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총균쇠, 노트 10 : 개를 식용으로 쓰기 (Eating a dog)

참그놈 2022. 5. 5. 11:53

한국인들은 개를 먹는다면서 얼마 전에 일본인들이 한글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한 적이 있습니다. 개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것은 서구인들에게는 충격이므로 한글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시기에 그 상황을 활용한 일종의 고자질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일본 역시 개고기를 안 먹지는 않습니다. 중국이나 동남아에서도 개를 먹기도 합니다. 단, 일본에서 소비되는 개고기는 1년에 8톤? 뭐 그 정도 되는데 해외에서 수입한다고 하더군요. 어쨌거나 서구인들은 거의 개를 먹지 않는데, 서구인들에게 개는 가족이거든요, 총균쇠 9장 P.250에 개를 식용으로 쓰는 것에 대한 언급이 있네요.

 


개를 일상적으로 잡아먹는 풍습은 달리 육류를 구할 수 없는 인간사회에서 마지막으로 취하는 수단이었다. 아즈텍인들에게는 가축화된 포유류가 개밖에 없었고 폴리네시아인들과 고대 중국인들에게는 돼지와 개가 전부였다. 가축화된 초식 포유류를 많이 가진 복받은 인간 사회에서는 굳이 개를 잡아먹으려고 하지 않았고 다만 어쩌다가 별미로 먹었을 뿐이다(오늘날 동남아시아의 일부 지역에서 그렇듯이). 더구나 엄밀히 말하면 개는 육식성이 아니라 잡식성이다. 자신의 애견이 정말 육식 동물이라고 믿는 어리숙한 사람이 있다면 사료 봉지에 적힌 성분표를 보라. 아스텍인들과 폴리네시아인들이 식용으로 기르던 개들은 채소와 쓰레기로 살을 찌웠다. (총균쇠, 9장, P250)


 

위에 옮긴 내용 마지막에 "채소와 쓰레기로 살을 찌웠다"는 말이 있는데, 앞에서 450kg 소 한마리를 키우기 위해서 옥수수 4500kg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목축이 흥한 지역과 달리 폴리네시아인들에게 개는 사료를 구하기 위해 특별히 애를 쓰지 않았다는 뜻일텐데, "쓰레기"로 번역한 것은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네요. 우리나라에도 미국처럼 소가 많았으면 개를 잡아먹었을까요?

 

 

개 이야기가 나왔으니 개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해 볼까요? 사실 저는 개를 키워보거나 즐겨먹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살다 보니 어쩌다 개고기를 몇 번 먹어보기는 했습니다만, 개를 음식으로 생각하며 살지는 않습니다. 그 보다, 우리나라에는 진돗개가 유명하지만, 진돗개 외에도 여러 토종개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풍산개 불개, 경주 동경이 등등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 개들이 모두 멸종될 상황까지 갔다가 최근 복원되고 있다고 합니다. 어쩌다 한국 토종개들이 멸종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을까요?

 

한국인들은 개를 먹는다며 한글로 쓴 피켓을 만들어 외국에다 고자질을 했지만, 실제 대일항쟁기(일제강점기)에 일본이 개를 잡아다 한국인들에게 먹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에도 개는 한국인들에게 잡아먹는 대상이기는 했으나 멸종에 이르도록 무작정 잡아먹는 동물은 아니었습니다. 개도 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지 상식하는 대상은 아니었다는 것이지요. 그런 것을 이용했는지 일본이 개를 무진장 잡아다가 한국인들에게 개고기를 먹이고 개의 가죽은 군수품으로 활용했다고 합니다. 개가죽을 얻기 위해서 개를 의도적으로 죽이고 - 특히 한국 토종견들 - 가죽은 군수품으로 고기는 한국인들에게 먹인 것이지요. 어느 유튜브 채널에서 봤던 내용인데, 민족문화 말살 정책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 토종을 멸살하려는 계획의 일부였다고 그러더라고요. 온갖 악한짓은 죄다 저지르고서는... 강치를 멸종시킨 것도 일본이었지요. 멸종 위기종인 고래를 먹기 위해 상업적으로 포경하겠다고 당당하게 외친 인간들이기도 합니다.

 

1988년에 대한민국에서 올림픽이 개최되었습니다. 당시 개를 먹는 문화가 외국에 알려져 한국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면 안된다는 세계적인 비판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습니다. 그리하여 보신탕 집이 대대적으로 사라지고 간판도 영양탕으로 바꿔야 하기도 하고 뭐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목축을 위주로 하는 서구인들에게, 그리고 개인주의적인 사회 풍속상 개가 서구인들에게 가족처럼 여기는 동물이라는 것을 살다 보니 이해를 하게 되었지만, 88올림픽이 개최되기 전에는 왜 문제가 되는지 사실은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총균쇠 책을 읽다 보니 제레드 다이아몬드 박사가 사자 햄버거를 먹어봤다는 내용이 있던데, 개고기도 먹어봤는지 궁금하기는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