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문을 처음 읽어보려 한 것이 30여년 전입니다. 단순히 글자 1000자를 모아 놓은 한자학습서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펴보고서는 성경 창세기와 내용이 겹치는 듯도 하면서 그저 글자 1000자를 익히기 위한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으로부터 30여년 전에는 한단고기 열풍이 불던 시기이기도 하고 그래서 기존 천자문에 대한 해설보다는 다른 해설도 간혹 있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한문도 모르고 한자조차 잘 알지 못하던 때에 천자문을 이래저래 나름으로 읽어보다가 천자문은 단순히 중국 역사를 기록하여 만든 책이 아니다! 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생각이 들었다고 하면 곤란하지요. 확신이 있었다는 말은 더더욱 하기 힘들고... 근거를 대야 할 테니까요. 어쨌거나 제가 천자문을 나름으로 읽어보고 느낀 것은 주흥사 천자문은 삼천대천세계의 1찰이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삼천대천세계가 무슨 말인지 아시지요?
저는 사실 불교단체 같은 곳에 가입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회를 살면 색즉시공 공즉시색 아제아제바라아제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같은 그런 말들 들으면서 자라지 않습니까. 색계가 어떻고 무색계가 어떻고 하는,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지금도 법조계, 노동계, 종교계, 언론계 같은 말들을 쓰는데, 우리가 쓰는 한자어들이 대체로 일본이 근대화를 위해 만든 말들이거든요. 일본에서 유학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모르지만, 불교가 꽤 오랫동안 성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쓰는 한자어에는 일본식 사고가 퍼져있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어쨌거나 저 자신이 천자문을 읽어보려 애쓰던 어느 때 어디서 삼천대천세계 라는 말도 어디서 주워들었거든요. 그러고 보니 천자문이 삼천대천세계의 1찰을 설명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각의 계에서 걸출한 인물들이 나오지 않습니까. 법조계에서는 대통령, 법무부 장관, 연예계에서는 SM엔터, BTS, 블랙핑크, 스포츠계 중 축구계에서는 차범근, 박지성, 손흥민, 야구계에서는 추신수, 김하성 등등. 각각의 계에서 그런 인물들이 나오기 위해서 협회가 있고 장(長)이 있고 관계자들이 있고 뭐 그렇게 구성되어 있잖습니까.
하늘 天자를 자전에서 찾으면 "하늘", "아버지", "임금님", "지아비(夫)" 등등의 뜻이 있거든요. 그럼 무슨무슨 협회의 장(長)은 그 계에서는 천(天)이지 않겠습니까. 지(地)는 축구선수에게는 축구장이 땅이고, 야구선수에게는 야구장이 땅이고 막노동 하는 사람은 건설현장이 땅이고, 농부에게는 논밭과 과수원이 땅이고... 기타 등등 기타 등등 삼천대천세계가 얼마나 넓겠습니까. 1000여년을 이어온 조선 유학계를 일본 불교계가 꿀떡 삼겨버린 것인지도 모르지요.
제가 여기서 말하는 천자문은 주흥사 천자문을 말합니다. 대동천자문, 해동천자문 등이 아닙니다. 중국사와 연관시켜 설명하지만 중국사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 기전파목 용군최정? 우리나라에도 을지문덕 연개소문 이순신 같은 명장들이 계셨답니다. 학우등사 섭직종정? 우리나라 옛날 뛰어난 분들은 3살에 천자문을 떼고 5살에 뭘 떼고... 숱하게 나옵니다. 거북선 같은 배를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고산자 김정호가 그린 지도는요. 그런 인물들이 우리나라나 중국에만 있었겠습니까? 아니잖아요. 서양에서 엔진을 만들고, 나폴레옹, 패튼, 롬멜, 시저 등등 숱한 인물들이 있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등등 그러고 그사람들도 현가주연하고 접배거상 하면서 맨날 술먹고 놀기도 하고, 정장을 제대로 차려입으면서 속대긍장 하기도 하고...
삼천대천세계의 일찰(一札)에서 나타나는 역사를 요약하면 주흥사 천자문처럼 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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