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 순전에는 사근동후(肆覲東后) 라는 구가 있습니다. 어쩌다 서경 순전의 사근동후(肆覲東后)라는 구를 보고도 우리 역사와의 관계를 몰랐는데, 우리의 역사와 관계가 깊다고 합니다. 뭘 하다 제가 사기 본기 파일을 가지고 있나? 싶어 검색을 했더니 - 사기 열전 파일만 있는 줄 알고 있었거든요. - 사기 오제본기 파일이 있네요. 원문을 곧바로 읽을 실력이나 뭐 그런 것은 안되지만 스크롤을 하다 보니 서경 순전의 사근동후(肆覲東后)가 아래와 같이 변형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서경(書經) 순전
歲二月, 東巡狩, 至於岱宗, 祡, 望秩於山川, 肆覲東后, 恊時月正日, 同律度量衡, 脩五禮·五玉·三帛·二生·一死為摯, 如五器, 卒乃複.
사기(史記) 오제본기
歲二月, 東巡狩, 至於岱宗, 祡, 望秩於山川, 遂見東方君長, 合時月正日, 同律度量衡, 脩五禮·五玉·三帛·二生·一死為摯, 如五器, 卒乃複.
글자 몇 자를 바꾸었지만 의미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사기(史記) 오제본기는 조한전쟁(고조선 VS 중국 한漢나라간 전쟁)에서 한(漢) 나라가 우위를 점하지요? 조한전쟁에 참전했던 여러 장수들이 참수되거나 50만전 돈을 내고 서민으로 강등되는 등의 내용이 사기 조선열전에 기록되어 있으므로 한(漢) 나라가 당시 조선을 이겼다고 해석하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조한전쟁 이후 한(漢) 나라가 더욱 성장한다고 해야 하나.... 그리하여 恊하여 날짜를 정하던 것을 合하였다고 고쳐 쓴 것입니다. 후(后)라는 글자도 군장(君長)으로 격하시켰네요.
후(后)라는 글자를 썼기 때문에 그 후(后)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중국에는 제일 높은 임금 외에도 공후백자남이라는 제후들이 그 순위에 따라 작위를 받고, 그 외에도 공경대부, 상사중사하사 등 - 물론 순임금 때의 봉작체계를 모르긴 하지만 - 신분과 계급에 따라 글자들을 모두 가려 썼습니다. 즉, 후(后)라는 글자는 순임금 당시의 중국 질서에 포함되지 않는 임금이라는 뜻입니다. 매우 예를 갖춘 글자라는 뜻이지요. 그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모르지만 독자적으로 천문 역법(天文, 曆法)을 제정하여 사는 나라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영화 천문(天問) 보셨지요? 하늘을 관찰하고 달력을 만들려 했다가 장영실이 장 80대를 맞고 사라지기도 하고 영화 속에서 천문기구 들이 모두 파괴되거나 불에 타는 모습을 보지 않으셨습니까. 천문(天文)은 아무나 관찰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달력도 아무나 만드는 것이 아니지요. 오직 당시에는 중국 황제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었습니다. 황제가 나누어주는 달력을 쓰지 않고 독자적으로 천문을 관찰하고 연구하고 달력을 따로 만들어 쓴다는 것은 곧 반역이었습니다.
요즘은 달력이 흔한데다 세계가 같은 달력을 쓰지만 옛날에는 달력이 달랐습니다. 요나라의 달력이 달랐고 주나라의 달력이 달랐습니다. 달력이 다르다는 것은 당시에는 왕이 정월(1월)을 자기 좋은 달로 정했거든요. 그래서 춘추 원문을 보시면 왕정월(王正月)이라는 구가 들어간 문장을 여럿 보실 수 있는데, 주나라 왕이 정한 정월(정월, 1월) 이라는 뜻입니다. 아래 포스트에 나라마다 정월이 달랐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네요.
