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에 대해 아무런 책도 한 권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음에도 어려서부터 주역이 사서삼경에 포함되고, 주역을 100독 하느냐 1000독 하느냐에 따라 신통한다는 그런 전설로부터, 주역부인이라는 내용 외에도 사주팔자를 말하며 요즘도 알게 모르게 주역이라는 문헌이 곳곳에서 인용되고 있어서, 나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습니다. 그래서 몇 권 주역 해설 서적을 구입하고 읽어보려 하기도 했는데, 도무지 이해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도올 주역강해가 유튜브에 업로드 되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 "응? 볼 만 하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어 유튜브 영상을 몇 번 보고 난 이후 도올 주역강해 라는 책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그 말은 주역에 대해서 진짜로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뜻이며, 제가 쓰는 포스트는 그냥 무지하고 무식한 어느 독자가 지껄이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혹시 이 포스트를 보시는 분이 계시다면 그 점 감안하고 봐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도올 주역강해 P.16
대저 역이라는 것은 단지 하나의 복서(卜筮) 책자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궁정의 사관이나 점을 치는 예관들이 비밀리에 소장하면서 나라의 대사의 길흉을 점치는데 사용하였던 것이기 때문에, 그 문자가 지극히 간략하여 보통사람들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공자가 그 문헌을 발굴하기에 이르러, 그 뜻을 부연하여 엮어낸 것이 소위 십익(열 날개) 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 십익이라고 하는 것은 단전, 상전, 계사전, 문언, 잡괘니 하는 류의 것들이다. 이 십익에 이르러 비로소 "주역"이라는 문헌의 합리적 논거가 잡혔다.(蓋易只是箇卜筮書, 藏於太史太卜, 以占吉凶, 亦未許多說話. 及孔子始取而敷繹爲十翼, 彖象啓辭文言雜卦之類, 方設出道理來. 주자어류 권67, 독역지법)
1. 점치는 책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것을 무엇 때문에 비밀리에 소장합니까? 점이나 치는 단순한 책은 아니라는 뜻 아닌가요? 하늘의 뜻을 밝힌 것이라 할 수 있는데 "그냥 종이나부랑이일 뿐이다" 라는 번역이 참 이해가 힘듭니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그 당시에는 매우 권위있는 문헌 아니었겠습니까. 왕 조차도 점복의 결과를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는 하늘의 뜻을 기록한 문헌이... 하긴 시대에 따라 혹세무민하는 하는 사람들이 많았기도 하였고, 과학이 발달하면서 수 많은 미신들이 사람들의 억측이고 무지라는 것이 밝혀지기는 했으되, 과학이고 뭐고 도무지 발달하고 발전하지 못했던 당시를 고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2. 그 문자가 지극히 간략하여 보통사람들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아예 비장되던 문헌인데 당시 보통사람들이 역점을 쳤나요? 그 만큼 문자가 보편화 되었습니까? 공자조차도 과두문자 쓰던 때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의 문맹률은요? 사관이나 예관들이 비장(비밀리에 소장)하던 책이었기에 애초에 보통사람들은 알 수도 없던 책일 가능성이 훨씬 더 높지 않겠습니까.
살다가 어째 싸르트르의 "지식인을 위한 변명" 이라는 책을 한 번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그 책의 내용은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나마 기억나는 것 한 가지는 "중세에는 성직자들만이 문자를 학습하여 읽고 쓸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구텐베르크나 마르틴 루터의 노력 이전에는 읽거나 쓸 수 있는 사람이 매우 한정적이었다는 말인데, 동양이라고 달랐겠습니까?
3. 공자가 발굴
어쨌서 취할 취(取)자가 발굴의 의미로 해석되나요. 공자가 십익을 저술하였다고 전하니 그런 면에서는 발굴이라고 할 수 없지는 않겠습니다.
4. 류의 것들이다
앞에 "책자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라는 해석이나 뒤의 "류의 것들이다" 라는 번역을 보게 되면, 반드시 주역이 아니더라도, 한문 고전을 번역했다는 내용을 읽어 보면, 아주 사소하고 별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것이라는 느낌이 들도록 번역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도올 주역강해 아니라도 한문 고전을 읽어 보려는 생각으로 해설서를 구입해서 책을 펼쳐보면
따위일 뿐이다.
그까짓 것들인 뿐이다.
식의 번역이 난무한다고 해야 할까요? 점서따위에 불과한 책자 따위를 뭣하러 사관들이나 예관들은 뭣하러 그렇게나 비밀리에 소장을 했을까요? 한문고전 번역했다는 책 읽어 보면 공자나 맹자의 생각을 단정하는 번역도 많습니다.
공자나 맹자가 생각한 것은 또는 원한 것은 바로 그것이다.
공자나 맹자 머리 꼭대기에 앉은 사람이 하나둘이 아닌 모습을 소위 한문고전 번역에서 숱하게 보게 되는 것이지요. 진리를 추구하며 살다간 철인(哲人)들에 대한 예의나 존경도 찾아볼 수 없고, 그 분들이 남긴 문헌에 대한 존경도 예의도 도무지 느낄 수 없는, 희안한 번역들이 "한학자" 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 역시 한문을 잘 모르지만 위에 입력한 한문 원문과 번역문이 일치합니까? 한문 원문 몇 글자 되지 않습니다. 한 번 자전이나 옥편 펴놓고 비교라도 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지(只)를 "다만" 이라고 번역하는 것이야 자전이나 옥편에 "다만" 이라는 뜻으로 풀이를 하고 있으니 그렇다고 치십시다. 하지만 지(只)라는 글자가 영어 Only 같은 초점부사라고 한다면....? 초점부사의 역할을 아시지요? 강조를 위한 것입니다. 글을 쓴 사람은 강조를 하려는 문장일 수도 있는데,
아주 예날에는 점서 따위였을 뿐이다
점서 따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라고 번역하여, 독자의 주의를 모으려 하는 강조의 의미를 오히려 독자의 주의를 흐뜨리는 방식으로 번역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습니까? 앞에서 점(占)은 하늘의 뜻을 살피기 위한 것이라 했습니다.
유튜브에서 동영상 강의를 먼저 접했기 때문에, "엉? 이번에는 책과 함께 읽으면 도무지 주역이라는 뭔지 모르겠던 것이 감이라도 좀 잡힐까?" 하는 생각으로 책을 구입하여 폈다가 나름으로는 또 한 번 나름의 실망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렇다고 도올 주역강해가 나쁜 책이라는 그런 말은 아닙니다. 이제 앞부분 보고 있는데 800여쪽에 이르는 내용을 다 읽어보지도 않았으니까요. 이제부터 읽게 되는 책 후반의 내용에서는 "아~~!" 하면서 형광등 켜지는 소리가 저 자신의 입에서 나올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한문고전 읽어 보겠답시고 공자나 맹자 등 여러 선철들 머리 꼭대기 위에 앉아 있는 것 같은 번역들 때문에 고개를 갸우뚱 거린 것이 한두 번이 아닌데, 도올 주역강해라는 책을 펴고서도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유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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