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원문/논어

논어 읽기 12 : 세주완역 논어집주대전 P.34

참그놈 2022. 6. 14. 12:03

集註 : 愚謂及人而樂者, 順而易.【去聲】 不知而不慍者, 逆而難. 故惟成德者能之.

위에 밑줄 그은 어구들 중에  "惟"자가 "오직"이라 해석되지만, 의외로 아득한 의미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령, 대전이나 대구 또는 광주나 부산 등에 사는 분이 서울까지 걸어간다고 하면 그 길이 아득해 보이려나요? 아니면 오히려 먼 거리라서 그냥 부지런히 걷기만 하려나요? 유(惟)자가 쓰이는 다른 예도 볼 수 있는데, 제사를 모실 때 읽는 축문에서 볼 수 있습니다.

 

유세차... 간지(임인)... 몇월 삭 (한자 생략)

 

이러면서 축문을 읽는데, 세차라는 말은 간지를 말합니다. 간지(干支)가 쓰이기 시작한 몇 천년이나 되는지 모르지만 시간은 그 이전에도 흐르고 있었지요. 태초에 하느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면서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는데 그 빛이 하느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하면서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었지요? 두 개의 큰 광명을 만드사 사시와 연한을 이루라시기 전에 시간은 흐르고 있었답니다. 아니면, 누군가 성서(Bible)를 작성하면서, 이미 시간이라는 개념이 있는 사람이 지었으므로 시간의 개념을 추가했을 수도 있지만요.

 

, 稍知爲己, 則人知不知, 自不相干, 何以言逆而難. 朱子曰, 人待己平, 平亦不覺, 但被人做全不足, 比數看待, 心便不甘, 便是慍. 慍不是大故忿怒, 只心有些不平, 便是慍, 便是裏面動了.

위 질문은 2022년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상당히 의미있는 질문 같기도 합니다. 공부가 위기(爲己)인 것을 알아가도 남이야 알건 말건 상관이 없는데 무엇 때문에 그것이 거스르는 일이고 어려운 일인지 묻습니다. 주자가 말한 것이 자신을 남이 평가할 때 평상시에는 자각하지 못하지만 못한다, 나쁘다 같은 기대 이하의 평가를 계속 받게 되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다가도 정서에 변동이 오는 그것을 온(慍)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요즘 세상에서 악성 댓글이나 뭐 그런 것이 문제가 되어서 소송이 일어나거나 하는 것 외에도 비극적인 일도 일어나고 그럽니다. 100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세태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온라인 상에서 실시간 채팅이 아니라 악성댓글도 많은 시절이니 유의해서 볼 만한 주석이라 생각합니다.

 

○人不見知, 處之泰然, 略無纖芥不平之意, 非成德之君子, 其孰能之. 此學之終也.

처지태연(處之泰然) 이라 적힌 것이 저는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네요. 태연히 행동한다는 뜻이지만, 심하게 해석하면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는 것일 수도 있거든요. 處之泰然 이라는 구에서 태(泰)자를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 글자가 무진장 큰 글자거든요.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이하 생략)

 

하는 시조 아시나요? 요즘 초등학생들이 배우는지 몰라서...  

 

초등학교 때 저 시조를 배우고 하늘 아래 뫼이로다 라는 말 때문에 저는 태산(泰山)이 세상에서 제일 높은 산인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에베레스트 산을 등정했다고 뉴스가 나고 신문에 나고 그러는데 세계에서 제일 높은 산은 태산이 아니라 에베레스트 산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지요. 그러다 20대를 지나서 30대가 되어서야 태산(泰山)은 중국 산동성에 있는 해발 1300M 정도의 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태산이 높다하되 라는 시조를 처음 배운 후 실제 태산의 해발이 1300M 정도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20년 또는 그 이상이 걸린 것이지요. 이 포스트를 보시는 분들의 연령대를 모르겠지만 우습지요?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하지만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인터넷은 고사하고 컴퓨터 라는 말 자체가 우리나라에는 없었습니다. 제가 인터넷을 집에서 쓸 수 있게 된 것도 30대 중반에야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늦게라도 알게 되었지요. 그러나, 태산이라고 할 때의 태(泰)자는 형이상학적인 의미이지 실질적인 해발을 들먹이며 어떤 산이 더 높냐? 하는 것과는 다른 산입니다. 그래서 하늘 아래 뫼이로다 라고 했는지도 모른답니다. 그걸 일일이 설명할 수는 없고 어쨌거나 處之泰然 이라는 구에 泰자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에 주목하시면서 위 주석을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호연지기(浩然之氣)라는 말 들어보셨지요? 물론 저는 그런 경지에 이르지 못했지만...

