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활동하는 사람 중에 김정민 박사라는 분이 있습니다. 제가 김정민 박사를 유튜브에서 처음 본 것은 상생방송에서 운영하는 환단고기 관련 내용이어서 처음에는 역사학자로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제문제를 다루는 영상을 올리던데 그때서야 역사는 취미이고 원래는 국제정치학(?)이 전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동이한국사라는 책이 있습니다. 책 표지에 "한국 고대사의 모든 비밀"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러나 해당 서적에는 한국고대사에 대한 비밀보다는 오히려 동북공정의 논리에 부합하고 임나일본부를 주장하는 일본 역사왜곡의 논리를 지향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자는 넓게 보라고 하던데 제 이해력이 부족한 것인지 저는 그렇게 이해가 되었습니다. 가령, 동이한국사에서는 한반도에서 자생했던 고구려, 백제, 신라를 언급하고 있지만, 동이족 이동의 경로로서, 만주와 한반도를 부여족의 경유지로서만 설명하는 듯한, 그리고 왜가 한반도 남부를 장악했다는 주장으로 이해되는 것입니다. 반면, 단군의 나라 카자흐스탄이라는 책은 지리적으로 워낙 방대한 영역을 다루고 있지만, 일반독자에게 나름 우리나라의 고대사뿐만 아니라 세계의 고대사 일부를 개략적으로나마 이해해 볼 수 있는 실마리 정도는 제공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환단고기 또는 한단고기를 읽어 보신 분이라면 꼭 함께 읽어 보시길 권하겠습니다. 만주나 한반도로 동이족이 이동했다는 관점에서는 동이한국사의 설명도 있습니다만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즉, 단군의 나라 카자흐스탄은 만주 이외의 러시아, 중앙아시아, 유럽에 걸친 민족의 이동을 설명하는 반면, 동이한국사는 만주와 한반도로의 민족 이동을 설명하고 있는 겁니다. 안과 밖? 이라고 해야 할까요?
책의 전체 분량은 400여쪽이 조금 안되지만 저는 매우 큰 책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는 제가 책에 대해 잘 알아서 무슨 명저라거나 대작이라거나 하는 평가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책 서문에 나오지만 저자 김정민 박사는 33개 나라를 다녔다고 합니다. 그리고 환단고기가 말하는 고대 환국의 영토는 무려 동서 5만리, 남북 2만리라고 하는데, 그 넓은 지역을 다루면서 각국의 신화나 언어상의 변화 등을 일개 개인이 혼자서 저 만큼 공부를 한다는 것이 가능할까요? 자기 전공 공부를 겸하면서... 뭐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김정민 박사의 생년월일을 보니까 나이가 아직 50세가 안되었더군요. 유튜브에서 김정민 박사의 역사 관련 영상을 본 것이 적어도 5년은 된 것 같은데, 그렇다면 김정민 박사가 한국으로 귀국한 것이 40대 초반이었다는 말이 됩니다. 연령을 생각하면 군대를 가야하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주구장창 공부만 하러 다닌 듯한 그런 느낌이 듭니다.
한편, 이런 생각은 저자인 김정민 박사가 환국의 영역을 규명해 내었다 라는 식을 주장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책 속에서 김정민 박사가 러시아로 갔다가 고등학교 때 읽었던 한단고기를 연상케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어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지속적으로 연구를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알게 된 것이 유목민들의 역사나 언어적 특징 등을 비교해 보니 우니라나라 몽골,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의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 뿐만 아니라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으로 유사한 점이 많았고 고대를 기준으로 하면 환단고기에서 주장하는 동서 5만리, 남북 2만리라는 영역에 걸쳐 있다는 결론을 얻게 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람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떤 일을 하려고 하다 흐지부지 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전혀 의도치 않았는데 하다보니 뜻하지 않은 결과나 성과에 이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김정민 박사의 경우도 후자의 경우로 생각됩니다. 고등학교 때 읽었던 한단고기(임승국)를 기반으로 환국의 실체를 밝히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김정민 박사가 러시아 지역으로 유학을 갔다면 아마 단군의 나라 카자흐스탄 이라는 책은 결코 나올 수 없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신기하고 재미나서 하다보니 단군의 나라 카자흐스탄이라는 책으로 나올 수 있었겠지요.
