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문의 마지막 구절은 위어조자 언재호야(謂語助者 焉哉乎也)입니다. 이 구의 뜻은 "언재호야는 어조사라 이른다"로 뜻을 풀이합니다만, 뒷 부분 빼고 위어조자만 천지현황과 비교하여 해석을 한다면 위(謂)는 조(助)가 서술어이고 어(語)는자(者) 서술어가 됩니다. 하늘이 검고 땅은 누렇다(天玄地黃=天地玄黃)에 대비하면요. 하지만 겉보기에는 명사 동사 뭐 그런 관계로 구성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제가 쓰는 내용은 억지로 보일 수 있지만 천지현황 이라는 구와 대비하여 그렇게 한 번 생각을 해 보자는 것입니다.
말을 하는 주체는 사람입니다. 서로를 돕는 모습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곤충에게서도 다 나타납니다. 사냥을 한다거나 할 때요. 늑대가 사냥을 할 때 무리지어 먹이를 공격하고 사냥이 끝나면 역할에 따라 나누어 먹습니다. 개미도 전쟁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 모습을 협동이라고 하겠지만 서로를 돕는 어떤 한 유형이라고 생각하십니다. 그리고 자(者)는 그냥 사람을 뜻하는 말이기도 할 것입니다. 놈 자(者)라고 뜻을 풀이하지 않습니까. 학자, 노동자, 생산자, 소비자 등등 모두 者가 들어가는 단어들인 것 아시지요? 통칭명사라는 것이 있으므로 자(者)는 아무나를 가리킬 수 있는 말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각각의 글자가 말을 하다 또는 돕다 라는 등의 동사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하는 사람, 돕는 사람, 그냥 아무런 사람 등으로 생각을 해 보자는 것이지요.
위謂는 보통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말을 하거나 또는 계급이 높은 사람이 신하나 부하들에게 할 때 자주 쓰이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어語는 자신의 판단과 주관을 말할 때 쓰이는 글자 같고요. 판단과 주관을 말한다는 것은 자신이 보고 듣고 느끼고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하겠지요. 그런데 위(謂) 할 수 있는 사람은 도울(助) 수 있는 사람이고 어(語)하는 사람은 그냥 아무런 지위나 뭐 그런 것 없이 그냥 아무나(者)에 불과한 상황이 됩니다. 맞나요?
사람을 뜻하는 글자들 많지요? 王 臣 公 卿 등등 단지 한 글자인데 어떤 사람의 지위나 계급 태생 생활환경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단서가 있습니다. 왕은 궁궐에서 살고 내관들과 궁녀들 외에 여러 신하들의 보좌를 받으면서 살지만, 신하는 관복을 입고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 하면서 주어지는 일을 하고 등등 살아가는 모습이 다르지요? 그러나 자(者)에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그냥 지나가는 아무나 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특별한 지위나 역할이 없는 그런 사람을 뜻하는 것입니다.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반포하시면서 "어린 백셩이 니르고져 홇배 이셔도 마참내 제 뜨들 시러펴지 못할 놈(者)이 하니라" 하신 그 말씀 중에 들어 있는 놈(者)들 각각을 바로 자(者)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자 그럼 역사 속에나 현재의 우리 생활에서 위어조자(謂語助者)의 관계가 이루어지는 실례를 한 번 찾아보자고 하려니 일상 자체가 위어조자(謂語助者) 관계이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는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이르시기를(위: 謂) 항상 공부해라! 공부해라! 하시지요? 그러나 자식들 보기에 공부는 하면 뭐해요. 비트코인 대박 나면 되는데 또는 주식 대박나면 되는데 그리고 건물 하나 사면 되지(語)라고 응답합니다. 맞나요? ㅋ
뭐 사실 위에 든 예 외에도 역사에서도 임금과 신하, 현재라면 대통령과 각부 장관, 회사라면 사장과 직원 등 상하관계에서는 항상 위어조자(謂語助者)의 관계가 형성이 되어 있습니다. 정부에서 지원을 해야 한다. 뭐 이러면서 어(語) 하지요? 그러면 예산 편성 등으로 돕는(助)답니다. 부모님이 공부하라! 공부하라! 하시면서 등록금 내 주시지 책값 공책값 등등도 도와(助)주시지요? 사장님 OO부분에 투자를 해야 합니다 라며 시장조사나 경기 변동 상황 등을 조사하여 부하 직원이 어(語) 하면 의사결정권자인 CEO가 판단을 해 보고 투자 지시(助)를 하지요?
