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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엠 부틴의 고조선 연구를 읽었습니다.

참그놈 2020. 8. 30. 21:05

각각 한 번씩에 불과하지만 윤내현 교수의 고조선 연구와 리지린 박사의 고조선 연구를 읽었었습니다. 유 엠 부틴의 고조선 연구를 읽으면 고조선 연구 단행본 3권을 다 읽게 되는 것이다 싶어 구입을 했는데, 책 마지막에 "18세기 프랑스 지식인이 쓴 고조선 고구려 역사"라는 책의 광고가 있네요. 그러나 이 책은 품절 상태였습니다.

 

왜 책이 나온 것을 보지 못했을까? 생각하면서 "다시 안나오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해당 책이 출간되었다는 것을 몰랐던 것도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책이 잘 나오지도 않을 뿐더라 설령 출간되어도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을 나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해당 서적이 2016년에도 한 번 발행된 적이 있고 2018년에도 발행이 되었더군요. 언젠가 다시 서점에서 볼 기회가 있을까요? 우리나라에서는 "고조선 연구" 뭐 이런 제목이 들어가면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더군요. 레지 신부가 쓰셨다는 책을 보신 읽어보신 분들은 복밭은 분들 같네요.

 

각설하고, 유 엠 부틴의 고조선 연구는 한문 원문을 대부분 각주처리했기 때문에 본문만 따라 읽는 경우 한글만 주로 있어서 읽기에는 편하더군요. 원문과 함께 본문이 구성이 되었다면 어리버리해서 몰랐을 수도 있는데, "2장 문헌 자료에 나타난 고조선"을 읽었을 때는 동북공정이 한나라 때부터 시작된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국인은 중국의 역사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므로 조선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없기도 했고 기록할 이유도 없었습니다. 다만 중국 주변의 이민족들을 기록한 것인데, 중국 주변의 이민족들은 고조선의 입장에서도 변방족들이었을 수 있습니다. 유 엠 부틴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데 중국의 천하사상으로 역사를 기록하기 시작했고 사기열전에 나오는 6개 이민족들 중 대부분이 중국의 교화를 받았다는 식으로 기술했다고 비판합니다. 동북공정 뿐만 아니라 중국 주변국들에 대한 역사 공정이 2000년 전부터 시작되었다는 지적이지요.

 

3장은 고고학과 관련된 부분으로 책 전체 내용의 40%에 이릅니다. 사실 이 부분이 읽기에는 제일 지루했습니다. ㅡㅡ;;

학교 다닐 때도 상원 검은모루 동굴이니 경기도 연천군 전곡리니 하면서 지명과 유물 몇 가지를 외웠던 기억이 나는데, 연관성을 느끼지 못해서인지 까다롭게만 느껴지는 부분이니까요. 한 번 읽는다고 해서 기억할 수 있는 것이 아님에도 꾸역꾸역 읽기는 읽었습니다.  고고학 하시는 분들 참 대단하시지요? 그런분들 노력 때문에라도 기쁘게 읽어야 하는데 지겹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한 가지 기억나는 것은 "꽃병" 입니다. 당시에도 꽃을 꽃병에 꽂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꽃병에 관한 부분을 읽을 때 더불어 연상되었던 것은 리지린 고조선 연구에서 읽었던 화장품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중국의 사서에 누구누구는 얼굴에 화장을 한다느니 하는 기록이 있다면서 고조선 시기의 화장술에 대한 언급이 나옵니다. 저는 남성이고 화장품에 매우 둔한 편이라 잘 모르겠는데, 여성들이 화장을 할 정도라면, 그리고 그것이 문화 수준을 나타내는 척도가 될 수 있다면 중국보다 고조선이 더욱 발전한 사회를 형성하고 있었을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용접의 흔적이 있는 청동 유물도 발굴되었다고 하는데 워낙 전문적인 내용인듯 하고 어느 쪽에서 읽었는지 기억도 가물하네요.

 

어쨌거나 지루하던 고고학 분야를 다룬 3장을 다 읽어갈 무렵, 윤내현 고조선 연구나 리지린 고조선 연구와 다른 점 하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앞의 두 책은 남아 있는 사서를 인용하여 고조선은 이러했을 것이다라는 추정을 하고 있는데 반해 유 엠 부틴의 고조선 연구는 고고학적 발굴과 연구의 성과를 기초로 지금의 요하와 압록강 사이에 고조선이 실재했다고 주장한다는 것입니다. 유 엠 부틴의 고조선 연구의 3장을 읽기 전까지 우리 고대사나 고조선에 대한 역사는 그저 추청만이 가능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뜻밖에 실재했다는 주장의 글을 읽고나니 뭔가 느낌이 다릅니다. 그러나 유 엠 부틴은 러시아 학자입니다.

 

부산 구포역 근처에 민속박물관이 있습니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네요) 1950년대 60년대에 쓰던 학용품 장난감 상장 등등이 전시되어 있는데, 해방 후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년도 표시를 단기에서 서기로 바꾸기 전까지 당시 학교에서 발행한 모든 상장에 단기로 표시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어두었는데 전화기를 잃어버렸어요. 벌써 3년은 된 거 같네요. 그 박물관이 아직 있는지도 사실은 모르겠고...  당시 제가 갔던 박물관은 구포역에서 밖으로 나오면 정면에 육교가 보이는데 그 오른쪽으로 500m 정도 거리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단기 대신 서기로 표시하기 시작한 이유가 바로 경제개발 때문이었던 것으로 압니다. 당시만 해도 일본으로부터 독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대한민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된 까닭이 경제력이나 군사력 등이 약했던 것이 원인이라는 그런 분석에 기인한 것이었겠지요. 그러나 경제가 어느 정도 성장했다고 세계가 인정하는 요즘 정작 "단군"은 어느새 없어져 버린 겁니다. 서기(AD : After Domino)가 표시하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 이후"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단기(檀紀)는 "단군 이후" 라는 뜻이겠지요?

 

올해는 단기 4353년입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한 번씩 읽어들 보시길 권하겠습니다. 책을 보니까 독자들이 재출간을 원해서 다시 출판했다고 하는데 제가 구입한 책은 2019년 8월 1일에 찍은 초판 1쇄네요. 동북공정이 무려 2000여년 전부터 시작되고 있었다는 사실(문헌 사료에 근거한 유 엠 부틴의 주장)만 알아도 중국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