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원문/대학읽기

대학 비지(備旨)가 엉터리인 것인지 내가 이해를 못하는 것인지...

참그놈 2023. 4. 2. 04:09

사서 중 대학(大學)을 주석이 다 있는 책으로 세 번째 보고 있습니다. 전을 해설한 곳에 비지(備旨)라고 적혀 있는 것이 있거든요. 그런데, 내용이 이해가 어렵네요. 제가 보던 부분은

 

康誥曰, 克明德.

康誥周書. 克能也.

 

 

입니다. 그런데 그 비지(備旨)에

 

備旨 : 經文所謂在明明德者 稽諸古訓, 而有徵矣. 周書康誥有曰人皆有此明德 但爲氣抱物蔽 以致昏昧不明 惟文王 繼熙敬止 克明其本明之德焉.

 

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서경 주서 강고편을 펴 보면 위에서 말한 빨갛게 표시한 내용이 안나옵니다. 후대 주자성리학의 이론체계를 서경 주서 강고편에 억지로 끼워다 맞춘 것인지...

 

주석이 다 있는 책을 한 번 읽는데, 한 달 반인가 두 달인가가 걸렸습니다. 모르는 글자 찾고 뭐 그러느라 오래 걸렸는데, 두 번째 볼 때도 뭐 쉽게 읽히지 않았습니다. 세 번째 보고 있는 지금도 원문을 보고 곧바로 해석이 안되는 부분이 있기도 하고 그런데, 첫번째 두번째 보던 것과는 달리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습니다. 그래서 서경도 펴 보고 시경도 펴보고 그러는데, 제가 무지하고 어리석어서 그런지 서경 주서 강고편에는 위에서 말하는 그런 내용이 어디에 있다는 것인지 도통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

 

가 성리학(性理學)은 아닐 것이고... 아무래도 제가 어리석고 무지해서 그런가 싶기도 한데, 왜 제 눈에는 그런 내용이 안보일까요? ㅡ,.ㅡ

 

다만, 대학의 전에는 사람이 모두 명덕을 부여받았지만 문왕이 할 수 있었다고 해설이 되어 있는데, 서경 주서 강고편을 읽어 보시면 "문왕을 따라야 한다, 따라해야 한다"는 식으로 적혀 있는 부분은 있습니다. 문왕이 명덕을 스스로 밝힐 수 있었고 후대 주자 성리학의 이론대로 사람마다 명덕을 부여받아 태어나는데, 기질(氣質)이 그것을 막고 있지만, 명덕을 밝힐 수 있는 사람을 모범삼아 따라하면 된다고 이해를 한다면 말이 되기도 합니다. 비슷한 이야기가 논어 학이편 주해에도 나옵니다. 학(學)자는 성인을 본받는 것이다(效)라면서... 

 

나라들마다 중요시하는 위인들이 있습니다. 역사가 짧다고 할 수 있는 미국도 건국의 아버지들이라며 미국사에서는 당시의 문서들을 보관하기도 하고 연구하기도 하고 한답니다. 당연한 일이기도 하고 부러운 일이기도 하고... 성문종합영어에 미국 대통령 연설문은 있는데, 우리나라 대통령 연설문이 적힌 책은 살면서 본 적이 없는 것 같거든요. 한때는 성문종합영어 장문독해에 있던 그 예문을 일부라도 외운 적도 있었던 것 같네요.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영어 원문 생략) 그 부분 외에도 재수할 때 성문종합영어를 많이 보지는 않았어도 좀 더 외우고 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도통 우리나라 대통령님들의 연설문은 명문이 없는 것인지...

 

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여러분이 대통령이 되는 것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님의 연설문 일부인데, 그 연설 전부를 들은 것은 아니지만, 그 연설을 듣다가 갑자기 저 자신이 빠릿해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연설은 대통령이 되신 후의 연설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이실 때 선거에서의 연설이셨지요. 기억나는 연설은 그래도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연설 일부이긴 합니다. 우리의 대통령들께서 남기신 명연설을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이라는 거 아시죠~

 

그런 거 말고요. ㅡ,.ㅡ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라고 말씀하시던, 미래를 내다 보셨는지 그 연설 영상에는 우리 사회가 젊은 세대들이 결혼을 일찍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씀도 하셨지요. 하지만, 세월 지나고 보니 희안한 광경이 되어버려서는...

