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문 카테고리에 천자문을 순서대로 적으려고 하다가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기로 했습니다. 예전에 천자문이라도 외워보겠답시고 수 백번을 쓰고 외웠던 기억이 있는데, 무슨 일인지 외워지지 않았습니다. 천자문을 순서대로 포스팅하려면 천자문을 다시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조금 난감함을 느낍니다.
戶封八縣 家給千兵은 천자문의 63번째에 위치하는 구입니다. 앞에서도 63번째 뒤에서도 63번째. 저는 이 구절이 천자문의 가장 핵심적인 구절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까닭은 누구던지 계속해서 태어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고대, 적어도 역사 이전인 선사시대에는 산짐승도 지금보다 훨씬 많았고 뱀같은 파충류도 훨씬 많았을 겁니다. 의술 역시 미약해서 병이 나면 살아나는 사람들보다는 죽는 사람들이 더 많았을 겁니다. 산업혁명 무렵 영국의 영아사망률이 90%에 이른 것을 아십니까?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불과 100여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영아사망률 역시 상당했습니다. 허준이나 이제마 같은 신의(神醫)가 나셨음에도 그 분들이 영생하는 분들이 아닐 바에야 당대에는 약간 혜택을 봤을지도 모르지요. 참고로 저희 외할머니는 6남매를 낳으셨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저를 포함해서 5남매를 낳으셨지요. 뭐 오래 전 일이지만...
戶(호)는 家(가)의 전제입니다. 戶(호)를 풀이하는 말은 "지게"이지만, "집"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요즘을 기준으로 하면 하나의 가정(家庭)을 말하는 것이 됩니다. 물론 차이는 있지요. 요즘은 워낙 기술 뿐만아니라 의술도 발달하여 잘 죽지 않기 때문에 하나 또는 둘만 낳고 더 이상 낳지 않지만, 불과 100여년 전만해도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낳아야 대(代)를 이을 수 있었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그렇게, 태어나는 자식이나 후손들이 있어야 그 중에 농사짓는 자식도 생기고 공부하는 자식도 생기고 또, 때로 영웅도 나올 수 있고 호걸도 나올 수 있는 겁니다. 그렇게 그렇게 태어나고 태어나서 역사를 만들고 역사를 기록하고 또 역사를 전합니다.
누구든지 천자문을 아십니까? - 도를 아십니까?랑 비슷한가요? ^^ - 라고 하면 "하늘 천 따지 가물 현 누를 황"을 말할지도 모릅니다. 하긴 요즘 아이들은 그런 말도 모르긴 할 것 같네요. 제가 어릴 때만 해도 "하늘 천 땅지 가물 현 누를 황" 하면서 아이들 입으로 전해지는 것이 있었습니다.
제가 쓴 이전 포스트 "천지현황 우주홍황"에서 "천지현황 우주홍황"이라는 결론적인 구절 하나를 얻기 위해서 399만년 정도가 걸렸다는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399만년 동안 태어나는 누군가가 없었다면 세대를 거쳐 사람들에게 전해지던 지식이나 철학, 사상 등을 추상화하여 그걸 기록할 누군가도 역시 없었을 수도 있었다는 말이지요.
누군가 혼인을 하여 자식들을 낳고 낳고 또 낳아서 후손이 후손을 또 낳고 낳고 또 낳아서, 후손에 그 후손, 세대간 한 부부가 자식을 셋씩만 나아도 10세를 가면 몇 명이지요? ㅡㅡ 얼른 계산이 안되네요. 그렇게 후손이 늘어나서 무려 마을(縣)이 여덟개(八)나 될 만큼 후손이 번창합니다. 그런데, 고대에는 생산력이 부족했으므로 그것을 지켜야 했습니다. 남의 것을 뺏지 못할망정 빼앗기지는 않아야 했지요. 그래서 그들은 군사(兵)가 됩니다. 호(戶)가 가(家) 되면서 전투를 전문으로 하는 단체가 생겨나는 것이지요. 그리고 계급이 분화합니다.
전투나 전쟁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나 조직은 훈련을 해야 하고, 위급시에 자신의 목숨을 버려야 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 우대를 받게 됩니다. 호봉팔현 가급천병이라는 천자문 좌우의 구절들을 보시면 세(勢)가 커짐에 따라 그들이 받았던 대우 역시 - 시대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 남달랐던 것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우통관내 좌달승명이나 부라장상 노협괴경 같은 구들이 있답니다.
예수 그리스도 역시 아브라함과 이삭이 부지런히 낳은 후손 중의 하나였으며, 한나라를 건국한 유방도 유씨 조상이 부지런히 낳은 후손들 중에 하나였습니다. 현대를 창업한 고(故)정주영 회장도, 삼성을 창업했던 고(故) 이병철 회장도 모두 그 조상들이 부지런히 낳은 후손들 중 하나였습니다. 마호메트, 항우, 마돈나, 임경업, 이순신, 트럼프, 만수르, 만델라, 간디, 싯달타 등등 할 것 없이 모두... 그러게 오늘을 내일로 바라며 어제 죽어간 이도 실은 그 부모와 조상이 낳은 자식 중 하나이긴 했지요.
제가 생각할 때, 천자문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구절이라 그런지... 이걸 뭐 어떻게 써야 할 지 모르겠네요. ㅡ,.ㅡ
자칫 요즘 우리나라 출산율이 바닥이니 "아이를 낳으라, 낳아야 한다." 뭐 이런 뜻으로 생각하는 분도 계실듯한데, 그런 국소적인 관점으로 쓴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 세상의 최후 승자는 인도 또는 중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해 봅니다.
호(戶)라는 것이 요즘 말로 가정(家庭)이라고 했습니다. 요즘 한 가정은 몇 명으로 구성되어 있나요? 혼자 사는 사람도 있고 혼인을 하여 아이를 낳아 3인 또는 4인 가정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전세계 인구가 현재 77억 정도라고 하는데 호당 인원수로 나누면 전 세계는 20억戶 정도가 살고 있는 것이네요. 즉, 20억의 개별 가정(家庭)이 있는 것입니다. 그 중 어떤 가정의 가장은 대통령이고, 또 어떤 사람은 대기업의 회장이기도 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매우 우명한 학자이기도 하고 군인이기도 하며 예술가나 연예인이기도 하지요. 또 어떤 가정의 가장은 막노동꾼이기도 하고 포장마차 주인이기도 하며 건달이나 양아치이기도 합니다. 그나마 민주주의 세상이라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옛날과 다른 모습이지요? 시각을 불과 100년 이전으로 돌리면 어떤 호(戶)의 가장은 황제였고 왕이었고 재상이었는데, 어떤 호(戶)의 가장은 평민이었고 노예였던 뭐 그런 시절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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