토문강으로 서쪽은 압록강으로. 조선시대에는 그래도 뭔가 당시의 한국인이나 중국인은 상식이라도 있었나 봅니다. 서로간에. 하지만 위 지도가 고대의 강역을 표시하는 지도가 되기 위해서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요동이라고 쓰여진 바로 아래에 백두산 줄기가 있습니다. 백두산 줄기를 따라 압록강도 있지요. 그 아래 대동강도 청천강도 있겠지요? 묘향산맥, 적유령 산맥 등의 산줄기를 뚝 자르고 강줄기 몇 개를 잘라서 국경을 만든 겁니다. 조선시대에는 그나마 상식이라도 있었는데, 고대 한나라 때에는 잘났다고 우쭐거렸지만 실제로는 멍청이들만 있었다는 뜻일까요? 아니면 누군가 후대에 조작을 했다는 말일까요? 중국 한(漢)나라 당시의 연대와 비슷한 연대의 서양 역사에도 국경을 저렇게 잘라불였다는 기록은 없을 겁니다. 한마디로 기가 차는 지도인 것이지요. 강이면 강, 산이면 산, 강줄기 산줄기가 곧 국경이 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어이가 없는 지도인 것입니다.
한(漢)나라 무제 하면 그래도 중국에서는 당태종이나 강희제만큼 손에 꼽아주는 임금 아닌가요? 그런 임금이 거느리던 부하들이 머저리들이었을 리는 없고, 어이가 없어서 더 쓰지도 못하겠습니다. 도무지 위 지도는 어디서 기인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요. 저런 지도가 책 속에 소제목마다 붙어 있습니다.
오래 전에 누군가 극장에서 실험을 했다고 합니다. 극장 영상은 초당 24장의 그림이 보이는데, 24장의 사진 중에 한 장을 빼고 대신 마실 것 사진을 끼워넣었더니, 실제 영상에서는 화면이 빨리 지나가서 한 장씩 끼어있는 마실 것 사진을 보지 못했지만, 영상이 끝나고 나서는 많은 사람이 마실 것을 찾더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사람의 눈이 매번 보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지만 시각정보가 사람의 무의식에 저장이 된다는 말이 될 겁니다. 그렇다면 저 지도는 한반도 북부가 중국의 영토로 한국인들에게 인식이 되기를 바라고 만든 것은 아닐까요? 뭐, 동북아 역사재단에서조차 저렇게 지도를 만드는데... 쩝! 그보다 좀 더 황당하게 느껴지는 거 보여드릴께요.
삼국지는 세상과 인간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삼국연의라고도 안해요 ㅡ,.ㅡ)
여러분들은 삼국지(삼국연의)가 세상과 인간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하십니까? 1권부터 마지막 권까지 치고박고 싸우고 죽이는 내용이 대부분인데. 그런 모습만이 인간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 하다 못해 사랑하는 연인조차 한 쌍 안나오는데, 나오는 건 불륜, 정략, 간음 뭐 그런 것만 나오더군요. - 일본 내에서 전쟁이 발발하지 않는 이유는 또 뭐지요? 야꾸자들간에 전쟁을 자주 해서 그럴까요? 도무지 뭘 근거로 저런 평가를 내릴 수 있는지 몹시 궁금하네요. 삼국지(삼국연의)에 세상과 인간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 차라리 성서(Bible)를 권하겠습니다. 세상과 인간을 보기 위해서 책을 딱 한 권만 읽을 수 있다면. 성서는 하느님을 위한 책이라 안된다고 한다면, 로마 역사를 기록한 책을 권하겠습니다. 유적지나 사적지를 제외하면 동양의 옛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힘듭니다. 서구화 되었으니까. 그리고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서구적 삶의 원형은 로마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른쪽 페이지에 제가 연필로 그은 줄이 있는데,
삼국 시대의 스토리가 흥미진진한 것은 속고 속이는 계책과 죽고 죽이는 전쟁을 통해 난세를 헤쳐나가는 인간 군상의 모습에 있다. 이들이 만들어 내는 인간의 원형이야말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며,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우리의 모습일 것이다.
도무지 일본 사람들은 몇 세기에 살고 있는 것인지, 전쟁이라는 전체는 배제한 채 연속적인 전투만을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일본에는 2021년인 지금도 여전히 속고 속이고 죽고 죽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뜻인지, 그것이 또 인간의 원형이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우리(일본)의 모습이라... ㅡㅡ?
