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합시다/먹거리

샤인머스캣, 무지하게 다네요.

참그놈 2021. 9. 18. 16:24

누이가 지나가다 샤인머스캣 포도를 한 송이 주고 갔습니다. 샤이머스캣 아시죠? 껍찔째 먹는 청포도...

샤인머스캣을 먹어볼 날이 있을까? 라는 생각조차도 하지 않고 사는데 어째 살다가 샤인머스캣을 다 먹어 보네요. 비싸기도 비싸다던데...  저희 누이가 포도를 한 송이만 주고 간 것도 까닭이 있답니다.

 

 

저는 포도를 거의 먹지 않습니다. 포도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포도를 못먹는다고 해야 하나! 뭐 그렇습니다. 어릴 적부터 그랬습니다. 그런 까닭인지 초등학교 때는 포도를 어쨌거나 먹어보려고 애를 많이 쓰기는 했는데 결국 저는 못먹겠더라고요. 그래서 제 기억으로는 중학교 진학한 이후로는 아마 포도를 30년 이상 먹지 않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포도를 과일로 먹으면 못먹지만 포도를 재료로 가공된 것은 괜찮습니다. 건강식품 만드는데서 만드는 포도즙이나 또는 마트에서 파는 포도 쥬스, 와인, 포도쨈 등은 또 괜찮습니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포도를 과일로는 먹지 못했던 것 때문인지 살면서 아예 포도나 포도 가공식품 쪽으로는 시선조차 돌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때는 바다가 가까운 남부지방에 살았지만 지금은 그 보다는 내륙에 살고 있어서 바다를 보기는 힘들지만 포도밭은 또 많이 보이는 동네네요. 포도 쪽으로는 눈도 돌리지 않는데... ㅋ  하지만, 현재 살고 있는 곳으로 이사를 와서 여러 포도 중에 거봉 이라는 포도를 우연히 먹어 보게 됩니다. 알이 굵은 포도 있잖아요. 살면서 포도를 전혀 먹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제가 먹는 포도라야 많아야 다섯알? 뭐 그 정도를 넘은 적이 제 기억으로는 없습니다. 누군가 거봉을 먹으라고 한 상자 선물로 주던데 포도를 보면 겁부터 나니까 이웃 아주머니 드리고 한 송이만 먹었습니다. 주시는 분 성의도 생각을 해야 되잖아요. 알러지도 아니고 포도만 먹으면 먹는 양에 비례해서 몇일간 치아가 시려요. ㅡ,.ㅡ  그런데 거봉 이라는 품종은 괜찮더라고요. 한 송이를 다 먹어도 이가 시리지 않았지요. 그럼에도 원체 포도랑은 사이가 안좋아서였는지 지금도 포도를 먹고 싶어서 사거나 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일상에서 포도라는 과일은 제 머릿속 사전에서 없는 셈이지요.

 

어쨌거나 포도랑은 너무나 거리가 있다고 할 수 있는 처지인데 샤인머스캣이라는 포도를 다 먹어볼 기회가 다 생기네요. 그런데, 샤인머스캣을 먹어보니까 무지 답니다. 포도송이에서 처음 한 알을 떼어서 입에 넣고 씹어봤는데 그렇게 달다고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 알 한 알 먹다보니 샤인머스캣이 달지 않아서 단맛을 느끼지 못한 것이 아니라 너무 달아서 처음 먹은 두 세알은 달게 느끼지 못한 듯합니다.

 

한 송이를 다 먹었는데 혹시 샤인머스캣도 먹고 난 다음날 이가 시리게 된다면 오늘 제가 큰 실수를 하게 된 것이고 아무렇지 않다면 매우 좋은 과일을 한 송이 맛 본 것이 될 듯 합니다. 그러나 너무 달아서인지 포도 송이가 크지도 않았는데 작은 포도 한 송이를 혼자서 먹기는 좀 그렇더군요.

 

혹시 저처럼 포도를 먹지 못하는 분이 계시다면 품종을 다른 것으로 한 번 드셔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저는 어릴 때 알이 작은 포도만 먹어 봤기 때문에 무슨 포도를 먹어도 먹지 못할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거봉이라는 포도를 먹었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또, 추풍령과 상주 사이에 팔음산이라는 산이 있는데 그 근처에서 재배하는 포도도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오늘 자고 내일 일어나 이가 시리지 않는다면 제가 먹을 수 있는 포도 품종이 최소한 3개는 되는 것 같네요. 하지만 팔음산 근처에서 먹었던 포도는 품종을 기억하지 못한답니다. ㅡ,.ㅡ

 

혹시나 포도를 어떤 사유로 먹기 힘들다 뭐 그래가지고 몇 십년을 먹지 않다가 저처럼 포도라는 단어를 영영 잊어버리게 될 수도 있잖아요. A4 용지에 먹고 싶은 음식이나 과일을 마음껏 써보라고 하면 그 숱한 음식이나 과일 중에 딱 하나 아마 포도는 빠져있을 것입니다. 이제는 먹어도 되는 포도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마 그렇게 될 것 같아요. 포도라는 단어를 저 스스로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