황당한 해석일까요?
언재호야(焉哉乎也)는 모두 허사들입니다. 실질적인 뜻이 없다고 하는데 어느 글자는 단정적인 판단을 할 때 쓴다고 하고, 또 어느 때는 감탄을 하고 또 어느 때는 의문을 표시하는 등 각각의 뜻에 맞게 쓰입니다. 허사임에도... 뜻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위어조자(謂語助者)의 관계가 항상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최저임금을 5% 인상하라! 이러는데 사업자들은 들은채 만채 하면서 기업이나 자영업자들 다 망하라는 말이냐면서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거나 하며 신문이나 뉴스에 나오기도 하지요? 부패공직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면서 말하는데(語) 검사에게는 기소를 안 할 권리가 있어서 검찰이 기소 안하면...
부정적인 예만 들었는데, 어떤 할머니가 평생 김밥 장사해서 번 돈을 학생들 장학금에 쓰라면서 기부하시는 경우도 있지요? 태안에 기름이 유출되었을 때 100만명이 넘는 분이 달려가서 기름을 닦기도 했고 IMF로 국가부도사태가 발생했을 대 온 국민이 금모으기 운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더 오래 전으로 올라가면 국채보상운동이 있습니다. 더 올라가면 동네 아주머니들이 행주치마에 돌을 얹어서 날랐답니다. 행주대첩이라고 합니다. 아! 감탄스럽지요(哉)?
앞에서 든 예들을 고려하면 위어조자謂語助者의 관계는 순탄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경우도 있고 때로는 의문스럽고 황당하기도 하며 감탄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그런 느낌들을 모두 焉哉乎也라는 글자로 축약한 것이라면 어떨까요? 각 글자들이 감탄의 문장 끝에 쓰이고 의문의 문장 끝에 쓰이고 그러잖아요. 즉, 옛날 왕조시대에 관리가 몇 명이나 되었나요? 그 보다는 백성들(者)이 훨씬 더 많았지요? 지금도 대통령 이하 장관 차관 시장 등등 공무원의 숫자보다 시민(者)의 수가 더 많습니다. 기업도 마찬가지, 사장이나 이사 부장 차장 과장들 보다 사원(者)들이 더 많지요? 조폭도 마찬가지 큰형님 형님들 보다 똘마니(者)들이 더 많지요? 막노동도 마찬가지 감독관보다 막노동꾼(者)들이 더 많지요. 어느 분야나 그렇게 자(者)들이 더 많습니다. 그러므로 부모님이 자식들더러 너는 자(者)로 살지 말라며 공부하라!고 항상 말씀 하시지요.
그러나 세대차이라는 것이 있어서 부모님이 공부하라! 공부하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씀을 하시는데도, 부모님이 살던 시대와 자식들이 살고 있는 시대가 다른지라 아버지나 동네 어른들은 그냥 꼰대로 보이고 성공한 사람들은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뭐 그래가지고서는 의사소통이 잘 안되지요? 그러면서 개별적인 자(者)들이 느끼는 각각의 감정들이 焉哉乎也라고 할 수 있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焉哉乎也 상태로 사는데 그나마 야(也)라고 했던 사람들은 확신한 자기 주관을 가지고 살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떡하지(焉), 어떻게 해야 돼?(乎) 아! 그렇군(哉)! 그러면서 살지요.