뭐 지금도 전쟁이 없지는 않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국지전이 발생했고 지금도 어느 곳은 전쟁 중에 있을 수도 있지요. IS같은 테러단체도 있으며, 우리가 편안히 쉬고 놀고 먹을 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첩보전을 치르며 알게 모르게 희생되는 이들도 있을 겁니다. 드러난 국지전이야 그들간의 분쟁이라고 하겠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는 첩보전은 전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쟁을 막기 위해서 하는 일 아닌가요? 뭐, 그런 것으로 아는데... 전쟁이 발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온세상 나라들이 애를 쓰고 있다고 하더군요.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이 세상에서 일본 사람들이 가장 불행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일본 정부가 일본 국민에게 역사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고 오히려 왜곡된 역사를 가르친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일본이 역사를 가르치지 않으니 전쟁의 참화가 어떤 것인지 도무지 실감을 못하고 사는 것 같네요. 하긴 저 역시 어릴 때는 전쟁영화를 보고 뭐 그럴 때는 우리편(?)이 이기기를 바라기도 하고 뭐 철없이 자랐습니다. 그러나, 전투의 당사자가 아니라 전투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 가축들, 부서진 건물들, 부모를 잃고 울고 있는 아이들 모습들이 찍힌 사진들을 보면서... 섬뜩함 같은 것을 어느 때부터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삼국지(삼국연의)의 독자는 최소한 한중일 3국에서는 그 독자층이 10세 이하의 어린이부터 80세가 넘은 노인분들까지 진정 다양한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을 겁니다. 코흘리개 어린 아이에게 죽고 죽이는 것이 바로 인간의 삶의 모습이라고 하고 싶은가요? 이 책이 19금 책은 아니지요? 10살 어린아이라도 총명한 아이라면 펼칠 수 있는 게 바로 삼국연의와 같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책에다가 속이고 죽이는 것이 인간의 원형이라고 서문을 쓰고 있는 일본이 차라리 애닳고 가엾네요. 그리고 그걸 곧이곧대로 번역하였다는 것은 훌륭한 분들이 많은 가운데서도 몰지각한 사람들도 있다는 뜻이겠지요.
해마다 원폭 피해자 코스프레는 하지만, 아직까지 속고 속이고 죽고 죽이는 것이 일본인들의 삶이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일본인들의 삶이라고 말하는 정도라면(우리라고 하지 말고, 일본인이 생각하는 우리에 전 세계인을 다 포함시킬 필요는 없잖아요), 전쟁의 폐허가 어떤지 실감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뜻이 되는 것 아닌가요? 10여년 전에 일본 후쿠시마 지역에서 지진과 쓰나미가 있었습니다. 원전 사고는 방사능이 있으니까 배제하십니다. 그런 폐허가 일본 전역을 덮었다고 한 번 생각해 보세요. 그게 바로 전쟁이 만들어 내는 폐허에 아마 가까울 겁니다. 섬나라이다보니 수 천년간 외침은 원폭 두 발 외에는 거의 받은 적이 없어서, 전국적인 폐허가 있었던 적이 없으므로 도무지 실감을 못하는 것일까요? 일본에도 과거 전국시대가 있었다는 것은 저도 압니다. 아무리 일본 역사를 모른다고 해도. 그 이후로 일본 내에서도 전쟁이 없었지만 수 백년간 외침도 거의 받은 적이 없지요?.
삼국지(삼국연의) 제일 앞 글자는 三입니다. 도덕경을 한 번도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지만, 도생일, 일생이, 이생삼, 삼생만물(한자 생략) 이라는 구절은 어째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원래 삼(三)은 치고박고 싸우고 죽이는 숫자가 아니라 만물을 생성하는 기본수이고 완전수로 알고 있습니다. 1도 아니고 2도 아니고 3이라야 만물이 생겨나는 것이지요. 하지만, 삼국지(삼국연의)에서는 생성의 숫자가 아니라 소멸의 숫자를 대변해 버렸습니다. 속이고 속고 죽이고 죽는 전쟁을 통해 난세를 헤쳐나가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 끝나고 뒤돌아보면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은 것이 요즘 전쟁입니다. 일본 전국시대처럼 말 타고 칼 휘두르던 전쟁을 생각하면 매우 곤란합니다. 정히 전쟁의 폐허를 알고 싶다면 동서로 나눠서 일본인들끼리 한 번 치고박고 해 보시던가.
우연히 눈에 띄어서 책을 사긴 했지만, 이건 뭐 역사왜곡에다 너무나 시대착오적인... 선혈이 낭자할텐데 흥미진진하단다. 코흘리개가 볼 지도 모르는 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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