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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존여비(男尊女卑) 라는 말의 뜻

참그놈 2021. 9. 23. 23:25

남존여비(男尊女卑 : 이하 한자 생략)라는 말이 있습니다. 간단하게 뜻을 풀면 남자는 존귀하고 여자는 비천하다 뭐 그런 뜻이라네요. 진짜 그런 뜻 맞을까요? 남녀가 유별하다거나 남녀칠세부동석 등 남녀간의 예절을 가르치는 것들이 있었는데 옛날에는 왜 그렇게 남녀간의 예절을 그렇게 구분해서 가르쳤는지 자세히는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남존여비라는 말이 남자는 존귀하고 여자는 비천하다 라는 말의 뜻은 잘못 풀이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남자가 존귀하고 여자가 비천하면 장쇠에게 쌀밥이나 고기반찬을 먹이는 마님도 있었다는 것 같은데 그런 관계는 또 왜 생겼을까요?

 

책마다 다 끝까지 다 읽어보지 못했지만 위 구절은 근사록 1장에도 나오고 계사전에도 나오는 어구 같습니다. 건도성남 곤도성녀(乾道成男 坤道成女) 뭐 그러더니 남존여비 라는 말이 나오지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사극에도 남자는 존귀하고 여자는 비천하다고 하면서 꼬박꼬박 자기 아내를 양반들은 부인! 이라고 부르지요? 혹시 우리나라 사극에서 자기 아내를 이년 저년 이라고 부르는 모습 보셨나요? 조선시대는 신분사회고 계급사회였습니다. 임금으로부터 사대부의 반가에서까지 자기 아내를 이년 저년 그런 식으로 부르는 경우는 우리나라 사극에서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중전, 부인 등등 하면서 또는 정경부인 마님, 숙빈 마마, 대감마님, 영감마님 등등 계급에 맞게, 또 품계에 맞게 구분해서 부르지요. 여성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상감 또는 전하, 나으리 등등 격에 맞추어 호칭을 씁니다. 그런데 무슨 까닭인지 남존여비 라는 말이 남자는 존귀하고 여자는 비천하다는 뜻으로 둔갑을 한 것인지 아니면 오도되어 뜻풀이가 전해지고 있는 것일까요?

 

조선시대의 품계가 9가지에서 또 정이냐 종이냐에 따라, 즉 정 1품, 종 1품 하는 식으로, 각 품계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 달랐습니다. 사과를 그냥 사과라고 부르지 않고 부사 사과, 홍옥 사과, 인도 사과 하는 식으로 사과를 품종마다 모두 구분해서 부르는 사람 보셨나요? 특정한 경우를 제외하면 그냥 뭉뚱그려 사과라고 부르지요? 그런데 옛날에는 사람을 부를때 계급마다 품계마다 다 구분해서 불렀다는 말입니다. 남자건 여자건. 단 귀족의 경우에 그렇다는 말입니다. 일반 백성들에게도 그런 구분이 전혀 없지 않았습니다. 다만 양반이나 귀족들처럼 그렇게 세분화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지 일반 백성들도 그런 구별은 어느 정도 있었다는 말이지요.

 

