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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일본부 해부를 읽었습니다.

참그놈 2021. 9. 17. 22:22

몇일 전에 가야사연구를 읽고 역시 조희승이라는 북한학자가 쓴 임나일본부 해부 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일본 이것들은 미친 것들이다 라는 말이 저도 모르게 입에서 그냥 튀어나왔습니다. 일본 속담을 잘 모르지만 "거짓말도 100번을 하면 참이 된다"는 그런 것이 있다고 합니다. 이덕일 박사의 주해가 없었다면 사실 일반 서민의 입장에서 상반되는 양측의 주장 중에 어떤 주장이 맞는지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가령, 김현구 고려대 명예교수가 백제는 야마토왜의 속국이었다는 주장을 한다고 했을 때 그런 내용이 삼국사기나 일본서기 등의 역사서에 기록이 되어 있는지 저같은 서민은 알 수가 없거나 알기가 힘든 것입니다. 게다가 일반 서민이 김현구나 조희승 또는 김태식이나 노태돈 등등 여러 학자의 주장을 함께 읽어보기도 쉽지 않고 삼국사기나 일본서기 또는 삼국유사, 송서 동이전 왜인전 과 같은 원문사서의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것은 더욱 힘드는 일이니까요. 그런데, 임나일본부 해부, 특히 이덕일 박사의 주해를 읽어보니까 어느 쪽이 타당한 주장인지 방향은 잡히네요.

 

두 책을 모두 읽어 보면 평생을 한일 고대사 연구에 매진하다 돌아가신 고(故) 최재석 이라는 학자가 동북아 역사재단에서 간행한 역주 일본서기에는 논문이나 저서가 단 한 편도 인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름조차 거명되지 않는다거나 하는 내용을 대중에게 공간되는 책에 거짓으로 기술하지는 않을 것 아니겠습니까. 또, 광개토태왕비 신묘년조 기사에 대해서도 기경량, 안정준, 위가야 등 속칭 무서운 아이들에 관한 비판도 하시던데, 사실 무서운 아이들이라는 소장학자들은 이덕일 박사의 비판 전에 평범한 서민인 제가 생각해도 말이 안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므로 이덕일 박사의 비판이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제가 배가 고파서 짬뽕 전문점에 갔는데, 제가 먹을 짬뽕으로 차돌짬뽕을 주문했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제가 들어간 그 짬뽕 전문점에서는 당연히 차돌짬뽕을 내어 오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런데 손님인 제가 차돌 짬뽕을 주문했는데 해물짬뽕 내어 오는 경우가 있나요? 뭐 아니면 굴짬뽕이나 백짬뽕과 같은 제가 주문한 것과 다른 것을 내 준다면 그 짬뽕집이 장사를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냐는 말입니다. 장수왕이 그 아버지 광개토대왕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비석의 주인은 광개토태왕이지 그 누가 주인이 될 수 있습니까? 광개토태왕비 신묘년(辛卯年) 기사가 아무리 신묘(神妙)한 요술을 부린다고 해도 비(碑)의 이름이 광개토태왕비라면 그 비석의 주체는 광개토태왕 외에 다른 누군가가 될 수 없는 것이잖아요. 하긴, 어쩌면 일본에서는 그 만한 비를 세울만한 인물이 역사에 없어서 비문을 작성해 본 적이 없거나 하는 뭐 그런 속사정이 또 있는지도 모르긴 합니다.

 

저는 일본 왕들의 계보를 모릅니다. 하지만 일본에 혹시 광개토대왕비만한 비가 있다면 어떻게 썼는지 진정 보고 싶은 그런 생각이 듭니다. 가령, 2차대전에 패망하여 일본 왕 히로히토? 가 항복선언을 했다고 하는데, 대동아전쟁을 벌이고 영역확장을 한 것을 보면 히로히토 당시가 일본으로서는 일본 역사에서 가장 영광스런 왕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에게 깨졌지요? 혹시 히로히토 일본 왕에 대한 비를 일본이 세웠다면 그 비에 어떻게 기록되어 있는지 진정으로 궁금합니다. 비석도 안세웠나요? 무서운 아이들의 말처럼 광개토대왕비 신묘년 기사에 왜가 운운하는 내용이 사실이라면, 히로히토를 기념하기 위한 비석에는 "대동아공영을 명분으로 조선과 중국 동남아 일대를 두루 개화시키려다 미국이 나가사키 히로시마에 원폭을 각각 투하하여 많은 일본인들이 죽었고 맥아더가 항복문서에 일본 왕의 서명을 받으러 왔다" 라는 내용이 기록될 것입니다. 아닌가요? 아무리 일본에서 장학금을 받아도 그렇지 상식적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것을 학자라는 이름으로... 에잇, 내가 다 창피해서...

