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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대세 분구필합 합구필분 (天下大勢, 分久必合, 合久必分)

참그놈 2021. 2. 1. 14:24

천하대세 분구필합 합구필분(天下大勢, 分久必合,  合久必分)은 삼국연의 첫부분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뭐 해석은 삼국연의를 읽어보신 분들은 다 알고 계실 겁니다. 천하는 나뉘었다가 합하고 또 합하였다가 또 나뉜다. 뭐 그런 뜻이지요. 역사를 잘 모르지만 적지 않은 왕조가 흥망을 거듭하면서 통일을 했다가 분열을 했다가 하는 과정을 반복했으므로 반드시 틀렸다고 하기는 그렇지만, 또 한편, 웬지 만고불변의 법칙이라도 되는 듯한 느낌도 있습니다. 만약이지만 천하대세 분구필합 합구필분(한자 생략)이 만고의 법칙이라면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을까요?

 

삼국연의에서 천하대세 분구필합 합구필분(한자 생략) 다음에 이어지는 구절은 주말칠국분쟁 병입어진(周末七國分爭, 並入於秦)입니다. 주나라는 통일 왕조였나요? 아닙니다. 봉건제 국가였습니다. 즉, 중앙집권적인 국가가 아니라 본질은 봉건제에 기반한 지방자치제에 가까웠습니다. 현대의 지방자치제도 역시 중앙정부가 있으므로 진나라의 군현제나 한나라의 군국제와는 다릅니다. 즉, 원래부터 중앙집권적인 왕조가 아니라 지방분권적인 나라였는데, 분구필합(分久必合)이라는 말로 지은이가 착각을 했던지 아니면, 역사를 돌이켜보니 그렇더라면서 자신의 이해를 타인에게 전가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즉, 천하대세 분구필합 합구필분(天下大勢, 分久必合,  合久必分)은 통일왕조가 분열하고 분열되었던 국가들이 다시 합치는 과정을 설명하는 무슨 법칙처럼 이해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 주(周)나라는 중앙집권적 통일왕조는 아니었다는 것을 간과한 것인지, 또는 그 사실을 외면한 것으로 생각되는 겁니다.

 

중국(China) 주나라가 건국된 것은 기원전 1100년 경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1000년도 훨씬 더 흐른 후에, 중국에도 삼국시대가 있었지만 우리 역사에도 삼국시대가 있었습니다.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이지요. 가야가 있었지만 신라에 병합되어 버린 까닭인지, 그리고 세월도 많이 흘렀고, 고려 17대 황제이셨던 인종(?, 1145 -고려는 고려의 임금을 황제라 칭했습니다) 때 삼국사기를 저술하였으므로 가야에 대한 기록이 적었을 수도 있습니다. 김부식이 삼국사기를 기록할 무렵에서 무려 약 500여년이나 전에 신라에 병합되었으니까요. 어쨌거나, 가야는 어쩌다 보니 빠졌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삼국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고구려가 백제와 신라를 병합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즉, 천하대세 분구필합 합구필분(天下大勢, 分久必合,  合久必分)이라는 어떤 현상은 역사라는 것이 시작되던 시기부터 이후로까지 모두 통용이 되는 공통의 규칙? 또는 법칙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고구려가 고조선을 계승했다고 할 때, 고조선의 전통은 같은 계통에서 독립해 나간 이웃나라까지 모조리 병합하여 진시황이 펼쳤다는 군현제마냥 중앙집권적인 정치형태를 구현하려고 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제가 쓴 어느 포스트에 역사는 만리장성 이전과 이후로 나뉠 수 있을 것이다 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어느 포스트인지 모르겠어요 ㅡ,.ㅡ) 만리장성을 쌓고 훈족은 유럽으로, 우리는 삼국시대가 결국 신당연합군(나당연합군)에 의해 와해가 되니까요. 고구려가 백제나 신라를 병합하지 않았다는 것에 주목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고조선으로부터 전해오던 어떤 전통 - 중앙집권적인 국가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 역시 함께 와해되었다는 것입니다. 삼국시대가 그렇게 종언을 고하고 마침내 천하대세 분구필합 합구필분(天下大勢, 分久必合,  合久必分)이라는 어느 중국 소설가의 말이 마치 만고에 통용되는 법칙인양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지요.

 

하필 훈족이 유럽으로 건너가면서 게르만족이 이동하고 그래가지고 로마는 망하고 그 이후로 유럽에서도 천하대세 분구필합 합구필분(天下大勢, 分久必合,  合久必分)같은 사건들이 일어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뭐 틀린 말도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원래 이 포스트에는 처음부터 서너단락은 쓰던 것이고 그 이후에 별도의 내용을 작성하다가, 음... 써도 될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지웠습니다. 그리고는 나머지 단락으로 대신했습니다. 이미 천하대세 분구필합 합구필분(天下大勢, 分久必合,  合久必分)이 상식이 되어버린 세상이기도 하고, 역사에 무지하기도 하고, 또, 제가 쓰는 포스트에는 중국이나 일본을 비판하고 경계하는 것들이 많은데 무슨 또 오해가 될만한 내용을 덧붙이기도 싫고.... 게다가 이미 수 천년이나 지난 이야기이기도 하고. 순전히 저의 뇌피셜이라는 말이지요. 그래서 삭제하였습니다. 이 내용을 여기다 덧붙여두는 것은 저 자신이 잊어버릴까봐 덧붙여 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