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김부식이 편찬한 삼국사기(三國史記)라고 부르는 책의 원제가 삼국사(三國史)라고 합니다. 삼국사기(三國史記)가 보물이었다가 국보로 승격되었는데, 국보로 승격될 때 삼국사(三國史)가 아니라 삼국사기(三國史記)라는 이름으로 등재되었다고 합니다. 삼국사(三國史)가 맞을까요? 아니면 삼국사기(三國史記)가 맞을까요? 저는
삼국사(三國史)
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즉, 삼국사기(三國史記)는 삼국사(三國史) 명칭을 바꾸고 통일시키는 것이 맞다는 것이지요.
아래 영상을 보시면 오재성 님이 일본이 삼국사(三國史)를 삼국사기(三國史記)로 명칭을 바꾸었기 때문에 삼국사로 명칭을 바로 잡아야 하며, 더 나아가 현재의 국사교과서에 삼국사(三國史) 책을 찍은 사진을 게재해고 본문에는 삼국사기(三國史記)라고 기록하고 있으므로 먼 훗날 후손들이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또, 삼국사기(三國史記) 라는 이름은 삼국사(三國史)를 비하한 것이라는 말씀도 하십니다. 제목에 기(記)라는 글자 한 자가 추가되었느데 그것이 비하의 의미라니 이해가 어려우신가요?
https://www.youtube.com/watch?v=juf1xnQnDX4
1. 고려사(高麗史)를 고려사기(高麗史記)로 제목 붙이지 않았다.
고려사(高麗史)가 있습니다. 고려사(高麗史)를 고려사기(高麗史記)라고 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전하지 않지만 고려사는 고려왕조실록을 근거로 지었다고 합니다. 실록을 누가 짓습니까? 바로 사관들이 짓습니다. 사(史)와 사기(史記)는 엄연히 그 의미가 다른 것입니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소실되었는지 잘 모르지만 조선 초기에 고려사가 지어지기 전까지 고려왕조실록이 전해지고 있었다는 것 기억하고 계셔야 합니다.
2. 문자의 의미와 구체화
ㄱ - I can speak.
ㄴ - I can speak English.
ㄷ - I can speak English well.
위 세 문장의 뜻을 구별하실 수 있습니까?
ㄱ - I can speak.
말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전 세계에는 3000종 이상의 언어가 있는데, 어떤 언어인지 모르지만 말을 할 수 있고 의사소통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ㄴ - I can speak English.
말 할 수 있다는 뜻 외에 3000종 이상의 언어 중 영어를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다른 언어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보가 표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ㄷ - I can speak English well.
말 할 수 있다는 뜻 외에 3000종 이상의 언어 중 영어를 잘(Well)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정도가 아니라 그 이상의 영어실력을 구비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언어학습을 포함하여 어떤 일이든 초보자가 있고 중급자가 있고 고급자가 있고 전문가도 있기 마련입니다. I can speak English well. 이라는 말은 최소한 고급자 이상 또는 전문가일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다른 언어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역시 관련 정보가 표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한자는 뜻글자입니다. 사(史)와 사기(史記)는 언뜻 같은 뜻으로 생각됩니다. 글자 한 자가 추가될 때마다 그 의미는 구체화 되거나 다른 뜻이 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우리는 사마천의 사기(史記)라는 책을 압니다. 중국 최고의 역사서로 인정받는 역사책인데, 그 책의 제목은 왜 사기(史記)일까요? 사마천의 사기(史記)는 사(史)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마천의 사기가 오제(五帝)로부터 시작되는 것 아시지요? 그러나 그 때까지 중국에는 오제로부터 시작되는 정확한 역사기록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사마천이 각지를 직접 답사하기도 하였으나 여러 문적들을 근거로 긁어모은 기록이지요. 그래서 사마천의 사기(史記)는 사(史)일 수 없는 것입니다.
후대에 나온 중국의 여러 역사서들을 25사(史)라고 하지만, 실제 중국의 역사서에 사(史)라고 제목이 붙은 것은 송사(宋史), 원사(元史) 등입니다. 그 이전에는 한서, 후한서, 진서, 수서, 신당서, 구당서 라고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그 차이 역시 다를 것인데, 사관들에 의해 사초를 근거로 작성된 책에만 사(史)라는 책명을 붙일 수 있는 것입니다.
