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었습니다. 역사상 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은 것이 두 번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환율이 오르면 물가가 오르고 자칫하면 외환위기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강달러 상황이라 원 달러 환율만 상승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 엔화도 상승 중이고 중국 위안화도 영국 파운드화도 기타 강대국들 외에 여러 신흥국들의 화폐가치 하락에 비하면 현재의 대한민국 환율이 상당히 높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대응을 잘 하고 있다고 분석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IMF 같은 험한 꼴을 잠깐이나마 지켜 본 서민의 입장에서는 어떤 것이 맞는지 모르지만 어쨌거나 환율이 1400원을 넘었다는 것이 가슴 졸이게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가계부채가 역대급이라 금리가 오를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분들도 계시다는데, 하필 서강대 김영익 교수께서 금리와 환율을 동시에 설명하는 책을 내셔서, 게다가 일반인을 위한 책이라고 해서 읽어 보았습니다. 하지만, 일반인이라서 그런지 금리와 환율이 서민인 일반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피부로 와닿지는 않네요. 오히려 당혹스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가령, 해당 책 P.39에 "미국이 2020년 매월 1200억$ 규모의 자산을 매입하면서 통화를 공급했다가 2021년 11월에 자산 매입 규모를 1050달러로 줄이기로 했다면서... 그러고는 통화정책 방향의 대전환이다" 라고 적으셨던데 일반인이 그 정도 내용을 보고 통화정책 방향의 대전환인 것을 인식할 수 있나요? 저자인 김영익 교수는 매일 경제지표, 통화랑, 금리, 환율 등등을 분석하고 뭐 그러면서 사시겠지만, 대한민국 서민 일반인들은 그러고 살지 않지요. 위 내용을 보고 통화정책에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면 세계 경제 전문가 아니겠습니까. 달러 통화량은 전세계 경제를 좌지우지 합니다. 미국의 경제규모와 글로벌 유동성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피부에 와 닿지 않겠습니까.
책 전체는 금리와 환율에 대해서 경제학 교과서처럼 기초적인 내용은 설명하고 있기는 하지만 도무지 추천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네요. 게다가, 아무래도 저자인 김영익 교수께서 대학 내 연구실 등에서 주로 생활하시는 것인지 다소 못마땅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납득이 어렵다고 해야 할지 그런 부분도 있었습니다.
금리와 환율 알고 갑시다 라는 책의 마지막 문장은
또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위기 때 현금을 가지고 있으면 모든 자산을 헐값으로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데, 모든 자산을 헐값으로 살 수 있는 현금을 보유한 사람은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요? 대한민국에는 그런 사람이 아무도 없거나 자산가치가 사라지거나 혹시 둘 중 하나 아닌가요? 제 주머니에 현금 5만원이 있다고 치면 5만원으로 모든 자산을 헐값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모든 자산... 위기 때 현금을 이미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금리와 환율 알고 갑시다" 라는 책 정도는 읽지도 않을 것으로 생각이 되네요. 지금이 위기라면 - 가계부채 역대급이고 환율이 1400원을 넘었으니까요 - 뉴스마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부담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그 사람은 누구일까요? 금리와 환율 알고 갑시다 라는 책은 2021년에 발행되었더군요.
특정 부분을 콕 찝어서 김영익 교수를 비난하거나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할 때는 이 책이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쓰여진 책이 맞는지 그런 생각이 들어서 삐딱한 심보가 생기네요. 아니면 뭔가 대한민국 현실과 괴리된 느낌도 없지 않고요. IMF 이후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겠답시고 비정규직 비중이 늘어서 고용은 불안정했고 소득수준은 그닥 향상되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반면, 미친년 널뛰듯 집값이 뛰어서 대출은 한가득씩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영끌 빚투 그러면서 600만명 이야기 나오고, 다중 채무자 450만명 운운하고 전세보증금 850조 이야기도 있고, 경기침체 오면 대기업에서 정리해고 할 수도 있고... IMF 이후 불안해진 고용구조와 오르지 않은 연봉으로 투자를 지속하면서, 모든 자산은 아니지만 원하는 자산을 취득하기 위한 현금을 보유한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요? 금리 오르면 오르는 이자부담액과 원금상환액 때문에 다들 걱정이라고 하는 판인데...
너무나 원론적인 이야기를 학자적 관점에 따라 편중되지 않게 쓰신 것 같기는 하지만 서민들에게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책으로 생각됩니다. 오히려 위험한 책으로 생각되기도 합니다. 일반 대중이 "금리와 환율 알고 갑시다" 라는 책 P.39에 "미국이 2020년 매월 1200억$ 규모의 자산을 매입하면서 통화를 공급했다가 2021년 11월에 자산 매입 규모를 1050달러로 줄이기로 했다면서... 그러고는 통화정책 방향의 대전환이다" 라는 것을 금리와 환율 알고 갑시다라는 책을 읽었다고 실감할 수 있겠습니까.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면 자산을 헐값으로 살 수 있다는 권유(선동?)보다는 차라리 어떻게든 빚을 줄이려 애를 쓰라고 말해주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통화정책 방향의 대전환을 알고 계신 분도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계시지 않으니 교수로 재직하고 계시는 것 아니겠습니까. 교수님을 비꼬자는 것이 아니라 경기순환에 따라 경제위기는 여러 번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교수님조차도 잡지 못한 기회를 일반 대중에게 권하고 계시잖아요.
김영익 교수께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가 자산을 헐값에 매수하셨다면 단순히 모대학 교수라고만 소개되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의 OO한 투자자이자 교수이신..." 이라고 뭐라도 하나 수식어가 하나 더 붙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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