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발달장애 아동 치료사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볼일이 있어 누이네 집에서 몇일 묵었는데, 아무래도 생활리듬이 다른지라 새벽에 일찍 깨어 할 일은 없고... 그러다 동생이 가지고 있는 초중등 국어사전을 펴 봤습니다. 사실은 이 책 저 책 아무거나 빼 보다가 초중등 국어사전은 뭘 담고 있나? 싶어서 펴 본 것이었는데, 충격이었습니다. ㅡ,.ㅡ
아래 사진이 제가 임의로 아무 곳이나 편 페이지입니다. 왼쪽 하단에 사창(私娼) 이라는 단어가 보이시나요? 한자 뜻도 적어 놓았네요. 사사로울 사, 창녀 창 ㅡ,.ㅡ 이런 단어가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위한 국어사전이라고...? @@ 눈이 다 휘둥그레.........
위 사전의 겉표지는 아래와 같이 생겼습니다. 동생에게 "네가 보는 사전에 이런 단어가 등재되어 있다" 뭐 그런 이야기는 안했습니다. 어떤 사전에 어떤 개별 단어가 채록되어 있는지 누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해당 문제는 제 동생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동생에게는 아무런 말도 안했습니다. 그러게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 사창(私娼) 이라는 단어를 알아야 하나요? 요즘은 쓰지도 않는 말인데... 혹시나 해서 공창(公娼)이라는 단어가 있나 해서 찾아봤더니 공창(公娼)이라는 단어는 또 없더라고요.
뭐 사전을 펴 보면 이름 있는 대학의 교수 사진도 있고 뭐 그래요.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학 교수가 만든 사전이라고 하는데, 왜 쓰레기처럼 생각이 될까요. 사창(私娼)이라는 단어에 놀라서 사전 여기저기를 펴 봤는데 일관성도 없는 것 같더라고요.
아래 사진에 ㄱ 부분을 보면 "기역이라 이른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세종대왕 당시 "ㄱ난 엄쏘리니 군자 첫소리와 같으니라...(한자생략)" 하면서 해례가 있는데, 사실 기역이라는 명칭이 세종대왕 당시에는 없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ㄱ 을 기역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람들 모두가 기역이라고 불렀기 때문에 기역이 된 것은 정확하게는 아닙니다. 국어학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지만 국어학의 계통을 완전히 무시하는 설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기역 니은 등의 명칭이 어디서 유래했는지 검색하면 중종 임금님 때 최세진이 훈몽자회를 지으면서 유래했다는 이야기와 대일항쟁기에 한글 자모에 대한 명칭이 최세진의 설명에 부가하여 최종적으로는 1980년대 말에 정해졌다는 내용이 있는데, 그런 노력들이 무시된 설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앞서 일관성이 없다는 언급을 하였지요? 해당 페이지와 다음 사진을 잠깐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일관성이 없다는 언급에 대한 사진입니다. 위 사진과 아래 사진을 비교해서 보세요. 아래 사진의 ㄴ 다음에 나 라는 음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다라마바사가나를 도레미파솔라시의 대용으로 쓰지요? 그런데, 위 ㄱ 항목을 설명하는 부분에는 가 음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문명이 있는 곳에는 음악이 없는 곳이 없는데, 어느 글자를 설명하면서는 음계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고 또 어느 곳에서는 음계에 대한 설명을 누락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관성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또 하나 기분이 나빴던 것은, 나 라는 단어에 대한 설명 순위입니다. 음계 나 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 곧 개별적인 자기 자신이나 공동체를 뜻하는 나(I, Self, 자기 자신, 我, 吾)가 음계 설명보다 하위에 위치해 있다는 것입니다. 사전에 일관성이 있어서 가 음에 대해서도 항목이 있고 설명이 있었다면, 이런 불만은 제기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음악, 즉 율려(律呂)는 인간이 이 세상에 살기 이전부터 있었던 어떤 질서를 상징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제 동생이 발달장애 아이들을 치료하면서 사창(私娼)이라는 단어를 찾아보았으리라는 생각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말도 안되는 상황이니까요. 하지만, 해당 사전을 자녀들을 위해서 구입하는 부모가 있다고 할 때, 현직에서 발달장애 아동을 치료하기 위한 참고서적으로 구입하는 치료사들이나 자녀를 위해서 구입한 부모에게나 도무지 유익하게 보이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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