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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는 조폭 액션영화였을까?

참그놈 2022. 4. 28. 19:18

신세계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2012년에 개봉하였고 이정재, 황정민, 박성웅 등이 출연한 영화입니다. 영화 신세계를 모르는 분들은 안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드루와!

 

라는 대사는 매우 유명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문득,

 

신세계가 액션 영화인 것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습니다. 실제 영화도 경찰과 폭력조직간의 문제를 다루고 있으므로 액션 영화로 볼 수도 있는데 - 블로그 주인도 액션 영화로 봤습니다 - 생각을 하다 보니 액션 영화 이상의 것이 담겨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의 포스터에는 세 남자가 가고 싶었던 서로 다른 신세계 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강과장이나 정청은 사망하고 이자성은 경찰로 돌아가지 못한 채 오히려 폭력조직의 두목이 됩니다. 경찰과 폭력조직의 두목 이라는 부분 때문에 영화 신세계는 액션 영화로 생각하기 어려워 보이기도 합니다.

 

 

 

 

성서 창세기에 "하느님이 지으신 중에 뱀이 가장 간교하더라"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뱀으로 인해 인간은 타락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경작하고 잉태하는 수고와 고통을 겪지요. 그러면서 인류가 증가하기 시작합니다. 그 와중에 선악(善惡)이라는 문제는 항상 인류의 화두가 되었습니다만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명확하게 정할 수 없다는 결론 이상은 나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경찰은 법을 집행하지만 폭력조직은 먹고 살기 위한 모임입니다. 어느 조직이든 - 정당, 경찰, 검찰, 기업, 폭력조직 등등 - 모두 수입이 있어야 유지가 됩니다. 그리고 경찰은 검찰의 하급기관이도 하지만 이자성이라는 경찰 개인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알게 모르게 수익을 얻는 과정에서 골드문의 일원이 되는 인간의 이중성을 대표하는 캐릭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정당이나 기업, 폭력조직의 속성이 모두 같다고 하는 것에 이의가 있으십니까? 물론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내부자들 이라는 영화도 있었고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 같은 것도 있었고 횡령이나 배임 등에 관한 사건 등등 이익을 위해 규칙을 위반한다는 면에서는 모두 같은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성서에 따르면 하느님이 인간을 구속하시려 하면서 또한 자율성 역시 주셨다고 하더군요. 인간의 자율성으로 인해 인류가 성장하였으나 생산물은 항상 부족했고 그리하여 이권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은 계속되었습니다. 산업혁명으로 생산력은 비약적으로 성장하였지만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서 그런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꼭 주먹질을 하고 칼이나 총 같은 무기를 들지 않더라도 경쟁이라는 이름으로도 계속 투쟁하고 있다고 본다면, 강과장이 원하는 신세계는 완전한 구속을 통해 불법과 탈법의 범위를 줄이려고 한 것이고 성서적 기원까지 생각하면 인간의 자율성을 구속하려 한 것이고, 정청이 원하는 신세계는 구속을 원치 않는 자율성을 대표하는 인물로 보입니다. 그 와중에 이자성이 고민하다 경찰(개인으로서의 선악에 대한 갈등)을 포기하고 폭력조직의 두목(자율적, 주동적)이 되는 길을 택하는데, 사실은 신세계는 없다는 말이 됩니다. 신세계가 있다면

 

회개하라 그리하면 천국이 너희 것이라

 

하는 각성(覺性) 외에는 없는 셈이 됩니다. 성서를 인용하는 것이 못마땅 하시다면 남가일몽(南柯一夢)이나 한단지몽(邯鄲之夢) 같은 고사성어를 네거티브한 모습으로 풀어낸 영화일 수도 있겠다는 것이지요.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모두 경찰의 편에 서 있습니다. 석동출 회장의 정부 역으로 나온 여성이 있지만 존재감이 거의 없습니다. 신우 역을 맡은 송지효가 선(善)이라면 이자성의 부인 역을 맡았던 박로사는 선(善)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모두 강과장의 통제를 받는데 정청이 그 부하들과 식당에서 화목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 달리 오히려 경찰이 더 치사하고 더럽다라고 생각되는 부분들이 나옵니다. 선(善)을 위해 악(惡)을 제거하려 만든 경찰이 조직화 되면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이나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경찰이라는 조직과 경찰관인 한 개인의 사고와 행동은 다르며, 개인인 경찰관은 선악(善惡)이라는 갈등의 처지에서 고민하고 괴로워하지만 조직화된 경찰은 개인을 믿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자성의 선택은 필연일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도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네요.

