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朝鮮史 : 조선상고사)

단재 신채호 조선사(조선상고사) 읽기 16 - 사대주의 비판

참그놈 2022. 6. 9. 17:17

단재 신채호의 조선사(조선상고사)를 몇 년 전에 처음 읽었는지 기억이 안납니다. 책은 10여년 전에 구입을 했네요. 하지만 당시에는 몸이 많이 아파서 사자마자 곧바로 읽은 것이 아니라 몇 년 묵혔다가 읽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워낙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뭐 그래서 기억도 잘 나지 않는데, 두 번째 읽고 있는 지금도 앞에 읽은 것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네요. 하지만, 유독 김부식과 신라를 비판하는 강도가 강한 것은 이제 그나마 좀 보이네요.

 

조선사를 읽어 보면 김부식을 사대주의자라며 맹비난합니다. 하지만, 부여왕 대소에 관한 내용을 설명할 때, 작은 나라가 큰나라를 섬기는 것이 이치라는 말이 이미 나옵니다. 즉, 사대주의는 중국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이미 있던 개념이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백제나 신라가 모두 마한왕에게 봉지를 받아 살 곳을 얻었다는 내용도 나오고, 호공이 마한 왕에에 신라에 혁거세 알영 두 분 이성(二聖)이 있어서 예전과 다르다며 따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다만, 사대주의가 중국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라 고금에 통하는 이치라면, 중국의 사대주의와 우리 역사에 있던 사대주의의 차이를 생각해 봐야 하지 않나 싶네요.

 

고수전쟁이나 고당전쟁이 왜 일어났습니까. 바로 하늘에 해가 두 개 뜰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민족(韓民族)은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이 공존했습니다. 천문도 각각 관찰했습니다. 이거 매우 중요합니다. 김부식의 삼국사에 일식이나 혜성 등 천문 기록이 고구려 백제 신라 각 나라마다 따로 기록되 있다는 것. 한민족의 사대주의와 중국식 사대주의는 그것이 차이가 아닐까? 싶네요. 삼조선 체제에도 북삼한이 있었고 남삼한이 있었다고 하는데, 중국처럼 왕(황제) 하나가 절대적인 지위를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병존하는 것이 우리의 사대주의가 아닌가? 합니다. 다만, 수나라가 들어서고 난 이후 거대한 쪽수를 믿고 쳐들어오는 여러 차례의 겁난을 당하다 보니 우리 전통의 삼경(三京)체제나 사대주의에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김부식이 단재 선생의 주장대로 고구려와 백제의 년대를 삭감하고 중국의 사서를 인용하여 잘못된 기록을 했다고 하더라도, 김부식의 삼국사(삼국사기)에 고구려 백제 신라가 각각 천문현상을 기록했다는 것을 남겼다는 것만 해도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선사(조선상고사) 읽으면서 일본의 검열을 피한 까닭도 대충 이해가 되더군요. 유학(儒學)을 맹비난하고 있기도 하거든요. 게다가 곳곳에 군사 활동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고. 일본이 꺼리는 것 중에 하나가 조선이 문학적 전통이 강하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더구나 영남 사림은 조선 사대부의 중추이기도 했지요. 그러므로 유학을 맹비난하는 단재 선생의 조선사(조선상고사)는 1930년대 일본 제국주의가 봤을 때는 권장할 만한 도서였을 수도 있습니다. 당시 조선에 있던 역사서 수십 만권을 일본으로 훔쳐가기도 했고 불태우기도 했으므로 조선사(조선상고사)에 기록된 내용들을 확인할 방법이 없는 마당에 지금을 사는 그 후손들을 분하고 원통함을 느끼게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허파에 바람차기 좋도록... 그러나, 하나 생각하실 것은 단재 선생의 조선사나 조선혁명론 등을 읽어 보시면 매우 과격하시지만, 조선사나 조선상고문화사에 적혀 있는 그 방대한 내용들은 단재 선생이 유학(儒學)을 익히셨기 때문에 또한 가능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합니다. 국난이 없었다면 위대한 학자가 되셨을지 모르나 하필 나라가 외세에 병탄되는 일로 인해 역사에 대해서만은 중정을 잃고 잠깐 과격해 지신 것이 아닌가 싶네요.

 

사대주의(事大主義)가 지향하는 것이 뭔지 사실은 잘 모르는데, 역대 중국의 왕조가 주(周)나라를 제외하고 300년 이상 존속된 왕조가 제가 알기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漢)나라가 400년이라지만 중간에 왕망이 신(新)나라를 세워서 15년인가 끊어집니다. 그렇게 치면 서한과 동한을 별개의 나라로 봤을 때, 300년 이상 존속한 나라는 거의 없지요? 천국칠웅이라 불리던 일곱나라가 역사가 제법 되겠네요. 주나라에서 봉받았을 때부터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일곱나라는 통일왕조는 아니었습니다. 사대주의가 뭔지 정확하게 뭔지 모르고 중국식 사대주의는 더욱 자세히 모르지만, 아집과 독선, 그리고 오만이 특징이라서 중국의 왕조가 300년을 넘기지 못한 거라면 그닥 중국식 사대주의가 그닥 좋은 건 아닌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