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주역강해 라는 책을 알기 전에 저는 동영상 강의를 먼저 봤습니다. 유튜브에 업로드 되는 강의에서 왕선산을 예로 들면서 건곤합찬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이
건괘과 곤괘는 역(易)이 아니다
라는 설명에 주의가 쏠렸습니다. 착종의 관계를 살펴 6효에서 12효를 봐야 한다는 그런 강의 내용을 보고 사실은 도올 주역강해를 구입할 생각을 했었습니다. 주역이라는 책이 동양의 전통에서 최상위 경전이라고 하기는 하는데, 몇 권 주역에 관한 개설서나 뭐 그런 것을 봐도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못알아 먹겠으니... 그래서 완독한 책이 1권도 없기는 합니다. 그러다가 건곤합찬에 관한 설명을 보고서야 "어? 감이라도 좀 잡히려나?"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인데, 책을 읽다보니까 "건괘와 곤괘는 역이 아니다"라는 도올 선생님의 설명이 반드시 정확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봤던 주역 개설서에서는 건괘를 아버지 곤괘를 어머니에 비유하여 설명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인간관계에 한정한 설명인 것인데, 실제, 지구의 역사가 50억년 정도가 되는 과정에서 빙하기가 있었고 인류나 공룡이 거의 멸종하는 사태 등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건괘나 곤괘도 나머지 62괘의 전제로서가 아니라 역의 괘로서의 의미를 가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진이나 화산폭발, 해저화산 폭발, 산사태 등등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자연재해가 있습니다. 그것은 땅의 모습이 아니겠습니까. 천도의 운행이라고 하려니 아는 것이 없는 놈이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빙하기라는 것은 땅이 하늘의 변화에 반응하지 못한다는 말일 수도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건괘와 곤괘 역시 역(易)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구스타브 뀌르베의 그림 The Origin of world를 인용하며 설명하는 건곤에 관한 설명이라면 건곤합찬은 설득력 있는 설명이라 생각합니다만, 남녀가 성관계를 한다고 해서 생명이 탄생하는 것 역시 아닌 것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보스턴의 성인을 인용하며 남녀의 성기를 본 뜬 것이다 라고 설명하시던데, 빙하기나 지진, 해일, 화산폭발 등등의 자연재해까지를 고려한다면 태극 중 음양의 기운을 형상화 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나아 보이기도 하고 뭐 그러네요. 천자문이나 추구 등에 나오는 땅(地)은 지진이 일어나고 화산이 폭발하거나 산사태 나거나 하지 않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산물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물로 묘사됩니다.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심리가 있듯, 주역의 괘 역시 지진이나 화산 폭발 등은 드물게 나타나니 만물을 키우는 존재로 땅(地)을 인식하고 싶었는지도 모르지요.
"태극을 제외하면 일체의 초월자가 있을 수 없다"는 설명은 빙하기나 대지진, 거대 해저화산 폭발 등도 모두 역(易)으로 설명할 수 있을 때에 가능한 설명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P. 41에
역의 철학이 부재한 진보는 문명과 자연의 파멸만 초래
한다며 설명하는 내용이 있는데, 해당 부분을 보니 오히려 신영복 교수의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이라는 책을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네요. 비슷한 이야기를 신영복 교수의 강의라는 책이 보다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고 생각되네요.
도올 주역강해에 쓰여져 였습니다.
"자본의 확대는 퐁요를 미끼로 삼지만 궁극적으로 생명의 해체이며 자연의 파멸이다. 공멸의 위기를 감지하면서도 이를 제어할 방법이 없다"
그런 내용을 신영복 교수는 "자본의 운동"이라고 설명하시더군요. 한편, "태극 이외의 절대자는 없다"고 하시면서 "제어할 방법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것 역시 모순이라 생각되기도 합니다. 제어할 방법이 있고 제어할 수 있다면 태극을 능가하는 누군가가 될 것이 아니겠습니까. 제어할 수 없는 음과 양의 조화와 갈등, 대립이 어우러진 태극(太極)... 그냥 그것이 역(易)이라고 설명하셨으면 충분하셨을 것 같은데, "근본적으로 역(易)의 철학이 부재했다" 그래서 "제어할 방법이 없다?"는 말씀이라면, 참 황당한 말씀으로도 이해됩니다. 역의 철학이 수천 년간 이어져 온 동양사회에서도 터질 것은 터졌고 죽을 것은 죽었고 왕조가 숱하게 뒤집히면서 생명은 이어져 왔으니까요.
벌써 30여년이 되어가는데, 서점에서 "여자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꽂혀 있는 것을 보고서 "별난 제목이 다 있네!" 싶어 구입해서 읽은 것을 시작으로 도올 선생님 책을 10여권 이상은 읽은 것 같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와우~~ 하는 느낌이 있었지만 또 어떤 경우에는 "이게 무슨 소리야?" 싶은 것이 섞여 있는... 그런 느낌을 꾸준히 받아 왔습니다. 저의 대학 평점은 선동열 방어율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박사학위를 우표수집하듯 받으신 분의 고명한 논리를 수긍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도올 주역강해 라는 책에서도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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