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단고기 읽기

환단고기를 읽는 이유

참그놈 2021. 6. 13. 20:40

환단고기에 보면 환국(桓國)이라고 해서 우리나라 역사의 시작을 환국(桓國)으로부터 시작하며, 그 연혁이 무려 9천년에 이릅니다. 하지만, 환국이나 환웅천왕의 신시(神市) 등은 교차 검증조차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자타가 공인하는 객관적인 역사라고 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말합니다. 역사에 대해서, 또 역사학에 대해서 모르기도 하고, 환단고기가 진서냐 위서냐 하는 논쟁도 수 십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우리가 배웠던 우리나라 역사와 환단고기가 제시하는 역사 사이에 그 격차가 너무 크다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10여년 이상 인터넷 상에서 환단고기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상황을 보면서 환단고기를 애써 무시한 적도 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저는 단군이나 고조선에 대해서 배운 기억이 없습니다. 하지만, 단군이나 고조선을 부정하지는 않았습니다. 교과서에서 배우지 않았지만 일상에서 단군 할아버지 라는 말도 자주 들었고, 초등학교 다닐 때는 비 구름 바람 거느리고 인간을 다스렸다는 우리 옛적~~하는 노래도 배웠는데, 하지만, 어리고 무지하여 그런 내용이 교과서에 포함되어 기술되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전혀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역사 교과서에서 그 시작을 고조선부터만 잡았더라도 저는 환단고기를 읽을 생각을 못했을지 모르겠습니다. 안했을지도 모르지요. 재미난 게 지천으로 있는 세상에 뭣하러 골치 아프게 역사책을 다 봐요. ㅡ,.ㅡ 그러나, 어떤 나라에 태어나서 살고 죽어갈 사람이라면 자기가 태어나서 살다 죽을 나라의 역사는 대강이나마 알아야 하잖아요. 아닌가요? 그래서 우리나라 역사를 대강이라도 알자 싶어 몇 년 전에 역사책 몇 권 샀다가 이제서야 환단고기를 다시 읽어 보고 있습니다.

 

환단고기가 위서라고 주장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윤내현 교수의 고조선 연구나, 리지린 박사의 고조선 연구, 단재 신채호 선생의 조선 상고사, 조선상고문화사 등등을 다 읽어본 후 생각한 것은 환단고기는 위서가 아닐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구입한 우리나라 역사 책은 고조선 연구나, 리지린 박사의 고조선 연구, 단재 신채호 선생의 조선 상고사, 조선상고문화사 같은 책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일반 역사서였지요. 다만, 한 권이나 또는 두 권, 또는 세 권 정도로 구성된 역사책을 구입한 것이 아니라 약간의 허영심이 들었는지 고(故) 이이화 님의 한국사 이야기 전권을 구입한 것입니다. 일반 대중 서민의 입장에서 한국사 이야기 전권을 구입하고 평생 역사 관련 서적을 다시는 구입할 일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그만큼 저는 무지하고 무식한 삶을 사는 무지렁이에요. 한국사 이야기 전권을 구입하고 그저 흡족하고 뿌듯하고 저 스스로 대견한 생각이 다 들고 그랬습니다. 그리고는 연표라도 작성해 보겠답시고 비싼 공책도 몇 권 사고 그랬지요.

 

그런데, 24권으로 나온다던 책들이 22권으로 한 질이 되었더군요. 제가 책을 덜 구입했나 싶기도 하고, 지은이이신 이이화 선생님의 후기 같은 것이 있나 싶어 검색을 하다가 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을 소개하는 페이지를 보게 됩니다. 그로부터 우리나라 역사가 왜곡된 채 학교에서 가르쳐지고 있다거나, 단군이나 고조선은 대한민국 역사학계에서는 무조건 부정되며, 단군이나 고조선을 긍정하는 논문으로는 대한민국 역사학계에서는 절대 박사가 될 수 없다거나 하는 희안한 이야기들을 알게 됩니다. 심지어 어느 책에서는 대한민국에서는 병신들만 사학(史學)과 교수가 된다는 말조차 있었습니다. 학설로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노골적인 언사를 사용하였다는 것은 학문의 세계에 학설 이상으로 영향을 끼치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말이겠지요. 배운 것 없이 동네 막노동꾼으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놈이니 그에 관한 내용은 말하지 않겠습니다. 알지도 못하고요.

 

그리고, 위에 언급한 책들 - 내현 교수의 고조선 연구나, 리지린 박사의 고조선 연구, 단재 신채호 선생의 조선 상고사, 조선상고문화사 등 - 이 환단고기를 인용하느냐 하면, 환단고기를 전혀 인용하지 않습니다. 환단고기를 인용하지 않고 우리 역사를 설명하는데, 내용은 환단고기 해설서처럼 보일 수 있는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한반도를 넘어서 만주 일대까지 우리 역사로 설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삼한관경제 등도 조선상고사에 나옵니다. 환단고기에는 삼한관경본기가 있지요? 상당부분 기존에 존재하는 중국 역사서를 인용해서 설명하는데 삼한관경본기와 유사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설득력이 없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사를 전공하거나 역사 서적을 꾸준히 읽지 않은 탓에 세부적인 내용을 일일이 기억하지 못하지만, 환단고기는 전혀 인용하지 않고, 기존 중국 사서와 국내에 남아 있는 역사서를 연구한 고조선 연구(윤내현, 리지린)나 조선상고사 등이 제시하는 관점이 환단고기와 유사하다고 할 때, 환단고기를 위서라고 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한편, 조선상고사를 쓰신 단재 신채호 선생을 우리나라 역사학계에서 배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을 석자로는 또라이 넉자로는 정신병자라고 한다더군요. 윤내현 교수도 강단의 재야사학자로 불린다고 합니다. 뭐 어쨌거나 단군이나 고조선을 긍정하거나 만주 지역을 우리나라 고대사에 포함시키면 그냥 다 재야사학자고 유사역사학자고 사이비 역사학자가 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합니다. 학자들이라면 학설로 말을 해야 하는데,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역사학자가 아니다라고 규정할 수 있는 곳이 대한민국이라는 말이 되는데, 저는 단재 신채호 선생이나 윤내현 교수 등을 지지하고 싶네요. 당장, 한사군이 313년까지 한반도에 있었다는 것조차 말이 안되잖아요. 중국(China) 한(漢)나라가 265년엔가 망하는데, 뭐 미친놈의 낙랑군이 313년까지 현재의 북한 평양에 있어요. 그 시절에 장건이 서역을 원정해서 실크로드도 개척하고 했건만, 그래 동쪽 지역에서는 중국(China) 한(漢)나라가 망하는지 안망하는지도 모른 채 꼼짝도 않고 50여년이나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대요? 해마다 세금을 걷던지 정기 보고를 해야 하는 관례가 분명히 있었을텐데... 현대 관청에서조차도 분기별로 또는 월별로 이런저런 보고를 상급기관에 하지 않나요?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되잖아요.

 

여하거나, 저는 상생출판에서 하는 환단고기 광고를 보고 환단고기를 다시 읽으려 하는 것이 아니라, 고조선 연구(윤내현, 리지린, 유 엠 부찐), 조선상고사, 조선 상고문화사 등등의 책을 읽어보고 난 후, 위서라고 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섰기에 읽으려 하고 있습니다. 다만, 역사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으므로 조심스럽기는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