3. 왕조시대 역사서의 저술 과정
왕조시대에 역사서를 어떻게 저술하는지 사실은 저도 잘 모릅니다. 다만, 예로부터 동양에는 임금의 말을 기록하는 관직이 있었고 임금의 행동을 기록하는 관직이 있었습니다. 그들 모두를 사관(史官)이라고 했습니다. 그 사관들이 적은 기록들을 모두 모아서 사초를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사초를 모두 모으면 문서의 양이 얼마나 늘어나겠습니까. 그러니 추려야지요. 그리하여 2차 사초라고 해야 할 것이 만들어집니다. 사초는 사관들의 기록이므로 다른 사람들이 보면 안되었기 때문에 정리되고 남은 문서는 물에 씻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여러 번 반복해서 역사서에 기록할 것과 베재할 것을 가리고 가리는 작업이 반복되는 것으로 압니다. 그리하여 탄생하는 것이 삼국사(三國史) 또는 고려사(高麗史) 같은 책들입니다. 즉, 사(史)는 확실히 또 순전히 사관들에 의해 기록된 것을 근거로 사관들에 의해 저술된 역사라는 뜻인 것입니다.
어느 한 왕조에서 어떤 임금은 단명하기도 하지만 또 어떤 임금은 50년 이상을 재위하기도 합니다. 1년을 365일이라고 할 때 한 왕조의 역사를 저술한다는 것은 수 만 페이지가 넘는 문서를 몇 백년에 걸쳐 사관들이 읽고 검토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작업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는 것인데, 그 만큼 사(史)는 엄중한 일이기도 합니다.
4. 삼국사(三國史)냐 삼국사기(三國史記)냐? - Feat : 삼국사기 초기기록 불신론
사(史)와 사기(史記)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을 드렸지요? 사마천이 궁형을 당하면서까지 참고 견디며 쓴 역사를 사기(史記)라고 이름한 까닭을 설명하지 않았습니까. 사마천의 사기(史記)는 중국에서 사마천 당시까지 전해진 사관들의 기록을 근거로 저술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라고요.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제기되는 삼국사기 초기기록 불신론의 근거가 보이십니까? 삼국사(三國史)를 삼국사기(三國史記)라고 제목을 붙였기 때문에 그 내용은 의심스러운 기록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본이 삼국사(三國史)를 삼국사기(三國史記)라고 역사서의 이름을 바꾼 것이고요.
일본을 대표하는 고대 역사서가 두 권 있습니다. 하나는 일본서기(日本書紀), 또 하나는 고사기(古事記)입니다. 둘 다 책 이름에 사(史)자가 없지요? 그것은 일본에는 사관(史官)의 전통이 없었다는 것이고 뒤늦게 사관이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서기나 고사기가 지어질 무렵까지 그들에게 전하는 사관들이 기록한 역사문헌은 없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일본으로서는 쪽팔린다고 해야 할까? 뭐 그런 의미도 있습니다. 일본서기(日本書紀)나 고사기(古事記)보다 삼국사(三國史)가 그 격이 훨씬 더 높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이 고려사(高麗史)를 고려사기(高麗史記)라고 까지 이름을 바꾸지 않은 것은, 소위 임나일본부 라거나 하는 소리를 끼워맞추려면 삼국사(三國史)를 폄하하고 조작하면 되거든요. 그러니 고려사(高麗史)는 이름을 바꾸지 않았는데, 사관의 업무나 전통이 무엇인지 아무런 이해가 없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또 한 가지, 아주 중요한 것 하나, 삼국사기를 편찬할 무렵, 고려에는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사관(史官)들이 기록하여 전하던 사초나 기타 문헌들이 전해지고 있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삼국사(三國史)라고 이름 붙이지 못했을 것입니다.
앞으로는
삼국사(三國史)
라고 하시길 바랍니다.
제가 업로드 한 삼국사 원문 파일들이 있는데 모두 삼국사기 라고 되어 있습니다. 실은 삼국사와 삼국사기의 차이가 무엇인지 제목의 차이를 최근에 이해할 수 있게 되어서 그런 것이니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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