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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 후한서 진서 구당서 신당서, 왜 역사책을 서(書)라고 했을까?

참그놈 2022. 5. 11. 01:16

서구에서는 역사를 History 라고 한 단어로만 말하는지 모르겠는데, 한자문화권에서는 역사서를 칭하는 이름이 시대에 따라 제각각입니다.

 

사마천 사기(史記)

한서(漢書) 후한서(後漢書)

진서(晉書)

수서(隋書)

구당서(舊唐書) 신당서(新唐書)

송사(宋史) 원사(元史) 명사(明史)

 

등등 중국의 역사서적들 제목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사(三國史 : 삼국사기)

삼국유사(三國遺事)

고려사(高麗史) 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

 

등이 전하고

 

일본에서는

 

일본서기(日本書紀) 고사기(古事記)

 

가 전합니다. 왜 역사서들 이름이 제각각일까요?

 

사(史)와 사기(史記)의 차이에 대해서는 삼국사(三國史)냐 삼국사기(三國史記)냐? 라는 포스트에 적어 둔 것이 있으므로 그 포스트를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남은 것은 서(書)인데... 왜 역사서 제목에 서(書)자를 썼을까요? 그것은 서경(書經)에서 그 유래를 찾아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서양에 성서(Bible)가 있다면 동양에서는 서경(書經, 書 또는 尙書 라고도 함)이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서경(書經)은 그 만큼 동양에서 높이 평가하는 책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국 역사의 시초(始初)를 언급하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하도낙서에 관한 설 아시지요? 요즘이야 교육이 보편화 되어서 누구나 한자 교육도 받고 한문 교육도 받고 그러지만 한자(문자)는 동서고금에 아무나 가르치는 것이 아니었답니다. 서구 사람들은 문자를 잘 알았게요? 아닙니다. 중세를 왜 암흑기라고 하겠습니까. 중세 서구를 살던 사람 대부분이 문자를 몰랐답니다.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개발하고 마르틴 루터가 라틴어로 되어 있던 성서(Bible)를 독일어로 번역하면서 비로소 문자가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해당 내용은 지식인을 위한 변명 이라는 책을 보시거나, 사실은 책 제목들이 안떠오르네요. ㅡㅡ ㅋ - 동서양을 막론하고 문자는 아무나 익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반면, 중국의 역사서 제목이 서(書)로 되어 있는 것을 생각하면 재밌는 것을 알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바로 한서(漢書)라는 역사책 때문이지요. 이는 한(漢)나라가 이전의 중국 역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서(書)라는 글자는 중국의 시초를 말하는 것이라고 했지요? 즉, 이전의 중국 역사는 모조리 무시하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그런 뜻입니다. 하지만, 진(晉)나라가 들어서면서 또 다시 진서(晉書)라고 해서 이전 한(漢) 나라의 역사를 무시해 버립니다. 그러나 5호 16국 시대가 전개되지요. 그리고는 수나라가 들어섰는데 수나라도 수서(隋書)라고 하고 당나라도 구당서(舊唐書) 신당서(新唐書)라고 해서 이전의 역사를 깡그리 무시하고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천명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5대 10국 시대를 거쳐 송나라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송사(宋史)라는 말로 사관들에 의한 정통 역사서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 이후로 원사(元史) 명사(明史)도 만들어지게 되지요.

 

일본 역사서는

 

일본서기(日本書紀) 고사기(古事記)

 

가 전한다고 했지요. 기(紀)라는 글자를 잘 살펴야 하는데, 사마천 사기(史記)에 오제본기(五帝本紀) 있는 것 아시지요? 즉, 일본서기는 일본 왕가의 계통을 밝혔고, 거기다 서(書)자를 붙였으므로 나름으로 대단한 자부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모든 문학, 철학, 사상이 서경(書經)으로부터 기원하는 것처럼 일본도 일본서기(日本書紀)를 바탕으로 팔굉일우(八紘一宇)의 사상을 펼치는 뭐 그런 근거로 삼는 것이지요. 고사기(古事記)는 앞에서 말한 삼국사(三國史)냐 삼국사기(三國史記)냐? 라는 포스트를 읽어보시면 기(記)자가 포함된 의미를 아실 수 있을 것이고 사(事)자가 들어간 것은 삼국유사(三國遺事)와 비슷한데, 사(事)자를 옥편이나 자전에서 찾으면 '일' 이라고 되어 있지요? 그래서 감을 잡기가 좀 힘들텐데, 흔히 알려진 삼강오륜(三綱五倫)을 생각해 보시면 사(事)라는 글자를 이해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부위부강

군위신강

....

