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전박불파顚撲不破

참그놈 2020. 1. 8. 10:39

부제 : 5만여자를 담은 옥편에도 나오지 않는 글자.

 

한문 고전을 읽다가 옥편이나 자전에 나오지 않는 글자를 만나게 되면 난감해집니다. 제목에 쓴 전박불파(顚撲不破)는 "학설이나 이론이 객관적으로 명확하여 반박할 수가 없다"라는 뜻이랍니다. 직역하면 "넘어뜨리고 때려도 깨지지 않는다" 정도의 뜻이 될 겁니다.

 

위 내용은 인터넷을 검색해서 알게 된 것입니다.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옥편이나 자전만으로 책을 보려니 제가 보는 책에는 전顚자가 다르게 인쇄되어 있습니다. 아래 사진 둘째 줄 중간쯤에 보면 顚자에 손 수(扌) 변이 하나가 더 추가 되어 있습니다. 가지고 있는 옥편과 자전들을 다 뒤져도 저 글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전박 전복 이라는 단어로 국어사전을 뒤져도 나와있지 않더군요.(국어대사전은 가지고 있지 않고 민중서림판 중사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전이랍시고 책을 읽어보려다가 모르는 한자가 나오면 옥편이나 자전에서 찾아보면 됩니다. 그러나 옥편이나 자전에서 도무지 찾을 수 없을 때의 그 답답함과 막막함 그리고 짜증... 평소 책읽기를 즐겨했다면 비슷한 단어를 연상할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못하니 더 답답하네요.

 

사진으로 찍은 책은 박완식 역 대학, 대학혹문, 대학강어 라는 책의 일부이고 해당 부분은 대학혹문 부분입니다. 한문에 문외한이라 번역과 대조해 가며 읽고 있는데, 번역은 잘 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오자도 의외로 많고 번역하신 분이 의도적으로 생략한 것인지 아니면 누락된 것인지 부분적으로 번역이 빠진 부분도 가끔 보입니다. 위 사진만 해도 해당 책의 320쪽 각주 부분인데 번역에 여씨 양씨 윤씨 라고 해서 "사씨"를 빼먹은 부분이 있습니다. (사진에는 원문이 안 나와 있지만...)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대학 중용 논어 맹자 같은 사서나 사서와 관련된 원문을 기록하면서 왜 하필 5만여자를 담고 있는 옥편에조차 나오지 않는 글자로 내용을 구성했는가 하는 것입니다. 인터넷이라는 것이 있어서 뜻을 알게 되었지 인터넷이 없었다면 도무지 저 글자나 단어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그리고 글자의 형태는 약간 다르지만 저 글자가 다음(DAUM)이나 네이버에 한자 사전에는 나오더군요.

 

권장도서 목록에 보면 절대로 빠지지 않는 책이 논어 맹자 대학 중용의 사서이고 우리나라는 수 백년간 유학의 전통을 이어왔다고 하는데 옥편에도 없는 글자라니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최근에 헌책방에서 4만자급 자전을 구입했습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전은 2만여자급으로 민중판 자전과 장삼식 편 자전 2권을 가지고 있었고 그 외에 5만여자를 담고 있다는 명문당판 옥편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어떤 한문 고전을 보더라도 나오지 않는 한자는 없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네요. ㅎ

 

요즘이야 사서든 소학이든 아니면 하다못해 천자문까지도 복잡한 한자로 적혀 있으니 접근하기 쉽지 않은 책들이지만 불과 100여년 전까지만 해도 반드시 읽어야 하고 또 읽었던 책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서를 권장도서로 추천하면서 또 앞으로도 그럴 거면서 5만여자를 수록한 옥편에도 없는 글자로 원문을 구성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도무지 이해가 안됩니다. 더군다나 조상들이 입이 마르고 닳도록 읽고 위웠다는 기초이고 기본 교과서였다는 사서 관련 원문을... 아니면, 자전이나 옥편에 포함이 되던지 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