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재 신채호 선생의 조선사에는(비봉출판사, 박기봉 역)
김부식이 쓴 유가들이 쓴 문자에는 공자 맹자의 학설인 인의(仁義)를 우습게 아는 삼국의 무사들의 입에서 경전의 말들이 일상 쓰는 말처럼 읊어지고 전해진다
는 내용이 있습니다. 인의(仁義)라는 말이 2022년 대한민국을 사는 우리 사회에서 매우 긍정적인 개념으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해당 내용은 자칫하면 고대 삼국을 살었던 우리 선조들이 싸움질이나 해 대는 불학무식한 사람들이었다는 선입견을 생기게 할 수 있는 내용이라 생각합니다.
중국은 진시황 이래로 전 국가적인 중앙집권화를 추구합니다. 군현제가 그것이지요. 한나라가 군현제의 단점을 보완하여 군국제를 시행합니다. 그것이 기원전 200여년 전인데, 그 이전까지 중국은 800여년간 봉건체제였습니다. 한(漢) 나라가 유학(儒學)을 통치이념으로 삼은 까닭으로 공자의 사상이 중앙집권을 추구하는 것으로 왜곡되었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활용되었다고 해야 할지 모르지만, 주나라의 정치체제나 행정체제는 중앙집권에 있지 않았습니다.
한편, 금관가야를 포함한 6가야가 6세기 중후반에 신라에 병합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중국에서 중앙집권적인 한나라가 성립한 지 700여년이 지났을 무렵까지도 만주와 한반도에는 지방분권적인 국가형태가 지속되었습니다. 그리고 최치원이 난랑비 서문에 썼듯이 우리에게는 풍류(風流)라고 하는 현묘지도(玄妙之道)가 있었다고 했지요. 다만, 우리에게 전하는 현묘지도(玄妙之道)가 어떤 모습인지 우리가 자세히 알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지요. 즉, 우리에게도 고대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가르침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공자나 맹자의 학설이 중국에서 통치이념으로 삼았다고 해서 유학이 그렇게나 보편적이었느냐 하면, 제가 알기로는 도가(道家)가 더 흥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요즘을 기준으로 하면 한나라 정부에서는 유학을 권장했지만 민간에서는 도교가 더욱 흥성했지요. 김부식의 삼국사에도 나오지 않습니까. 당나라에서 도덕경과 도사를 초빙해서 절에 있던 스님들을 내쫒고 도관으로 쓰게 했다는... 물론 단재 선생이 말도 안되는 내용이라 비판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오경정의니 뭐니 하는 책들을 당나라에서 펴냈더라도 중국에서 도교(道敎)의 비중이 민간에서는 대단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의천도룡기 보셨지요? 무당파 역시 도가의 일파랍니다. 중국 무협에 나오는 구파일방 중에서 불교를 기반하는 것은 소림파와 아피파 둘 뿐입니다. 나머지는 대부분 도가 계열입니다. 도교(道敎)가 훨씬 더 넓고 깊게 분포했다는 말입니다.
어쨌거나 인의(仁義)라는 말이 2022년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매우 긍정적이고 바람직하고 뭐 그런 개념으로 소개되고 이해되고 있기는 하지만, 오해는 하지 말아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서 몇 자 끄적였습니다. 조선사를 읽어 보면 세속오계가 원래는 국선오계(國仙五戒)였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화랑오계라고도 하더군요. 아래는 인터넷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는 읽어 보실 수 있는 최치원의 난랑비서문입니다.
崔致遠鸞郞碑序曰, 國有玄妙之道, 曰風流, 設敎之源, 備詳仙史, 實乃包含三敎, 接化群生, 且如入則孝於家, 出則忠於國, 魯司寇之旨也, 處無爲之事, 行不言之敎, 周柱史之宗也, 諸惡莫作, 諸善奉行, 竺乾太子之化也.
『三國史記』卷4, 「新羅本紀」4 眞興王 37年
노사구지지야(魯司寇之旨也) 라고 나오지요? 노나라 사구가 누구냐면 바로 공자(孔子)랍니다. 인의(仁義)를 우습게 알았다고 해서 그것이 불학무식하니 맨날 싸움질만 했다는 뜻으로 오해하지 마시고
풍류(風流)는 인의(仁義)를 포괄하는 것이다!
라고 이해를 하시길... 단재 선생이 강하게 비판하시잖아요. 역사책을 쓰면서 이리 틀고 저리 틀어서 자기 나라 역사상의 임금이 설사로 죽었는지 감기로 죽었는지도 제각각 다르게 썼다면서, 당 태종 말입니다. 어느 역사서에는 감기로 죽었다고 적었고, 또 어느 역사서는 설사로 죽었다고 기록하고 역사서마다 기록이 다르답니다. 즉, 고구려 백제 삼국의 무사들에게 공자와 맹자의 인의(仁義)가 거짓말이나 하는 그런 것으로 이해가 되어서 삼국의 무사들이 인의(仁義)무시했나 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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