엉터리 사학자, 가짜 고대사나 거짓과 오만의 역사 또는 한국사, 그들이 숨긴 진실과 같은 책들을 보면 환단고기를 추종하는 분들 외에 소위 민족사학을 표방하는 분들이 한국 역사학계에서는 외면당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김정민 박사의 전공이 국제정치학(?)이고 취미가 하필 역사였기 때문에 단군의 나라 카자흐스탄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는 겁니다. 반대로, 역사를 전공으로 하고 국제정치학을 취미로 했다면, 그리하여 환국의 실체를 밝혀내겠다며 러시아로 유학을 갔다면, 아마 지금쯤 대한민국 역사학계에서는 매장되어 서울 변두리 또는 인천이나 수도권 어디에서 학원 강사나 뭐 그런 거 하고 있지 않았을까요?
학문이라는 것을 모르지만 학문에는 주장하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 학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역사학계는 우리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는 순간 철저히 양분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속칭 식민사학 VS 민족사학, 강단사학 VS 재야사학 등으로 구분합니다. 역사 공부나 연구를 취미나 여가를 활용하기 위해서 하는 사람들이 제시하는 설이 아니라 학위를 소지한 사람들이 주장하는데도 위와 같은 확연한 구분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저 역시 일개 서민에 불과하지만, 어느날 우리 역사를 개략적으로나마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가 나름 혼란에 빠진 경우에 속합니다. 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역사가 무엇인지 한 마디도 못하면서 욕부터 거세게 입에서 튀어나왔고, 역사를 왜곡했다는 내용을 읽었을 때는 화도 났습니다. 누가 정확하게 역사를 기술하고 있는지 또 누가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이 세상에서 역사학계에 있다는 사람 중에 믿을 놈이 하나도 없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냥 동네 막노동꾼 주제에 등따숩고 배부르면 될 텐데 저는 또 왜 화가 났는지에 대해서도 사실은 저 자신조차 잘 모르겠습니다. 역사학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 뭔가 제가 이득을 취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책값이 점점 비싸져서 책 사려니 돈은 들고... 왜 그런 뻘짓을 하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어쨌거나 화가 날 때는 혼자서 욕도 많이 했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어떤 게 정확한 역사인가 싶어서 책도 읽어 보고 유튜브에서 역사 관련 방송도 찾아보고 하다가 김정민 박사의 고대사 관련 영상을 보게 된 것입니다.
단군의 나라 카자흐스탄을 읽으면서 또 하나 알게 된 것은 역사왜곡이 중국이나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역사를 축소하여 지배나 통치를 정당화하려는 노력(?: 그런 뻘짓도 노력일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을 중국이나 일본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네요. 참으로 의외였습니다.
여러분 혹시 전지전능(全知全能)하다는 말을 아세요? 교회를 다니는 분들은 아실 것이고 교회를 다니지 않아도 성서(Bible)를 부분이나마 읽어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전지전능(全知全能)이라는 글귀의 한자를 해석하면 모르는 게 없고 못하는 게 없다. 뭐 그쯤 되는데, 모르는 게 없다라는 의미가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할고 있다" 정도일까요?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아시는데 만년, 10만년, 100만년 전에 있었던 일은 왜 하느님이 모를 거라고 생각할까요?
어쨌거나 저는 김정민 박사의 역사 관련 유튜브 방송을 보고 피상적이나마 우리나라 고대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군의 나라 카자흐스탄이라는 책을 저술하고 출간했는지는 모르고 있었습니다. 단군의 나라 카자흐스탄이라는 책이 나와 있다는 것을 몇 달 전에 알게 되었고 구입을 했습니다. 몇년을 유튜브에서 김정민 박사의 역사 관련 방송을 봤음에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지요. 우리나라 고대사 뿐만 아니라 그냥 세계의 고대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 모두 한 번씩 읽어 보시길 권하겠습니다. 김정민 박사가 환국의 영역을 규명해 내었다 이런 관점으로 보지 마시고, 읽어 보면 환국은 우리 겨레만의 나라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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