https://blog.naver.com/h2bluemoon/222597064718
사근동후(肆覲東后)라는 구를 보고서 단군과 순임금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구라고 해석이 분분하다고 하는데, 그리하여 단군이 순임금보다 우위에 계신 분이었다고 설명합니다. 국뽕에 빠지고 싶지 않지만 타당한 설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역법(曆法, 달력)을 아무나 제정하는 시기가 아니었고, 순임금 때에 역법(曆法)을 달리하여 자체적이고 독자적으로 쓰는 나라가 동방에 있었고, 그 나라의 임금을 후(后)라는 글자로 높이 예우했으며, 같은 달력을 쓴 것이 아니라 동쪽 나라의 달력에 맞추었다(恊)고 썼기 때문입니다. 순임금이 중국에서 임금 노릇을 한 것이 언제인지 모르지만 우리 역사에서는 그 시절이 단군들께서 다스리시던 시절이라는 것이 상식입니다. 단군조선과 단군이 계셨다는 뜻이지요.
恊 자를 자전에서 찾아보시면 좇다 라는 뜻도 있습니다. 그걸 조한전쟁 이후 사기 오제본기에서는
遂見東方君長, 合
이라고 조작질을 했네요. 맹자 양혜왕편에 나오잖아요.
맹자견양혜왕孟子見梁惠王...
見이라는 글자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만나든,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만나든 구별없이 쓰는 글자라는 것을 아실 수 있으시겠지요. 게다가 사기 오제본기에는 遂 라는 글자까지 추가를 시켜놨네요. 마지못해 만났다는 것인양...
중국 역사가 진행되면서 동서남북 방향에 따라 이민족이나 이민족의 임금들에 대해서 비하, 격하시키는 글자들을 골라서 썼다는 것 아시지요? 흉노(匈奴)의 경우만 봐도 아실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 사실은 여러 이민족들을 한자로 어떻게 표현했는지 일일기 기억을 못합니다. ㅡ,.ㅡ - 그저 동서남북으로 몹시 무시하는 글자들로 가려서 썼다는 것만 압니다. 예군(穢君) 남려 라고 쓰면서 하필 더러울 예(穢) 자 같은 것을 골라썼듯이... 그런 관점에서 보면 후(后)라는 글자는 보통 이상의 극진한 예우를 한 것이고, 군장(君長)이라는 단어도 후(后)에 비해서는 격하되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 예우는 한 셈이 됩니다.
合 이라는 글자가 뜻하는 것 이해가 되시지요? 땅따먹기 해서 이겼다는 뜻입니다. 이제 동방도 중국이 정하는 달력에 따라 날짜를 쓰게 되었다는 뜻이지요. 해당 구를 한사군(漢四郡)과 관련해서 생각해 보시면, 사기 조선열전에 당시 조선의 고관들을 산동반도나 북경 근처에 봉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사군의 위치나 실체에 대해서는 논쟁이 분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기에는 사군(四郡)이라고 했다가 한서(漢書)에는 이군(二郡)이라고 했다가 또 사기정의 같은 사기 해설서에는 삼군(三郡)이었다가 중국측 기록 자체가 오락가락 한다고 합니다. 뭣도 모르는 서민이지만, 사기 조선열전의 기록대로 당시 조선의 고관들을 산동반도나 북경 근처에 봉한 것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역법 등은 당시 한(漢) 나라의 것을 따랐을지언정 한(漢)나라 조차도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자치구의 성격이 강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2022년 요즘도 중국에는 지방정부 외에 자치구가 있지 않습니까.
서경 순전과 사기 오제본기에서 보이는 두 인용문을 비교해 보시고 기억하실 것은...
동방에 독자적인 역법(曆法)을 쓰는 나라가 있었다.
후(后)는 순임금 당시 중국의 위계질서에 포함되지 않는 임금이었다.
순임금 당시의 역법(曆法) 정하매 협(恊)해야 하는 것은 순임금이었다.
