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대학을 두 번 정도 읽었습니다. 몸이 아프지 않았다면 여러 회를 더 반복해서 읽었을 지도 모르지만 한문에 익숙치도 않고 원문과 해석을 번갈아 비교해 가면서 읽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네요. 그렇게 대학을 두 번 읽는 동안 모르던 것을 알게 되었는데,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사서 중 대학의 해설이 대부분 주자학적 관점의 해석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읽은 내용은 모두 주자의 해설이라는 것이죠.
주자학 말고 양명학도 있다는데, 양명학적 관점의 대학을 알고 싶으면 전습록 이라는 책을 보면 되고 별도의 양명학적 관점의 대학 해설서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정약용 선생도 주자나 왕양명과는 별도로 원시유학을 추구하는 관점에서 대학을 해설하셨다고 하네요. 그 내용은 대학공의 라는 책에 있다고 합니다. 여유당 전서 번역 시리즈에도 책이 있고 별도로 발행된 책도 있더군요. 하지만 읽어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 외, 대학의 주자장구서를 보면 대학이 전래되는 과정에서 글의 순서가 바뀌거나 빠진 것이 있어서 주자 자신이 글을 지어 첨가하기도 하고 순서를 다시 바꾸기도 했다고 하는데, 나름 열심히 했다고 자부하나 자신이 없으므로 후대의 더 뛰어난 학자의 평가를 기다린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옛날 책은 대나무 조각에 글을 쓰고 가죽끈 등으로 엮어서 책을 만들었습니다. 그 가죽끈이 풀어지거나 해서 책이 망가지면 글이 적힌 여러 개의 대나무 조각들로 흩어지게 됩니다. 요즘 책은 쪽마다 페이지 수가 적혀 있어서 순서대로 모으면 된다지만 옛날 책은 그렇지 않아서 학자들이 읽어보고 대나무 조각의 순서를 맞추어 다시 책을 만들었다고 하네요. 진시황이 유학자들을 죽이고 책을 불사르고 하면서 그렇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 까닭인지 대학을 연구해서 스스로 대학의 순서를 다시 맞추거나 하신 분들도 있다고 하시더군요. 회재 이언적이라는 분이 대학장구보유라는 책을 쓰셨고, 이이화 선생님의 부친이신 야산 이달이라는 분은 대학착간고정이라는 책을 쓰시기도 했답니다. 더 많은 책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
살다가 보게 되는 청소년 권장도서 목록이나 교양필독도서 목록에 반드시 사서가 포함되어 있고 그 중에 대학이 분량이 제일 적은데, 애초에 온전한 글이 전래된 것이 아니라서인지 이렇게나 다양한 주장(?)들이 있는 줄 몰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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