물론 경우에 따라 매우 비하적으로 이년 저년 하면서 부르는 경우도 있기는 합니다. 국문장(형법상의 조사)이나 종이나 하인이 잘못하거나 뭐 그럴 때는 이년 저년이 아니라 남자인 경우 이놈 저놈이라고 부르기도 하잖아요. 즉, 신분 차이가 나는 경우 그렇게 말을 하는 경우가 있고 죄인을 향해 그렇게 비하적으로 부르기도 하는 모습은 볼 수 있습니다. 사극이라도. 그러나, 위로 임금으로 부터 아래로 백성들에 이르기까지 남자는 존귀하고 여자는 비천하다면서 항상 비하적으로 부르지는 않습니다. 일반 백성들의 삶에서도 여보 마누라! 임자, 자네 등등 때에 따라 경우에 따라 부르는 호칭이 있었습니다. 여보 마누라! 라는 말이 그래 여자가 비천해서 부르는 말인가요? 그렇다면 동궁 마누라는 어디서 나온 말일까요? 동궁이 뭔지는 아시지요? 세자(왕자) 말입니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다 라는 말이 있고 그와 반대로 여자는 남자하기 나름이다 라는 말도 있습니다. 순서를 바꿀까요? 여자는 남자 하기 나름이다 라는 말이 있고 그와 반대로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다로? 왜 말의 순서를 가지고 조심하느냐 하면 남존여비 라는 말을 가지고 왜 남자를 먼저 앞에 두었느냐 여자를 뒤에 두었느냐? 뭐 그러면서 따질까봐. 그러나, 남존여비라는 말은 그 두 말을 한데 합친 것이지 남녀 둘 중 어느 쪽은 존귀하고 또 어느 쪽은 비천하다는 뜻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뭐 그런 사회가 있는지도 모르지요. 일본 예능을 본 적은 없지만 유튜브에서 자투리 영상은 한 두개 봤는데 출연하는 여성이 경우에 따라 짐짝처럼... 이슬람 사회도 여성은 도구이며 재산이라고 하기도 하고...

 

예전에는 남녀의 역할이 비교적 구분이 되어 있었다고 한다면 요즘은 여성이 남성이 하는 일을 상당수 하는 경우가 있지요? 건설현장이던 기타 산업현장이던 또는 전문직이던 예전에는 남자들이 대부분 하던 일을 요즘은 여성이 하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존여비라는 말은 남녀의 역할이 비교적 확실히 구분되어 있던 시절에 있었던 말씀이라는 것을 고려하여 생각하여야 하고 사극에서 구현되듯 여자가 항상 비천하게 그려지는 것이 아님을 고려하여 그 말이 담고 있는 뜻을 오해하거나 오도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존여비라는 말이 왜 남자는 존귀하고 여자는 비천하다는 말로 오해된 채로 사람들 사이에서 뜻풀이가 전해지고 있는지 잘 모르긴 하지만, 우리나라는 100여년 전만 해도 조선왕조 시대였고, 대일항쟁기(일제강점기)를 거치고 625의 폐허를 재건하느라 조선시대와 같은 신분 계급 사회가 사라졌지만, 단지 신분 계급 사회만 사라진 것이 아니라 한문을 기반으로 하던 학문적 전통이나 토대 역시 상당히 와해되었다고 봐야 합니다. 전쟁통에 글의 뜻과 그 의미를 알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많이 사라졌고, 나중에 한문을 공부하겠답시고 또는 전통을 복원하겠답시고 옥편이나 자전을 폈더니 존(尊)자는 존귀하다는 뜻이고 비(卑)자는 비천하다고 옥편이나 자전에 써져 있는 그대로 남자는 존귀하고 여자는 비천하다라는 새로운 뜻(?)을 얻게 되었는지도 모르지요. 반면, 어쩌면 일본 제국주의의 꼼수인지도 모르긴 합니다. 일본은 무사사회이므로 여성에게 보다 막대하는 사회적 모습이 있나본데, 남녀나 상하간의 예(禮)가 수 백년간 유지되어 이어지던 조선사회를 근간부터 흔들기 위한 꼼수로 그런 뜻풀이를 의도적으로 유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제가 생각하는 남존여비의 뜻은 앞에서 이미 밝혔습니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고 여자는 남자하기 나름이다 라는 말을 함께 말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요즘보다 옛날에는 남녀간의 역할이 비교적 구분되어 있었다는 것도 상기하시면서 여러분들도 혹시 남존여비(男尊女卑)라는 말씀을 우연히 보게 되면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혹시 누가 이 글을 보게 되어서 그렇다면 거안제미(擧案齊眉)는 또 뭐냐? 라면서 따지시려나...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