한사군은 중국의 역법(曆法)을 따랐을지언정 당시 한(漢) 나라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는 자치구였을 수 있다. (위 세 가지 내용은 서경 순전이나 사기 오제본기로 추정이 가능한 것이고 마지막 부분은 평범한 서민의 추정입니다)
라는 것 등입니다. 한자나 한문을 진작부터 공부를 열심히 했으면... 좀 더 나은 이해를 하게 되었을까요? 우리 역사든 아니면 뭐든...
아래 영상은 서경 순전 사근동후에 대한 해설입니다. 영상이 길지만 함께 보시면 도움이 되실 듯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MMFqA2ehIY
한문을 꾸준히 공부한 것이 아닌데도 한문으로 된 고전을 읽으려 하다 보니 무지렁이도 위와 같은 발견(?)을 하게 되네요. 혹시나 한자 자격증을 3급 이상 취득하신 분이라면 무엇이든 한문 고전을 한 권 이상은 읽으시길 권하겠습니다.
아래 소개하는 것은 가수 GOD가 부른 어머니께 라는 노래 가사를 현대 한자어구들로 구성한 어떤 작품(?)입니다. 사람들은 그 내용을 보고 웃기도 하는 것 같지만 - 비하의 뜻이 아니라 재미있다는 뜻으로 - 어떤 글이나 가사를 아래와 같이 한자어구들로 바꾸어 보는 것도 매우 유익하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재미있어서 웃기도 했지만 GOD 어머님께를 한자어구들로 개사한 분이 누구인지 모르겠으나 대단하다!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실입니다. 저는 GOD의 어머니께 라는 노래를 한자어구로 바꾼 분이 보통 분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 살면서 아래와 같은 생각을 못해봤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요.
GOD가 부른 "어머니께"를 한문 버전으로 만든건데 참 재미있네요.
어려서부터 우리집은 가난했었고 남들 다하는 외식 한번 한적이 없었고
幼年期 以來 本人家庭 經濟狀況 劣惡(유년기 이래 본인가정 경제상황 열악)
外食 經驗 極少數(외식 경험 극소수)
일터에 나가신 어머니 집에 없으면 언제나 혼자서 끓여 먹었던 라면
勤勞現場 出他 母親 不在時(근로현장 출타 모친 부재시)
獨守空房 羅麵 調理(독수공방 라면 조리)
그러다 라면이 너무 지겨워서 맛있는 것 좀 먹자고 대들었었어
羅麵 攝取 意慾 喪失(라면 섭취 의욕 상실)
山海珍味 攝取 要求(산해진미 섭취 요구)
그러자 어머님이 마지못해 꺼내신 숨겨두신 비상금으로 시켜주신
結局 母親 躊躇躊躇(결국 모친 주저주저)
隱匿資金 引出 電話注文(은닉자금 인출 전화주문)
자장면 하나에 너무나 행복했었어 하지만 어머님은 왠지 드시질 않았어
黑色麵 一人分 極度 幸福感 造成(흑색면 일인분 극도 행복감 조성)
母親 攝取 拒否(모친 섭취 거부)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母親 告白 "黑色麵 嫌惡"(모친 고백 "흑색면 혐오")
母親 告白 "黑色麵 嫌惡"(모친 고백 "흑색면 혐오")
야이야~ 그렇게 살아가고 그렇게 후회하고 눈물도 흘리고
夜而夜~ 繼續 生命維持(야이야~ 계속 생명유지)
後悔莫甚(후회막심) 眼球液 放流(안구액 방류)
