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 한국사 라는 책이 있습니다. 저자는 이기훈 이라는 분인데 저는 저자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제목에서 중국 동북공정의 모든 비밀이라고 썼지만 실제 해당 책의 표지에는 한국 고대사의 모든 비밀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를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표지 한 가운데를 보면 "한국 고대사의 모든 비밀"이라고 적혀 있지요? "한국 고대사의 모든 비밀"이라고 적혀 있어서, 뭔가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의문점들을 풀어주는 그런 책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즉, 동북공정에 대항하는 논리,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응하는 논리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게 되는 것이고, 저 자신도 제목만을 보고 그런 기대를 하며 해당 서적을 구입했습니다. 그러나 책을 직접 읽어보면 해당 서적은 고대 한국사의 모든 비밀은 커녕 중국 동북 공정을 대변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일개 독자의 독후감이므로 저자의 깊은(?) 뜻은 알지 못하겠습니다. 그러므로 혹시 이 포스트를 보는 분이라면 직접 읽어 보시라는 말씀 밖에는...
해당 서적 "동이 한국사"는 동북공정을 찬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본의 역사왜곡 - 한반도의 남부는 4세기 무렵에 일본이 다스렸다(임나일본부설) - 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사학계에서 인정하는 정설은 이런 것입니다.
한반도의 북부는 한사군이 AD313년까지 지배하였다.
한반도 남부는 일본이 임나일본부를 세워서 지배했다.
책을 읽어보면 한반도 북부는 중국의 식민지라는 표현은 없지만 어쨌거나 중국이 장악했고 한반도 남부는 일본이 통치하던 지역이다 라고 기술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저자는 과거에 있었던 일이므로 이제는 잊고 큰 틀에서 폭넓게 봐야 한다? 뭐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 고대사에 대한 여러 쟁점들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한사군은 어디에 있었나? (한사군이 평양에 있었느냐 아니면 북경 근처에 있었느냐)
고대의 평양은 어디이며 몇 곳이나 있었나?
패수는 어디인가?
요동은 어디인가? (시기별로 요동의 위치가 다름)
갈석산은 어디인가? (만리장성의 위치에 대한...)
삼국사기의 초기 기록은 믿을 수 있는가? (삼국사기 초기기록 불신론 : 삼국사기 초기 기록은 믿을 수 없다.)
임나일본부는 한반도에 있었는가?
등등입니다. 이 외에도 쟁점이 되는 내용은 더 있지만, 대한민국 주류 역사학계(반도사관)에서는
한사군(漢四郡)은 현재의 북한 지역에 있었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한(漢)나라의 식민지로 시작되었다)
고대의 평양은 현재의 북한 평양이다.
패수는 대동강이다. (다른 강을 말하는 학자들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한반도에 있는 강이다)
요동은 현재의 요동(요하 동쪽)이 고대에도 요동이었다.
갈석산은 황해도에 있다. 즉, 만리장성이 황해도까지 이어진다.
삼국사기 초기 기록은 믿을 수 없다.
한반도 남부는 일본이 지배했다. (임나일본부 긍정)
등으로 결론내고 있고 정설이라고 합니다. 반면, 윤내현, 리지린, 이덕일 소장 같은 분들(대륙사관)은
한사군은 현재의 북한 평양이 아니라 북경 근처에 있었다. 최소한 현재의 요하 부근에 있었다.
고대의 평양은 현재 북한에 있는 평양이 아니며, 또한 평양은 한 군데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패수는 대동강이 아니라 현재의 중국 만주 지역에서 찾아야 한다. (한반도 밖 만주 지역에 있는 강이다)
요동은 현재의 요동이 아니라 시대별로 위치가 변경되었다.
갈석산은 현재의 중국 북경 근처에 있었다. 즉 만리장성의 동쪽 끝단이 황해도에 있지 않았다.
삼국사기 초기기록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은 일본 식민사학자들의 주장이다.
임나일본부는 한반도에 없었다.
등으로 한국 고대사의 논리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한국 고대사의 모든 비밀을 설명하겠다는 책이 위에 열거한 쟁점들 중 어느 것에 대해서도 전혀 설명이 없습니다. 다만,
한자를 동이족이 만들었다
동이족만의 독특한 예절이 있었다
동이족은 아메리카 대륙으로도 진출했다.
하는 등등의 내용들이 있어서 동이족=한국인은 우월했다? 뭐 그런 측면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반도사관 사학자들이 주장하는 정설에 기초해서 내용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반도사관의 정설에 기초한 논리전개라면 중국이 동북공정의 논리가 비교적 자연스럽게 적용될 수 있고, 일본의 교과서에 임나일본부가 한반도에 있었다고 가르치고 있는데 해당 논리 역시 긍정하고 있습니다. 우월했던 동이족이 바로 왜(일본)이었다고 쓰고 있으니까요.
책의 내용 곳곳을 인용하려니 너무 포스트가 길어질 것 같아서 딱 한 가지만 쓰렵니다.
제가 알기로는 대한민국 국사 교과 과정에서 동이 한국사의 저자가 설명하는 동이족의 역사를 전혀 가르치고 있지 않습니다. 상나라는 중국의 고대에 있던 나라지요. 즉, 동이 한국사라는 책이 "한국 고대사의 모든 비밀"을 해결하는 책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대한민국 국사 교과 과정에 상나라를 한국 고대사에 포함하여 기술한 이후라야 가능한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단군왕검이 BC2333년에 고조선을 건국하였다"라는 문장이 대한민국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에 추가된 것이 2009년인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단군이 고조선을 건국하였다는 내용 조차도 대한민국 역사학계에서는 부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중국 고대에 있던 상나라가 바로 동이족의 역사, 즉 우리 역사의 일부, 라는 내용이 대한민국 국사 교과과정에 포함될 리가 없잖아요.
책을 읽어 보시면 중국 동부 지역에 있던 상나라가 만주 한반도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북방에서 이주해 온 이민족들이 차례차례 한반도를, 또 한반도 남부를 장악했다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한반도나 만주에 자생하고 명멸했던 우리 역사를 기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를 경유지로 설명하고 있는 겁니다. 한반도나 만주에 거주하고 있던 우리 역사를 구성하고 있던 왕조들은 이주해 오는 북방 이민족들을 대항할 수 없어 번갈아 지배층이 교체되었다. 그 중에 한반도 북부는 중국이 한반도 남부는 왜가 지배했었다는 내용입니다.
일개 서민의 이해이므로 저자의 의도를 제가 인지하지 못했거나 잘못 전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책을 구입하라는 말씀은 드릴 수 없지만 기회가 되면 도서관 등에서 대여해 보실 수도 있을 겁니다. 포스트를 하나만 작성하려다 짜증이 나서 하나 더 썼습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은 아래 포스트도 읽어봐 주시면 감사드겠습니다.
blog.daum.net/gnomecharm/8387812?category=236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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