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원문/논어

논어 읽기 18 : 세주완역 논어집주대전 P.45

참그놈 2022. 6. 19. 15:16

 

集註 : 謂行仁自孝弟, 始孝弟是仁之一事, 謂之行仁之本, 則可, 謂是仁之本, 則不可. 盖仁是性也. 孝弟是用也. 性中只有箇仁義禮智四者, 而已曷嘗有孝弟來. 然仁主於愛, 愛莫大於愛親. 故曰, 孝弟也者其爲仁之本與.

 

행인(行仁)의 시작이 효제(孝弟)라고 할 때 효제(孝弟)가 행인(行仁)의 근본이라고 할 수는 있어도 인(仁)의 근본이라고 할 수는 없다네요. 어느 것이 보다 근원적이냐? 하는 내용인 듯한데, 대학에 仁義禮智를 성의 본체라고 하고 성, 즉, 인의예지는 물(物)이 아니다 라는 설명이 있습니다. 인의예지, 그 중에서도 인(仁)을 매우 강조하고 있는 것 같네요.

 

程子曰, 孝弟也者其爲仁之本與, 非謂孝弟, 卽是仁之本. 盖謂爲仁之本, 當以孝弟猶忠恕之爲道也.

효제가 오히려 충서의 도가 된다고 설명합니다. 예전에 어떤 택시를 탔는데 당시 제가 어떤 책을 들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택시 타면 기사님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잖아요. 그 택시 기사분은 택시 기사 본업 외에 혼자서 유가 경전들을 읽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당시 제게 충서(忠恕)가 곧 논어의 핵심이라고 했는지 아니면 유가 학설의 핵심이라고 했는지 잘 기억이 안나지만 어쨌거나 그런 말씀을 들을 기억이 있습니다.

 

오래 전 일이라 자세한 기억은 안나지만, 그 기사분께 충서(忠恕)라는 말을 듣게 되었는데, 충효(忠孝)라는 말은 어릴 적부터 자주 들어왔지만 충서(忠恕)라는 말은그때 처음 들어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또 서(恕)라는 글자에 대해서 찾아보고 뭐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유학이 추구하는 맥락을 모른 채 서(恕)라는 글자 하나의 뜻을 찾아본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었는데 - 해마다 제사를 지내고 문중 묘제에 첨석해도 유가 경전을 읽어 본 적이거의 없으니까요 - 세월이 흘러서 그런지 서(恕)라는 글자가 간단한 개념이 아닌 것 같은 생각은 합니다. 이는 경제체제와 관련이 있는데, 농경사회에서 유가적 가르침과 현대자본주의 - 대출(빚)이 근간이 되므로 - 에서의 서(恕)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최근 뉴스에서 은행 직원들의 횡령 사건이 보도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고위공직자들의 별다른 주머니는 고대로부터 있었던 것이므로 그렇다 치더라도, - 올리버 트위스트 라는 책은 못읽어 봤는데 영화는 본 적이 있거든요. 잡히면 X 되는 거고 안잡히면 땡잡는 거고 뭐 그렀다고 하더라고요. - 어쨌거나 은행 예금을 횡령하는, 고위공직자도 아니면서... 그런 사건을 서(恕)라는 관점에서는 어떻게 이해를 해야할까? 뭐 그런 생각도 들고 그렇습니다. 고위공직자는 그런 경우 대부분 집행유예 뭐 그렇게 선고가 나지 않나요? 아니면 기소를 안하든지..

 

○朱子曰, 爲仁以孝弟爲本, 事之本, 守之本之類, 是也. 論性, 則以仁爲孝弟之本, 天下之大本之類, 是也. 爲仁以孝弟爲本, 仁字是指其周偏, 及物者言之. 以仁爲孝弟之本, 仁字是指其本體發用處, 言之. 二程子釋經非諸儒所能及. 伯子曰, 孝弟本其所以生, 乃爲仁之本. 此語最深切. 盖推原孝弟之理, 本於父母之所以生所, 以爲行仁之本也. 叔子曰, 孝弟順德也. 順德二字, 足以盡孝弟之義, 而不好犯上作亂之意, 已具乎其中矣. 讀者不可以不深思也. 性中只有仁義禮智四者, 曷嘗有孝弟來. 此語亦要體會得是. 盖天下無性外之物, 豈性外別有一物. 名孝弟乎, 但方在性中, 則但見仁義禮智四者而已. 仁便包攝了孝弟. 凡慈愛惻隱, 皆在所包. 固不止孝弟也, 猶天地一元之氣. 只有水火木金土言, 水而不曰江淮河濟言, 木而不曰梧檟樲棘, 非有彼而無此也.

인이 효제의 근본이라는 말이 일의 근본이고 지키는 것의 근본이라면서 쭉 말을 하다가 天下之大本 이라는 말까지 나오네요. 그러게 어려서부터 농자지천하지대본(農者之天下之大本)이라는 말을 자주 들으면서 자랐습니다. 요즘 20대 30대 또는 청소년은 어떤 말을 자주 들으면서 성장하고 또 살고 있는지 모르지만 50이 넘은 저는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말을 자주 보고 듣고 뭐 그러면서 자라고 살고 그랬습니다. 그 때만 해도 어려서 그랬는지 이해가 어려운 말이기도 했습니다. 산업이 성장하고 있는 와중에 농업이 점점 소외되고 있었다고 해야 할까? 뭐 그런 시절도 있었거든요. 물론 지금이야 식량안보나 종자 안보 등 여러 논의가 있으니 새롭게 조명되고 있지만...

 

어쨌거나 세주완역 논어집주대전이라는 책을 보게 되면서 비로소 농자(農者) 외에 또 다른 천하지대본(天下之大本)이라는 말을 보게 된 것인데,  仁爲孝弟之本, 天下之大本之類 인(仁)이 효제의 근본이며 천하지대본의 한 분류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하면 천하지대본(天下之大本)에 속하는 것이 농자(農者) 외에 더 있다는 말이지요? 그런데 왜 지금껏 농자(農者) 외에는 들어보지 못했을까요? 맨날 논어맹자대학중용을 권장도서에 포함시키면서 天下之大本之類에 어떤 것이 있는지 도통 알려진 것이 없지 않습니까. 검사에게 기소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면 언론은 보도하지 않을 권리가 있고 지식인(?)은 알리지 않을 권리가 있어서였을까요?

 

뭣도 모르지만 평범한 서민인 저도 천하지대본(天下之大本)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분배입니다. 

 

분배에 실패하지 마라

 

라고 하고 싶네요. 뭔 인의예지?... 맹자도 이미 설파한 것이고 그 이전에 관자가 설파한 내용이기도 하지요? 분배에 실패하지 않아야 예의염치가 생긴다고 무려 몇 천년 전부터 설파한 사람들이 있잖아요. 프랑스 대혁명이 왜 일어났나요? 분배에 실패했거든요. 천하지대본은 인의예지, 박애 뭐 그딴 것들이 아니라 분배가 그 전제라고 생각합니다.

 

○問, 孝弟是爲仁之本, 義禮智之本如何. , 義禮智之本, 皆在此. 使事親從兄得宜者, 行義之本也. 事親從兄有節文者, 行禮之本也. 知事親從兄, 所以然者, 智之本也.

역시 비슷한 내용입니다. 효제가 인(仁)의 근본이라면 의례지(義禮智)의 근본은 무엇이냐는 질문인데 근본은 모두 똑같다면서 의례지(義禮智) 각각에 대한 예를 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