 

뭐 그러면서 삼강오륜을 설명하잖아요? 즉, 역사 책에 사(事)자가 포함되어 있는 것은 사람들의 생활 속에 풍속이나 습속으로 전해지는 것들을 기록했다는 뜻입니다. 그러고 보면 삼국유사(三國遺事)가 보통 책이 아니라는 것이 느껴지시나요? 안향이 유학을 전하면서 - 그 이전에 고구려나 신라에서도 유교 경전을 익혔다는 이야기가 있기는 하지만 - 고려 어느 때부터 유학이 문학이나 철학 사상 여러 분유에서 그 세를 늘려가고 있었지만, 실제 고려 말 사람들의 생활 곳곳에는, 그리고 고려를 살던 우리의 선조들 마음 속에는 단군왕검이 실존했다는 말이기도 하답니다.

 

 

현존하는 동양의 역사책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서(書, 書經, 尙書)랍니다. 사마천 사기(史記)보다 더 권위가 높은 것은 서(書, 書經, 尙書)랍니다. 환단고기(桓檀古記)가 현대에 와서 출현하기는 했지만, 동양에서 누천년을 전해 온 전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서(書, 書經, 尙書)이지요. 환단고기 무시하지 마세요. 환단고기를 위시한 여러 민족사학, 재야사학에서 땅따먹기처럼 소개를 해서 그렇지 실제 환단고기에는 땅따먹기 하라는 말씀은 없답니다. 저는 환단고기를 한문 원문으로 두 번 읽어봤는데, 한문원문을 글자 찾아가면서 읽어봤더니 도무지 땅따먹기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권하겠습니다. 환단고기 해설본들은 참고만 하시고 한문 원문으로 보시길 바랍니다. 물론, 여기에서 환단고기(桓檀古記)이므로 환단고기는 사(史)도 아니고 사기(史記)도 아니고, 그렇다고 서(書)도 아니고... 고기(古記)이므로, 책의 제목만으로도 옛날 기록들을 근거로 여기저기서 옮겨적은 것임을 알 수 있답니다. 하지만 소위 지금까지 환단고기를 위서다 라고 평가한 강단사학계는 내용을 근거로 그런 평가를 했지요? 이는 소위 강단사학자들이 한자(漢字)의 의미와 그 엄중함을 모른다는 말이기도 하답니다. ㅋ  고대에는 문자를 아는 사람이 극소수였고 글자 한 자 한 자를 엄중히 가려썼다는 것을 안다면 한자로 적혀 있는 문적을 함부로 위서라고 못한답니다. 무식해서 그래요. 서경(書經)에 위고문상서가 있는데도 그걸 포함시킨 이유가 뭐겠어요. 지금이야 누가 한문을 공부하면 한자로 글도 짓고 할 수 있겠지만 고대에 문자는 아무나 함부로 찝적거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답니다. 문자(文字, 漢字)는 신성(神性)한 것이었지요.

 

제가 쓴 다른 포스트에 고구려 백제 신라는 일식을 각각 기록했다 는 것이 있습니다. 소위 중국(中國)을 자처하면서 고대를 살았던 중국인들이 얼마나 무지했는지, 또 그 시야는 얼마나 좁았는지... 뭐 위 포스트에는 그런 내용을 포함시켰는지 자세히 기억은 안나는데, 고구려 백제 신라가 일식을, 즉 천문현상을 각각 기록했다는 것은 보통 의미가 아니랍니다.

 

보편교육의 시절이기는 하나... 옥편 자전이 제 기능을 하려면 한문 문적을 자주 접해야 그 허실이 드러날 것인데, 세종대왕께옵서 한글을 창제하고 반포하신 것은 크나큰 업적이나 문자(文字)의 의미를 학자라는 자들조차 못알아먹게 만든 것은 또 실수이신 듯도 하네요. 알면서도 그랬다면...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