 

○今人有一善, 便欲人知, 不知, 則便有不樂之意, 不特此也, 見人有善, 而人或不知之初, 不干己事, 而亦爲不平. 況其不知己乎. 此不知不慍, 所以難也.

위와 비슷한 내용입니다만, 今人有一善, 便欲人知 라는 구에서 보듯 착한 일 하나 했다고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바란다는 예가 조금 의아하게 느껴지는데, 一善을 일관되게 선을 행했다고 해석한다면 - 물론 남이 알아주길 바라고 한 일이 선(善)이라고 할 수 없지만, 정치인들이 특정 주제로 사진을 찍거나 하면서 홍보하는 그런 모습들도 있지 않습니까. 일관되게 선을 행하는 모습을 홍보했다고 해석을 하려니 옛날에는 미디어가 발달하지 못해 그러지는 못했을 것이고...  어쨌거나 타인의 무시나 평가 - 앞에서 악성댓글에 관한 예를 들었지요? - 를 반복해서 들으면 보통은 정서가 흔들리는 것인 인지상정이라 아마 그런 면을 주의하라는 뜻으로 위와 같은 주석을 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問, 不慍之說, 孰爲得. , 程子得之. 至論其所以然者, 則尹氏爲尤切, 使人之始學, 旣知是說, 以立其心, 則庶乎其無慕於外矣.

성내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 정자의 설이 좋지만 윤씨의 설이 더욱 절실하다며 마음을 세울 수 있답니다. P.32쪽에 나오는 주석, 尹氏【名焞, 字彦明, 河南人】曰, 學在己, 知不知在人, 何慍之有를 참고하시면 되겠네요. 저는 여기다 樂慍在物 이라는 구도 함께 보시라고 권하고 싶네요.

 

○覺軒蔡氏曰, 程子謂不見是而無悶, 乃所謂君子是不慍, 然後君子也. 朱子謂, 惟成德者能之, 則是君子然後不慍, 以悅樂兩句例之, 則須如程子之說. 朱子非正解本句, 特統而論之耳, 所以繼於尹氏程子之後.

앞의 처지태연(處之泰然)이라는 구와 함께 생각하면 군자가 된다는 것이 보통일로 생각되지 않네요. 격몽요결을 앞부분이나마 읽어본 적이 있는데 성인자기(聖人自期)라는 구가 있었습니다. 군자도 되기 힘들어 보이는데 성인이라니...

 

밑줄 그은 朱子非正解本句에서 언뜻 봤을 때 주자가 인부지 이불온 불역군자호를 잘못 해석했다고 이해하기 쉬운데 구분을 위해서 중간에 지(只) 같은 글자가 하나 더 있었다면? 하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가령  朱子非正解只本句, 처럼요. 뒷 부분에 特統而論之耳 라고 모두 통합하여 논한 것이다 라는 구가 있어서 그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한문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 只자가 들어가는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慶源輔氏曰, 順謂理之順, 逆謂理之逆. 曰順曰逆, 皆理也. 但處其順者易, 故及人而樂者, 猶可及處其逆者難. 故不見是而無悶, 非成德之士, 安土樂天者, 不能及也.

 

순은 이치를 따르는 것이고 역은 이치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하지만, 사람마다 입장이 다 다르니 누구의 주장이 순(順)이고 또는 역(逆)인지 애매해지는 문제가 생기지 않나요? 논어를 예전에 한 번 밖에 보지 않았지만 교언영색 선의인(한자 생략) 이라는 구가 왜 군자무본... 다음에 나오는지 이해가 어려웠습니다. 아무려면 공자의 어록을 편집했다지만 어떤 논리적 맥락이 있지 않겠습니까. 처음 읽을 때는 모르겠더니 세주완역 논어집주대전 덕분에 음..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