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연의를 보면 "인중여포 마중적토 人中呂布 馬中赤兎" 라는 말이 나옵니다. 여포가 워낙 강한 무장이고 적토마 역시 삼국연의에서는 최고의 말(馬)이므로 그냥 칭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외에 삼국연의 팬들 사이에서는 여포가 최고다 관우가 최고다 등등 하면서 삼국연의에 등장하는 여러 무장들의 무력을 비교하고 논쟁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별 생각없이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다시 보니 이게 무슨 뜻일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뜻은 벌써 앞에다 써 놓고는 또 무슨 뜻인가?를 생각한다니 우습지요. ㅋ
혹시나 인중여포 마중적토 人中呂布 馬中赤兎 가 나오는 원문을 어디서 볼 수 있을까 싶어 검색을 했더니 찾기가 힘드네요. 어쨌거나 인중여포 마중적토 人中呂布 馬中赤兎는 여포가 기병 10여기로 흑산적 10만이 우글거리는 곳을 무인지경으로 휘몰아치는 모습을 보고 생겨난 칭찬이라고 합니다. 정사에 그렇게 적혀 있다고 하는군요. 여포가 뛰어난 무장이기는 했지만 삼국연의에 "인중여포 마중적토 人中呂布 馬中赤兎" 라는 칭찬이 가미된 것은 납득이 잘 안되더라고요.
아시다시피 삼국연의는 정사 삼국지를 근간으로 가공의 이야기를 버무린 소설입니다. 아무리 소설이라고 하지만 역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그 내용에는 촉한이 정통이니 위한이 정통이니 하는 정통론부터 인물, 사건 등등 실제 역사와 무관하지 않은 주제와 내용들이 나옵니다. 그런데, 여포는 매우 뛰어난 무장이었던 것이 사실이겠지만 장비가 여포를 향해 삼성가노(三姓家奴)라고 욕하듯 패륜아에 가깝습니다. 그런 인물을 "인중여포 마중적토 人中呂布 馬中赤兎" 라고 삼국연의에는 적어놓았습니다.
한나라는 유학(儒學)을 통치이념으로 삼았습니다. 보통 우리는 한나라 임금들을 한무제 광무제 등등으로 부르지만, 실제로는 효무제, 효선제, 효경제 등등 모두 묘호 앞에 효(孝)자를 붙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나라 임금들의 묘효에 모두 효(孝)자가 들어가는 것만 보아도 외면적으로는 유학을 얼마나 강조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삼성가노(三姓家奴)라는 욕을 듣는 여포에게 인중여포人中呂布 라는 칭찬을 쓴 것이 혹시 작가 - 나관중? 모종강? - 가 의도적으로 뭔가 다른 뜻을 숨겨놓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생각해 보세요. 친아버지 하나에 의부 둘 - 정원과 동탁 - 해서 성(姓)이 3번이나 바뀝니다. 어려운 시기에 만에 하나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가령, 아주 어렸을 때 피난을 가다가 부모를 놓쳐 누군가가 대신 키우다 그 부모마저 죽어 또 다른 양부모가 생긴다거나 할 수도 있는 것 아니겠어요. 하지만 여포의 경우는 의부인 정원과 동탁을 여포가 죽인다는 것이 문제겠지요.
삼국연의 정통론이 왜 논쟁이 되는지는 잘 모르긴 하지만 어쨌거나 한나라가 유학을 통치이념으로 채택한 이후 유학은 중국사회의 근간이 됩니다. 당나라 청나라 등 이민족이 중국을 지배하던 시기에도 유학을 관학으로 삼았지요. 민간에서는 도교가 성행하고 불교가 전파되기는 했지만 2000여년을 한결같이 유학을 기준으로 관리를 선발하고 임용했는데, 삼국연의가 언제부터 중국 사회에서 성행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런 사회에서 "인중여포 마중적토 人中呂布 馬中赤兎" 라는 칭찬이 갑자기 생뚱맞게 느껴지더군요. 중국 사회의 전통? 뭐 그런 차원이라면 여포는 막말로 개 썅노무 후레자식인데 인중여포人中呂布라니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세요? 그래서 이게 무슨 다른 뜻이 있나? 싶어 검색을 하다가 이 포스트를 썼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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