 

어이! 부라더!, 이제 그만 선택해라...

그래야 네가 살어...

 

라는 대사는 도무지 믿을 놈 없는 세상이라는... 그리고 인간의 자율성은 억압되어서는 안된다는 뭐 그런 뜻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고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의 존재가 미약하기도 하지 않습니까. 뭐 그렇다고 영화 신세계가 범죄자가 되라는 뜻은 아닌 것 아시지요?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 없다고 하지 않습니까. 능동적으로 주도적으로 살으라는 말인데, 하필 이정재 배우의 극중 배역 이름이 이자성이지요?

 

명나라 말에 이자성 이라는 농민이 있었습니다. 명나라 마지막 황제인 만력제가 임진왜란을 지원하느라 군비를 많이 씁니다. 그리하여 세금을 많이 징수합니다. 그로 인해 이자성이 반란을 일으켜 황제가 되기는 합니다만 오삼계의 부모를 괴롭히고 오삼계의 애인 마저 뺏았다고 해야 할까? 뭐 그래가지고는 오삼계가 만주족과 연합하여 이자성을 칩니다. 즉, 신세계라는 영화의 최종 장면에서 이자성이 회장 자리에 앉기는 하지만 그리 길게 유지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영화 초반부에 석동출 회장이 차 사고로 죽지만 누가 죽였는가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석동출이라는 이름이 중요하려나요?

 

석동출을 한차로 쓰면 碩東出 또는 石東出 로 쓸 수 있을까요? Goldmoon 대표이사잖아요. Goldmoon이면 보름달, 즉, 만월인데, 해가 동족에서 뜨는 것처럼 달도 동쪽에서 큼지막하게 튀어 오른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처럼 이룰 거 다 이룬 것 같지만 돌대가리(Ego)이기도 하지요. 그리하여 석동출 회장은 젊은 아가씨를 찾지요? 석동출 회장이 가정(Home)이 있는지 뭐 그런 정황은 안나오잖아요.

 

한편, 황정민이 연기한 정청을 생각해 봐야 하는데, 이자성이 청(淸)나라에게 명한다고 했지요? 정청을 한자로 쓰면 정청(征淸 또는 政淸 - 청나라가 이자성을 친다 정복한다. 또는 맑은 정치를 편다)이라고 쓸 수 있을까요? 물론 영화에서 정청은 먼저 죽습니다. 그러나, 정청이 등장하는 화목했던 순간들...

 

아이가 아비를 닮으면 안되는데...

 

라면서 술과 음식을 나누며 화기애애한 그 분위기, 세 남자의 신세계는 사실은 별다른 것이 아니라 원래 그런 모습일 것이지만 그런 모습을 완성할 수 없는... 중국에 청(淸)나라가 들어서고 순치제 강희제 옹정제가 통치하는 평화로운 시기가 오지만 - 정청이 부하들과 화목한 시간을 보냈던 것처럼 - 청나라 역시 망합니다. 청나라 말기에 서구 열강이 쳐들어 오지요. 왕조시대의 개인이라는 존재와 산업화가 고도로 진행된 현대에서의 개인의 존재감은 점점 더 왜소해지고 무력해지는 그런 모습을 그렸다고 생각됩니다.

 

아이가 아비를 닮으면 안되는데...

 

라는 대사가 참...

산업혁명으로 분명히 생산물이 늘어났는데 어찌된 것이 더욱 팍팍해지기만 하는 것인지...

이권으로 인해 죽이고 죽으면서도 그 와중에 생명은 또 태어나지요? 아이는 이권 때문에 죽고 죽여야 하는 운명을 사는 아비를 닮지 않기를 바라지만... 꼭 그렇게 과격하게 생각하실 것은 없답니다. 항상 경쟁해야 되잖아요. 소상인들이야 뭐 서로에게 가해를 하겠습니까. 그러나 규모가 점점 커지면 단가 후려치기 뭐 그런 거도 하고 뭐 그러잖아요.

 

영화에서 이자성의 부인이 낙태하는 장면이 있지만 그것은 이자성이 경찰 - 생각하는 갈대? 또는 고도 산업사회에서의 미약한 개인 - 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라고 봐야지요.

 

 

액션영화인 줄 알았더니...

하긴 액션영화가 아니라고 하지도 못하겠네요.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