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 천자문 열다섯번째 구입니다.
年中日月 旦夕祈祝
하늘에 수 많은 별들이 있지만, 사람 사는 세상에 가장 영향력이 큰 것은 해와 달일 것입니다. 그리고 해와 달이 도는 것을 관찰하여 역법을 만들기도 하고 그러지 않습니까. 지금도 아시아에서는 음력설을 쇠고 있기도 하고요.
旦은 새해 첫날을 가리킵니다. 음력 1월 1일이지요. 그리고 추석은 음력 8월 15일인데, 음력 정월이 지나면서 농사준비를 하나요? 설이 양력 1월에 드는 경우도 있지만 2월에 드는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이전 구인 기려쾌렵 뢰경오곡과 비교하면 확실히 농경이 자리를 잡은 느낌이 드는 구네요.
한가지, 해동천자문이나 대동천자문 같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천자문이 있는가 하면, 보통은 주흥사 천자문이 천자문을 대표한다고 해야 할까? 뭐 그런데, 왕인과 아직기가 일본에 천자문을 전했다는 내용이 있답니다. 일본 고사기에 기록이 있다는 것 같던데, 그것이 주흥사가 천자문을 짓기 이전입니다. 대략 150~200여년 더 앞섰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주흥사 천자문 이전에는 이의일월(二儀日月)로 시작하는 천자문이 있었다고 합니다. 종요가 지은 천자문이 그렇다나 뭐라나... 하는데, 어쨌거나 그 이의일월(二儀日月)로 시작하는 그 천자문은 전하지는 않는 것으로 압니다.
왜 이런 이야기를 불쑥하느냐면, 어쨌거나 옛날에는 글자 1000자로 글을 짓는 어떤 관행이라고 해야 할까... 뭐 그런 것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보통은 해를 아버지로 달을 어머니로 표현하는 그런 경우도 있거든요. 그러다가 그 보다는 훨썬 더 넓은 세계관을 가진 천자문이 등장하게 되는 겁니다. 바로 주흥사 천자문이지요. 이의일월(二儀日月)이 천자문의 첫 구였다는데, 그 보다 더 넓은 천지현황 우주홍황을 첫구로 세웠으니까요. 인간으로서는 알 수도 없고 상상하기 힘든 세계를 먼저 제시한 것입니다. 하긴, 요즘은 보이저 2호가 태양계를 벗어났다거나 하면서 고대인들이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하늘과는 또 다른 문제일 수도 있지만요. 과학이 보여주는 우주가 사람의 신앙에 있는 하늘과 반드시 같은 지는 사실 모르는 일 아니겠습니까. 보이저 2호가 보내오는 사진들이 참 신비하기도 하지만, 개뿔 하느님이나 천사는 없네? 라고 과학의 눈으로 보면 그렇게 되잖아요. ㅋ
그러나, 천문학자들 중에 자살하는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답니다. 인간이 졸라 잘난 줄 알았더니, 태양보다 100배는 고사하고 1000배 이상 큰 행성인가 뭐 그런 것도 있답니다. 비행기 타고 하늘 위에서 보면 그 크던 건물든이 성냥갑처럼 보이고 뭐 그러는데, 태양보다 100배 1000배가 크면 도무지 사람은 기하학상의 점으로나 표현될 수 있을까요? 그래서 크게 실망하고 절망한다고 합니다. ㅡ,.ㅡ
보통 유학(儒學) 경전이라고 하는 사서오경에는 하늘은 있는데 하느님은 없습니다. 산천에 제사지내고 하늘에 제사지내고 뭐 그러다가 나중에는 자꾸 시들시들해져서는 태산에서 지내던 봉선(封禪)도 잘 안지내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즉, 이의일월(二儀日月)로 시작되는 천자문이 있을 때만 하더라도 하늘에 제사지내는 것을 공경히 하고 뭐 그랬는데, 천지현황 우주홍황으로 시작하는 천자문이 나오자 그 이후로는 하늘에 제사지내는 것을 점차 소흘히 하게 되었다... 뭐 그런 것이 대비가 되고 그래서 그 차이가 뭘까? 하고 짱구를 굴려본 적이 있어서 몇자 끄적였습니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는 강화도 마리산에서 천제(天祭)를 지내기도 하지요? 그러게, 유학 경전에는 하늘은 있어도 하느님이 없는데, 우리에게는 하느님이 계시지요. 다만 우리의 하느님은 성경(Bible)이나 기타 다른 종교처럼 경전화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일 것입니다. 이는 우리의 하느님이 항상 낮은 곳에 계신다는 말일 수도 있고요.
욥기에 나오는지 모르겠는데... 내(만군의 주 여호와 하느님)가 안드로메다 어디에다 뭘 하고 바다 속에 기둥을 박았다던가? 뭐 그런 말도 나오는 것 같던데, 젠장 읽어본지 너무 오래 돼서... ㅡ,.ㅡ
기독교 문화에서 자란 사람들은 천문학했다가 해까닥 뒤집힐 수도 있고 뭐 그렇지요. 하필 성경(Bible)은 서구인들이 교양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읽는 책이잖아요. 과학이 뱁세에 불과하다는 것을 자각해버리고서는... 그렇다고 자살을 할 건 또 뭐람... ㅡ,.ㅡ
각설하고, 어쨌거나 옛날에는 이의일월(二儀日月)로 시작하는 천자문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천지현황 우주홍황이라는 구를 첫구에 내세운 주흥사 천자문이 세계관을 확장시킨 걸작(?)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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