야이야~ 그렇게 살아가고 너무나 아프고 하지만 다시 웃고
夜而夜~ 繼續 生命維持(야이야~ 계속 생명유지)
痛症 極甚(통증 극심) 再次 微笑 回復(재차 미소 회복)
중학교 일학년때 도시락 까먹을 때 다같이 함께 모여 도시락 뚜껑을 열었는데
中學 一年時 携帶食 攝取時(중학 일년시 휴대식 섭취시)
一同集合 携帶食 容器 開封(일동집합 휴대식 용기 개봉)
부잣집 아들녀석이 나에게 화를 냈어 반찬이 그게 뭐냐며 나에게 뭐라고 했어
富裕層 子弟 悲憤慷慨(부유층 자제 비분강개)
低質 不良 飯饌 打迫(저질 불량 반찬 타박)
창피해서 그만 눈물이 났어 그러자 그녀석은 내가 운다며 놀려댔어
羞恥心 發動 眼球液 噴出(수치심 발동 안구액 분출)
富裕層 子弟 本人 嘲弄(부유층 자제 본인 조롱)
참을 수 없어서 얼굴로 날아간 내 주먹에 일터에 계시던 어머님은 또다시 학교에
忍耐心 限界到達 顔面 强打(인내심 한계도달 안면 강타)
勤勞 母親 再次 學校行(근로 모친 재차 학교행)
불려오셨어 아니 또 끌려오셨어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라며 비셨어
出頭 要求 不 再次 强制牽引(출두 요구 불 재차 강제견인)
向後 暴行 一切 禁止(향후 폭행 일체 금지)
그녀석 어머님께 고개를 숙여 비셨어 우리 어머니가 비셨어
被害者 母親 方向 卑屈姿勢 席藁待罪(피해자 모친 방향 비굴자세 석고대죄)
本人 母親 謝罪(본인 모친 사죄)
야이야~ 그렇게 살아가고 그렇게 후회하고 눈물도 흘리고
夜而夜~ 繼續 生命維持(야이야~ 계속 생명유지)
後悔莫甚(후회막심) 眼球液 放流(안구액 방류)
야이야~ 그렇게 살아가고 너무나 아프고 하지만 다시 웃고
夜而夜~ 繼續 生命維持(야이야~ 계속 생명유지)
痛症 極甚(통증 극심) 再次 微笑 回復(재차 미소 회복)
아버님없이 마침내 우리는 해냈어 마침내 조그만 식당을 하나 갖게 됐어
父親 死亡 不拘 吾等 目標達成(부친 사망 불구 오등 목표달성)
小型食堂 賣買契約 締結(소형식당 매매계약 체결)
그리 크진않았지만 행복했어 주름진 어머님 눈가에 눈물이 고였어
小規模 不拘 幸福感 滿喫(소규모 불구 행복감 만끽)
皮膚老化 母親 眼球 水分含有(피부노화 모친 안구 수분함유)
어머니와 내 이름의 앞 글자를 따서 식당 이름을 짓고 고사를 지내고
母親 + 本人 姓名 先行文字 拔萃(모친 + 본인 성명 선행문자 발췌)
商號 結定 告祀 進行(상호 결정 고사 진행)
밤이 깊어가도 아무도 떠날 줄 모르고 사람들의 축하는 계속 되었고
深夜時間 不拘 參席者 一同 退場 拒否(심야시간 불구 참석자 일동 퇴장 거부)
祝賀 繼續 延長(축하 계속 연장)
자정이 다되서야 돌아갔어 피곤하셨는지 어머님은
子正 到達 歸家措置(자정 도달 귀가조치)
氣絶之頃 鹿多運 母親(기절지경 녹다운 모친)
어느 새 깊이 잠이 들어버리시고는 깨지 않으셨어 다시는
超高速 熟眠狀態 突入(초고속 숙면상태 돌입)
過勞死 絶對 不 起床(과로사 절대 불 기상)
난 당신을 사랑했어요 한번도 말을 못했지만
我而 裸婦 柔 過去形(아이 라부 유 과거형)
告白 經驗 前無後無(고백 경험 전무후무)
사랑해요 이젠 편히 쉬어요 내가 없는 세상에서 영원토록
裸婦 柔 絶對安靜 要望(나부 유 절대안정 요망)
本人 不在 世上(본인 부재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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