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단고기 중에서 단군신화의 원형에 해당하는 부분?

환단고기 중 삼성기전 하편에 어쩌면 단군신화 -사화(史話)라고 하자는 주장도 있음 - 에 대한 단서가 될만한 내용으로 보이는 이야기가 있네요. 해석은 임승국님의 한단고기에서 인용했고 임승국 한단고기에는 桓을 "한"으로 표기하는데 그것을 "환"으로 바꾸었습니다.

 

원문 :

密記云, 桓國之末, 有難治之强族, 患之. 桓雄乃以三神設敎, 以佺戒爲業, 而聚衆作誓, 有勸懲善惡之法. 自是密有剪除之志.

時, 族號不一, 俗尙漸岐, 原住者爲虎, 新住者爲熊, 虎性嗜貪殘忍, 專事掠奪, 熊性愚愎, 自恃不肯和調, 雖居同穴, 久益疎遠, 未嘗假貸, 不通婚嫁, 事每多不服, 咸未有一其途也. 至是熊女君聞桓雄有神德, 乃率衆往見曰, 願賜一穴廛, 一爲神戒之盟. 雄乃許之, 使之奠接生子有産. 虎終不能悛, 放之四海. 桓族之興始此焉.

 

해석 : --------------------------

이 때에 무리의 이름은 하나로 통일되지 않았고 풍속도 점점 달라졌다. 원래 살던 무리는 범 무리였으며 새로 살기 시작한 것은 곰 무리였다. 범 무리의 성질은 잔인한 것을 즐기며 탐욕이 많아서 오로지 약탈을 일삼았고 곰 무리의 성질은 어리석으며 또 자만에 쌓여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비록 같은 굴에 산 지는 오래 되었다 하더라도 날도 멀어지기만 해서 일찌기 서로 도울 줄도 몰랐고 혼인도 터놓고 한 적이 없었다. 일마다 서로 따르지 않았고 모두가 하나같이 그 길을 같이 한 적이 없었다. 이에 이르러 곰 무리의 여추장은 환웅이 신과 같은 덕이 있다함을 듣고 무리를 이끌고 찾아가 뵙고 말한다. 원컨대 한 굴에 함께 사는 저희들을 위하여 굴 하나를 내려주시고 신계의 무리로 받아주옵소서 하니 환웅이 이를 허락하시고 저들을 받아들여 아들을 낳고 산업을 갖게 하였다. 그러나 범 무리는 끝내 그 성질을 고치지 못하므로 이를 사해로 내쫓았다. 환족의 일어남이 이렇게 하여 시작되었다.

해석 끝. ------------------------

 

 

단군신화에는 곰과 호랑이가 나오고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자 환웅께서 쑥과 마늘을 먹으며 100일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3, 7일만에 곰은 사람이 되었고 호랑이는 그러지 못했다고 나옵니다.

 

호랑이는 육식동물이고 곰은 잡식동물입니다. 또 호랑이는 겨울잠을 자지 않지만 곰은 겨울잠을 잡니다. 그러므로 애초에 불공평한 조건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쑥과 마늘이 반드시 음식이 아니라 "인내"를 상징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고 하지요.

 

우리나라 고대사에 관한 이야기를 읽어보면 고구려에 조의선인이 있었고 신라에 화랑이 있었고 백제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었다고 합니다. 심신을 수련하는 것이지요. 환인이나 환웅에 관한 기록은 환단고기를 제외하면 전무하고 단군 왕검이나 단군들에 대해서도 환단고기 외에는 기록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고대 우리 선조들이 어떤 수련을 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다만, 증산도 계열에서는 주문 수련을 강조하고 있어서 "태을주"라는 것을 외우는 수련을 한다고 합니다.

 

1980년대 이후 환단고기가 세상에 나타나고 한참동안 단학수련에 관한 붐이 일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봉우 권태훈 옹이라는 분이 계셔서, 민족비전 정신수련법이나 천부경의 비밀, 백두산족에게 고함 같은 책 외에도 소설 단(丹) 등이 유행을 하기도 했지요. 그 중 민족비전 정신수련법 중에 주문 수련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저는 단전호흡을 알지 못하므로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지만, 단전 호흡이 일정한 단계에 이른 뒤에 좌도방 수련과 우도방 수련으로 수련의 방향이 양분되며 그 중 하나가 좌도방의 주문 수련이라고 합니다. 무턱대고 주문을 외는 것이 아니라 호흡이 일정 단계에 이른 뒤에 한다는 것이지요.

 

어렸을 때, 이웃집 아주머니가 매일 벽을 보고 "남녀호랑캐쿄"를 외우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건강한 분이셨는데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나중에 뵈었을 때는 피골이 상접한 모습으로 변해 있더군요. 그럼에도 벽을 보고 "남녀호랑캐쿄"라는 주문은 계속 외고 계셨습니다.

 

단군 신화에서 말하는 내용이 혹시나 인격완성을 위한 수련(환단고기에는 성통공완性通功完이라고 함)에 관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