 

한편, 이덕일 박사나 기타 유튜브 등지에 대한민국 역사학계를 비판하는 영상을 올리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런 분들이 올려주시는 영상을 보거나 책을 보면 한결같이 비판하는 내용 중 핵심 두 가지가

 

1 한사군 재 한반도설 (낙랑군이 현재의 북한 평양에 있었다)

2. 임나일본부설 (일본이 한반도 남부에 임나라는 관청을 설치하고 한반도 남부를 장악했다)

 

입니다. (어느 것이 1번이고 또 어느 것은 2번이고 하는 것은 중요치 않습니다) 어쨌거나 대한민국 역사학계는 위 두 가지 큰 기둥을 중심으로 운용된다(?)고 비판하는 것입니다. 학설이 아니라 도그마(Dogma) 라고 까지 하시더군요. 한사군이 현재의 북한 평양에 있었다는 설은 남북이 분단된 채 적지않은 세월이 흘렀고 남북간의 교류도 원활하지 않으므로 학술교류의 한계가 있다고 한다지만 임나일본부설이 계속 유지가 되고 있다는 것은 진정 이해가 어려웠습니다. 일본을 들락거리는 사람들 옛날부터 많았지 않습니까. 아베 전 일본총리가 무역제재를 하는 바람에, 게다가 코로나 팬데믹까지 겹쳐 요즘은 일본을 들락거리는 사람이 현저히 줄어들기는 했지만요. 그렇게나 활발히 교류할 수 있는 환경에서도 임나일본부가 일본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내부에서도 여전히 주장되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이해가 어려웠는데, 이번에 임나일본부 해부라는 책을 읽게 되면서 임나일본부설이 얼마나 넓고 깊게 뿌리가 박혀 있는지 피상적이나마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서민을 사는 일개 무지렁이이므로 가야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은 고사하고 두렷한 상식조차 없는 처지에, 가야사 연구나 임나일본부 해부 라는 책 고작 두 권을 읽고 저 자신이 임나일본부라는 것이 얼마나 넓고 깊이 뿌리가 박혀있는지 세세하게 알 수는 없겠지만, 서두에 책을 읽다가 일본 이것들은 미친 것들이다 라는 말이 저도 모르게 튀어나왔다고 했을 만큼 나름 놀랐습니다. 일본의 자연재해 영상 등이 유튜브에 많이 올라오는데 미운 나라 일본이지만 서민을 사는 것이야 일본이나 여기나 뭐 차이가 있겠습니까. 그런 면에서 짠 하다가도 소위 일본 극우라고 하는 이들의 망언을 보면 욕이 나오기도 하고 뭐 그랬습니다. 그럼에도 그런 욕은 속으로 했었지 지금 쓰는 포스트에서처럼 미친 것들이라는 말까지 공개적으로 표시한 적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일본의 속담에 "거짓말도 100번을 하면 참이 된다"는 것이 있다는데, 대한민국에서 전해오는 속담에는 "공든 탑이 무너지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러게 공든 탑은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라고 하려니 저는 그런 광경을 본 기억이 별로 없네요. 어쨌거나 공든 탑은 잘 무너지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임나일본부라는 탑을 100년을 한결같이 공을 들여 쌓았으니 어쩌면 도무지 무너지지 않을 철옹성이겠거니 하는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하지만 살아오면서 어쩌다 성서(Bible)를 부분적으로 읽어 본 적이 있는데 바벨탑은 무너졌다고 하려니... 바벨탑이 또 무너졌는지 정확하지는 않네요. 하나였던 구음을 하느님이 언어를 모두 다르게 하여 흩으셨다고 되어 있었던 것 같으니... 어쨌거나 바벨탑에 관한 유적이 현재 발굴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압니다. 그러니 사람도 흩고 바벨탑도 무너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임나일본부라는 것이 공든탑인지 아니면 바벨탑인지 아마 하느님께서는 판단을 하시겠지요?

 

어쩌다 가야사에 관한 두 권의 책 가야사 연구와 임나일본부 해부를 몇일 간격으로 읽어보게 되었는데 동일한 저자가 쓴 것이라 그런지 중복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각각의 책이 제목에 걸맞게 내용이 잘 구성되어 있는 것 같았고 유익했습니다. 두 권의 책 모두 임나일본부를 비판하는 내용이 있는데, 임나일본부 해부는 책 내용 전체가 임나일본부를 비판하는 내용즉, 임나일본부설이 어쩌다 생겼고 일제가 조선침략에 역사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또 해방 이후 일본 역사학계의 동향은 어떤지 등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고, 가야사 연구는 가야의 역사를 설명하는 분량이 꽤 되는 반면 임나일본부 해부에서와 같이 비판에 할애된 분량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두 권 중 어느 책을 읽어도 임나일본부를 비판하는 내용이 있다는 것은 공통입니다. 가야의 역사를 알고 싶으신 분은 가야사 연구를, 임나일본부를 비판하는 근거를 보고 싶으신 분은 임나일본부 해부를 읽어보시면 될 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