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재 신채호 선생의 조선사(조선상고사)를 읽다가 "무산계급" 이라는 말을 보고 놀랐다고 해야 할지, 당황했다고 해야 할지 그랬던 적이 있습니다. 그건 처음 읽었을 때 그랬는데, 두 번째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해 봤더니 뒤에 이어져 나오는 부분들과 연결을 하고 보니 조선왕조를 구성하던 신분체계를 완전히 부정하는 내용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신분사회에서는 왕이나 귀족, 중인과 평민, 그리고 노비 등이 있지 않습니까. 서구 민주주의의 본격적인 시작이 프랑스 대혁명부터라고 할 때, 루소의 민약론이나 정여립의 군신강상설 등을 예로 든 것으로 보아 신부사회는 이제 사라지고 근대적 질서인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하신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신분제가 없어진 지금에는 무산계급과 자본가만 남지 않습니까.
몇몇 나라에 왕실이 2022년 지금도 살아있기는 하지만 왕은 존재하나 통치하지 않는다는 그런 형식적으로만 남아 있는데, 그래도 1930년대면 영국도 왕국이었고 미국을 제외한 웬만한 나라들에서는 모두 왕국 형태 아니었나요? 일본도 여전히 왕국이고... 검색을 해 보니까 신해혁명으로 중국도 왕정체제가 사라진 이후이기는 하네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무산계급"이라는 말과 "자본가"라는 말 외에 뒤에 지전설이나 지원설 같은 내용 등을 함께 연결하면 기존의 구질서가 깨지고 새로운 질서가 오고 있다는 것을 단재 선생께서는 예견을 하셨나 봅니다. 처음 읽었을 때는 무산계급이라는 말이 생뚱맞아서 한참을 생각했더랬는데 두 번째 읽으니까 그나마 이해가 되는 듯하네요.
자본주의에 관해서는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이라는 책을 보니까 자본주의적 자기증식 운동원리 등을 말하는 내용이 있던데, 단재 선생께서 혹시 지금으로부터 무려 100여년 전에 자본의 자기증식 운동 같은 것을 간파하신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어쨌거나 농경을 바탕으로 하던 신분제 사회가 타파되고 자본을 근간으로 하는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나 봅니다. 뭐 야인시대라는 드라마에서도 사회주의 운동가들이 많았던 모습들을 볼 수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반면, 책을 읽으면서 조선사(조선상고사)가 신문에 연재되었다고 하는데, 당시에 단재 선생의 연재 내용을 읽은 사람은 몇 명이나 되며 읽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제가 알기로는 조선왕조가 문을 닫고 나 이후라고 하더라도 한글 사용이 지금처럼 보편화 되지는 않았던 시절로 생각하니까요.
한가지 박기봉 역 조선사 P.26에 "승리자가 되려하고 패배자가 되지 않으려 하는 것은..." 이라는 부분에서 다른 책에서는 "패배자" 대신 "실패자" 라고 적힌 부분이 있네요. 패배자와 실패자 라는 단어의 어감이 어떤 것인지 모르겠는데, 승패라는 말을 생각하면 결정적인 느낌이 있는가 하면 실패자 라는 말은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말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듭니다. "승실"이라고 말하지는 않지 않습니까. 흔히 하는 말로 초기 투자에 실패했지만 나중에 성공했다는 그런 말도 하는데, 투자에 패배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기도 합니다. 유튜브 영상 중에 경제나 주식투자 관련 영상들 보시면 주식으로 부자되었다는 사람들이 초반기에 투자에 실패했었다면서 그러거든요. 패배했다고 하지 않는답니다.
박기봉 역 조선사(조선상고사)에는 몇 군데 오자나 글자의 앞뒤가 바뀐 부분이 있기도 하고, 2006년도에 발간되어서 그런지 을사늑약이 아니라 을사보호조약이라고 되어 있는 부분도 있고 그렇던데, 그런 것은 감안하시더라도 패배자와 실패자의 어감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또, P.30에 강감찬 장군이 나오는데, 요즘 어느 곳에서 "강감찬(姜邯贊)이 아니라 "강한찬(姜邯贊)"으로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이화 님의 한국사 이야기에서 그 내용을 처음 보았는데, 그 때에는 별 다른 생각을 못했었습니다. 입에 강감찬으로 익어 있었고 해서 그게 문제가 되나? 라고 생각했는데, 邯이라는 글자를 '감'으로 읽는 것은 강감찬의 경우 밖에 없다고 합니다. 邯이 들어간 모든 단어를 다 '한'으로 읽는데 姜邯贊의 경우에만 감으로 읽는다고 하네요. 아마 '강한' 이라는 말이 들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추측해 보기는 합니다. 그리고 우리 역사를 일본이 조작하고 날조했다는 것은 상식인데, 역사상의 인물 이름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에 따라 역사상의 사건이 달라지거나 하지 않겠습니까. 없어지거나...
조선상고문화사(비봉출판사. 박기봉)에 실증사학에 대해서 예를 들어 설명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종가에 불이나서 대대로 전해오던 족보나 선조들의 문집 등이 모두 불타버리거나 도둑을 맞아 그 사람에게 자기 조상의 존재를 증명할 문서가 남아 있지 않음을 이유로, 갑에게는 원래 조상들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이 바로 실증사학이라네요. 모두들 강감찬이라고 말합니다. 한글로 말입니다. 그러나 한문 원문에 姜邯贊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내 보이고고서는 강한찬이라고 읽어서 강감찬이라는 인물이 없었다고 한다면? 한자로 강한찬 장군의 이름 쓸 수 있는 분 몇 분이나 계신가요?
제가 쓴 내용 중에 이름에 "강한"이라고 되어 있어서 "강감찬"으로 바꾼 것이 아닐까? 하는 의혹이 있다고 했는데, 평창 동계 올림픽 쇼트 트랙 계주 경기에서 선수 한 명이 넘어지고서도 올림픽 신기록을 달성하며 우승을 한 적이 있습니다. 최민정, 심석희 선수 등이 활약했지요. 그와 관련한 어느 영상들 중에 당시 경기에 대한 해외 중계진들의 보도 내용을 함께 보여주는 것도 있는데, 일본의 반응은
"한국팀 매우 강하네요" "진짜로 강합니다"
라며 일본의 중계진들은 "강하다"는 것을 여러 번 반복합니다. 일본은 일본 외에 다른 나라가 강한 것을 용납하고 싶지 않은 심리가 강한찬을 강감찬으로 바꿔 부르도록 만든 계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이미 다른 포스트에 쓰기는 했지만 저는 될 수 있으면 강한찬 장군으로 부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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