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 중 대학 경문에
其本亂而末治者否矣. 其所厚者薄, 而其所薄者厚, 未之有也.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그 구절에 대해서 아래와 같은 주석이 붙어 있습니다.
本, 謂身也.
接上文本字. 末謂天下國家.
所厚謂家也.
三山陳氏曰, 國天下本非所薄, 自家視之, 則爲薄也.
○新安陳氏曰, 以家與國天下, 分厚薄.
此兩節, 結上文兩節之意.
진하고 크게 표시한 것은 주자가 붙인 해석이고, 나머지 작은 글자로 표시한 것은 다른 유자(儒者)들의 주석입니다. 해당 주자의 주석에 대해 왜 후하게 해야 할 것이 가(家)인지 이해가 힘들다며 옛날 조선의 선비들도 고개를 갸우뚱했다는 내용을 관련 해석을 검색하다 본 적이 있습니다. 대학을 고작 세 번 밖에 읽어보지 않았지만, 읽는 저도 이해가 힘들었거든요. 하지만, 나중에 생각을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보고 나름 짱구를 굴리다가
주자의 주석은 틀리지 않았다. 즉, 本, 謂身也. 所厚謂家也. 라고 붙인 주자의 주석은 틀리지 않았지만, 뒤에 나오는 삼산진씨와 신안진씨의 주석 三山陳氏曰, 國天下本非所薄, 自家視之, 則爲薄也. ○新安陳氏曰, 以家與國天下, 分厚薄. 등은 오류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번역을 보면
나라나 천하를 박하게 할 것이 아니지만, 집(家)의 관점에서 본다면 집을 후하게 하는 것이고 나라나 천하는 박한 것이다. 또는 박하게 하는 또는 되는 것이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번역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 제가 가지고 있는 책에는
三山陳氏曰, 國天下本非所薄, 自家視之, 則爲薄也.
삼산 진씨가 말씀하기를, 나라와 천하는 본래 박하게 할 것이 아니나, 집과 비교해서 본다면 박하게 할 것이 된다.
○新安陳氏曰, 以家與國天下, 分厚薄.
신안 진씨가 말씀하기를 "집과 나라 및 천하로서 두텁고 박한 것을 나눈 것이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대학을 고작 세 번 밖에 읽어보지 않았고, 그나마 주석 있는 대학은 두 번 밖에 읽어보지 못한 중에, 읽는 저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아 나름 생각을 하다가 엉터리 번역이고 이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삼산진씨나 신안진씨 주석이 반드시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즉, 한문주석은 반드시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번역은 오해의 소지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그게 무슨 뜻이냐? 라고 되물으실 수 있는데, 저는 고작 대학을 세 번 밖에 읽어보지 않아서 설명하기는 난감합니다. 그러니 혹시 所厚謂家也라는 주자가 붙인 주석의 뜻이 궁금하신 분들은 서경(書經)을 읽어보시면 되겠습니다. 사서대전 대학장구대전에서 경문 其本亂而末治者否矣. 其所厚者薄, 而其所薄者厚, 未之有也. 에 대한 삼산진씨와 신안진씨의 주석은 제거해야 할 것들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 버르장머리 없지요? 옛날 같으면 사문난적으로 몰려 뒈졌으려나요? ㅡ,.ㅡ
우리나라에 사서중 대학의 주석을 모두 번역해서 출간한 책이 제가 알기로는 별로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말은 조선왕조 600여년간 대부분의 유자(儒者)들이
삼산 진씨가 말씀하기를, 나라와 천하는 본래 박하게 할 것이 아니나, 집과 비교해서 본다면 박하게 할 것이 된다.
신안 진씨가 말씀하기를 "집과 나라 및 천하로서 두텁고 박한 것을 나눈 것이다"
식으로 번역하고 이해하고 전수했을 것이라는 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600여년 동안...
서경을 읽어보려 한 것이, 그냥 대학에 인용한 부분을 참고하려고 이리 뒤적 저리 뒤적 하던 중에 짜증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서경에 뭐가 적혀있나 맥락이라도 좀 보자 싶어서 서경 해설서 두 권 1000페이지 정도를 번역문 위주로 읽게 되었습니다. 그랬더니 所厚謂家也라는 주자의 주석이 뜬금없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제겐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성과(?)였다고 할까요? 그러고 나서 보니까 삼산진씨나 신안진씨가 붙여놓은 한문 원문 주석보다 번역문은 오해의 소지가 아주 많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本, 謂身也. 所厚謂家也.
라고 주자가 붙인 해설에는 신(身)과 가(家) 국(國) 천하(天下) 등으로 후박(厚薄)을 나누었다거나 하는 그런 말이 없습니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했는데, 해몽을 잘못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서경을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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