 

 

사서 중 대학 이야기하다가 뜬금없이... 그쵸?

 

대학을 읽어 보시면 소학을 완성하고 대학을 읽으라는 그런 말이 있는데, 뭐가 뭔지 모르겠다시면 그냥 대학 먼저 읽어보셔도 됩니다. 저는 대학을 읽어보고서야 소학이 중요한 것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조선왕조 같은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오히려 유학이 강조하는 내용들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이 사서 중 대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성리학으로 구성되어 있던 전통적인 질서가 깨져버린 상황에서 누군가는 계속 논어 맹자 대학 중용 등을 권장도서에 꼭 포함시키고 있지만, 대학의 해설서에 주석이 다 있는 책이 출간된지 그리 오래되지 않습니다.

 

제가 처음 읽은 대학 해설서는 근현대 철학을 기준으로 성리학을 논하는 것이었는데, 저는 철학을 모릅니다. 그래서 그 해설도 이해할 수 없었고 대학 본문의 내용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10년 이상의 시간이 지난 뒤에 대학이 주석까지 다 있는 책이 발간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책을 읽었을 때, 주자 성리학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어쨌거나 유학이 뭔지 나름의 이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습록이 왕양명이 해설한 대학이라는 것도 뒤늦게 알게 되었지요. 유학이 뭔지 대강이라도 알고 싶으시면 대학을 주석이 모두 갖춰진 책으로 읽어보시길 권하겠습니다. 성리학 하라는 말 아닙니다. 저 자신도 성리학이 아직 뭔지 모릅니다. 그러니 이런 포스트를 쓰지요. 대학 비지(備旨)가 설명하는 내용이 정작 서경 주서 강고편에는 도무지 없더라면서... 조선왕조 시대에 이런 소리 하면 사문난적으로 뒤질 수도 있습니다. 최인훈님의 "광장" 서문 어느 부분에 "공화국이어서 이런 작품을 발표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민주주의 시대입니다. 뭣도 모르지만 대학은 지금 시대에도 분명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현행 대학 해설서 대부분이 주자라고 하는 송나라 주희의 이해와 해석이므로 그 해석을 무조건 따라야 하느냐? 는 문제가 있는데, 독자는 여러분입니다. 시인이 수능에 출제된 자기자신의 시(詩)를 보고 "도무지 모르겠더라!" 라고 했다지 않습니까. 그러므로 지금 대학을 읽으려 하는 분들은 주희의 주석이나 왕양명의 주석 등을 외면하거나 무시하라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인 시각으로 여러분 스스로 생각하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대학 전문(傳文) 중에

皆自明也

 

라는 것이 있습니다. 저 자신이 아무리 한자나 한문에 익숙치 않다고 皆自明也. 라는 구를 해석할 수 없었느냐면... 아닙니다. 해석할 수 있었지요. 그러나, 대학을 두 번째 볼 때까지도 그냥 별 생각없이 보이던 구가 대학을 세 번째 보면서는 의미가 달라보이는...

 

성리학이 좋으면 성리학을 하셔도 되고 양명학이 좋으면 양명학을 하셔도 되고 주희도 왕양명도 못마땅하다 싶으시면 스스로 생각해 보시면 되고... 혹시나 대학을 읽으려는 분이 있다면, 그것은 독자(讀者)가 판단하는 것이 민주주의 이념이 추구하는 한 모습이기도 하지요. 질문하고 반론을 제시하면 D+ 주는 대학(A University)도 있다고 하는 뭐 그런 세상이라, 대학(大學)과 대학(A University)를 잘 구분해야 하기도 하고...

 

 

쓸데 없는 소리 많이 지껄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