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일의 한국통사"를 구입했습니다. 받고 보니 책 제목이 "이덕일의 한국통사"네요. 책 제목이 "한국통사"이고 저자가 "이덕일"인 것과 "이덕일의 한국통사"인 것과는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유튜브 방송을 보다가 한국통사라는 책을 저술했다는 것을 알고 온라인 서점에서 목차만 확인하고 책을 주문했거든요.
영어 문법을 배우면서 소유격 of의 쓰임에 대해서 배웁니다. of가 쓰이면 주격으로 해석해야 할 때도 있고 목적격으로 해석해야 할 경우도 있으며 말 그대로 소유격으로 해석해야 할 경우도 있지요. 우리말 "의" 역시 영어의 of와 비슷한 관점으로 본다면, "이덕일의 한국통사"는 '이덕일이 주장하는 한국통사'라는 뜻으로 보일 수도 있겠네요. 지은이가 이덕일씨던 아니던. 뭐, 다시 말하면, 이덕일의 한국통사는 대한민국 5천만명, 세계 인구 72억 중 이덕일이라는 사람이 혼자서만 생각하는 한국통사라는 말이 되니까요. 즉, 최소한 대한민국 5천만명에게 보편적인 한국통사라고는 할 수 없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니다. 어찌됐건 저는 이런 책이 발간되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이덕일씨는 오래전부터 현재의 남한 역사학계가 일본의 식민사학을 계승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분입니다. 일본이 2차 대전에서 패망하여 대한민국을 떠날 때 다시 돌아올 근거가 바로 역사교육이라 했다고 그러더군요. 관련 서적도 여러 권 출간했습니다. "우리 안의 식민사관", "한국사, 그들이 말하지 않는 진실" 등등. 물론 그런 비판을 받는 분들은 자신들이 식민사학자가 아니라고 반박하지만, 역사 전문가가 아닌 일반 대중의 입장에서 유튜브 등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영상이나 출간된 책을 읽어 보면 이덕일씨의 주장을 무조건 찬성할 수도 없지만 또 한편 무조건 비난할 수도 없어 보입니다. 말 그대로 저는 일반 대중의 한 사람이어서 학교에서 배운, 기억도 가물가물한, 것 외에 역사에 대해서 알지 못하니까요. 이덕일씨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을 우리나라 역사학계에서는 재야사학 또는 재야사학자라고 해서 정식 역사학자가 아니라고까지 합니다. 학위를 소지하였음에도...
어쨌건, 이 책은 우리가 학교를 다니면서 배우던 것과는 다른 관점으로 역사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덕일씨의 주장에 근거하면 적어도 식민사학의 관점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어느 쪽의 주장이 맞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현시점에서 꼭 읽어두어야 할 저작으로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전 세계에 아직 남아 있는 공산주의 국가가 몇 있습니다. 중국이나 베트남 등이지요. 북한 역시 공산주의 체제이지만 중국이나 베트남 등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철저히 폐쇄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아니었다면, 중국이나 베트남에 언제든 갈 수 있고 또 중국인이나 베트남인 역시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반면, 북한에는 아무도 갈 수 없고 북한 사람들 역시 아무 곳에도 갈 수 없지요. 세계와 완전히 단절 또는 고립상태인 겁니다. 그런 세월을 70년 이상 살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남한과 북한이 통일이 될지 안될지 또는 통일을 할지 말지, 미래의 일을 알 수는 없으나 만약이지만 통일이 된다면 남북한간의 격차 중 가장 우선적으로 해소되어야 할 문제가 바로 역사에 대한 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식격차 생활격차 기술격차 등등 숱한 차이들이야 살아가면서 맞춰가면 된다지만 역사 문제는 그런 문제들과는 달라 보이니까요.
대한민국에서는 단군을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신화라고 합니다. 통칭 재야사학자들을 제외한 우리나라 역사학계 전체의 주장입니다. 반면, 북한에서는 단군릉을 조성했다고 합니다. 단군을 역사적 사실로 인정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일 겁니다. 또, 대한민국 역사학계는 한나라의 한사군이 현재의 북한 지역에 설치되었다고 주장하고, 우리는 시험을 보려고 낙랑 현도 임둔.. 이러면서 무진장 외웠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한사군이 한반도에 있었다는 말을 들으면 "거 뭔 개소리야!" 라고 한답니다. 북한에서 연구한 결과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북한에서는 한사군이 한반도에 설치된 것이 아니라 만주지역에 있었다고 한답니다. 그러니까 북한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한사군이 만주 어느 곳에 있었다고 배우는 겁니다.
그외 우리는 평양이 한반도 북부 평안도에만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 평안도에 있는 평양 외에 만주에도 평양이 여러 군데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생각나는 것이 묘청의 서경천도인데, 고려의 수도 개경에서 평양은 서쪽이 아니라 북쪽이거든요. 왜 북쪽에 있는 평양을 서경(西京)이라고 했을까? 하는 생각 안해보셨나요? 북한에서도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에 대해서 가르친다고 하던데, 그런 부분에서는 공통이지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상고사로 가면 갈수록 북한과 남한이 보는 역사적 관점이 달라지는 것이지요. 남한과 북한이 같은 민족이라고 하려면 적어도 언어와 역사는 같아야 하지 않을까요? 뭐 통일이 안된다면야 전혀 걱정할 것 없겠지만... 언제부턴가 꽤 오래전부터 남한에서도 통일을 하면 안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지요?
통일은 되도 문제 안되도 문제라고 생각하는 입장인데, 북한이 같은 민족이 아니라거나 하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북한이 철저히 폐쇄되어 있었고 지금도 그렇기 때문입니다. 중국도 베트남도 저 멀리 있는 쿠바도 누구나 놀러 갈 수 있는 세상에서, 오직 북한만이 온 세계와 철저히 담을 쌓고 있기 때문에, 설령 통일이 된다고 해도 평생을 눈뜬 장님으로 산 북한 주민들에게는 그 때부터 열리는 세계의 풍경이나 소식은 충격의 연속일 수 있습니다. 무슨 수로 그런 상황을 알 수 있게 하고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평생을 장님으로 살다가 어느 날 눈을 떠 볼 수 있게 된 사람들에게 이것은 이렇고 저것은 저렇다고 주구장창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겠어요.
탈북한 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그 분들이야 뭐 남한 또는 세계가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위치 또는 지위에 있었으니 목숨마저 걸고 탈북하셨겠지만 그 외 나머지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깜깜한 밤중일 겁니다. 김여정 부부장이 탈북자 단체에서 북한을 향해 보낸 삐라 및 배송품(?) 때문에 무려 "노동신문"에다가 "이 종간나새끼들..." 이라고 했다는데, 그것 때문에 북한 곳곳에서 궁시렁궁시렁 하기는 한답니다. "1달러 지폐 수천장을 남조선 안기부나 국정원이 아니라 탈북을 한 우리 북조선 동포들이 보냈단 말이네?" 이러면서... 그 사건을 기화로 북한 내부에서 변화가 생길지 어떨지 일단 지켜보면서 혹시나 빵이나 통일이 될 가능성이 눈꼽만치라도 있는 경우를 생각하고 한국통사라도 읽어 보자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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