공부를 하자면 문의 길과 무의 길 또는 기술, 예술 등 각 분야가 있지요? 그러나 역사에 이름이 남는 사람은 그닥 많지 않답니다. 책에 보면 빼곡히 적혀 있는데 무슨 말을... 이라고 하시겠지만, 역사에 남은 인물들보다 그냥 바람부는 대로 이리저리 살다가 이름없이 사라진 자들이 역사에는 훨씬 더 많답니다. 초패왕 항우가 40만을 생매장 했다잖아요. 40만이나 되는 사람(者)을 생매장한 사람은 초패왕 항우 하나에요. 1:40만, 응? 난징대학살에서는 일본군이 중국인들을 수 십만명 죽였다고 하는데 그 경우는 한 사람이 아니겠지만 일본군 수 백만명이 난징에서 수 십만을 죽인 것은 아니겠지요? 아우슈비츠? 600만 유태인을 학살한 사람은요. 에궁 너무 살벌한 이야기네요. 상도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대상 임상옥이 어떻게 장사를 하여 사람들을 이롭게 했는지 다룬 드라마지요. 허준이라는 드라마도 있었습니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헌신한 분들도 계셨지요. 수나라 백만대군이 쳐들어 왔을 때 살수에서 그들을 무찌른 을지문덕이 계시고요. 안시성에서 당나라 대군을 막아낸 양만춘 장군도 계십니다. 어찌나 수비를 잘했는지 당 태종이 비단을 선물로 주고 갔다고까지 해요.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을 세종대왕께서 창제하신 한글로 읽고 쓰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그렇다고 한다면 부모님이 항상 공부하라며 말씀(謂)하시는 까닭은 역사에 남는 인물이 되라! 뭐 그런 뜻일까요?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면 면도 있습니다. 위명도 있지만 악명도 있지요. 그래서 우리는 단군 할아버지나 이순신 장군, 단재 신채호 선생 같은 분들을 기억하는 반면 대도라고 소문난 조모씨의 이름을 기억하기도 하고 감옥을 탈출한 신모씨의 이름도 기억하는 경우가 있고 경기도 화성에서 사람을 여럿 죽인 사람의 이름도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보통은 역사상의 위인들을 말씀하시면서 본받으라고 한답니다.
저 역시도 자라면서 부모님이 공부하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고 또 부모님 아니라도 선생님이나 친척이나 여러 어른들로부터 그런 말씀을 들었지만 쇠 귀에 경읽기라고 도무지 공부라는 것이 뭔지, 또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해야 되는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저 역시 아무 것도 아닌 놈(者)으로 살고 있습니다.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무 것도 아닌 존재라고 해서 너무 낙심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현대는 민주주의 세상이니까요. 그리고 옛날에는 양반들만 교육을 시켰지만 요즘은 보편교육으로 누구나 학교를 다니기도 하잖아요. 평민들도 공부를 할 수 있었지만 옛날에는 책이 엄청 비싼 거였어요. 법적으로는 공부를 해도 된다고 했는데 집팔고 소 팔아도 책이 비싸서라도 공부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답니다.
혹시 이 포스트를 중고등학생 분들이 보신다면, 그 중에 역시 저 자신이 중고등학교 다니면서 그랬던 것처럼 공부하라!는 부모님 말씀이 무슨 말인지 이해도 안되고 자꾸 듣는 것도 싫다. 그리고 친구들이랑 그냥 놀고싶기만 하고 뭐 그러시다면 아무 것이나 열심히 노는 중에 역사 관련 서적을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소설이라도.
시대가 다르지만 역사책에는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어떤 시대를 읽느냐에 따라 왕이 나오고 신하가 나오고 농부도 어부도 나오고 중간 관리도 나오고 왈패도 나오고 도둑도 나오고 각각의 사람들이 다 나옵니다. 공부보다 노는 게 좋고 부모님 말씀이 이해도 안되고 그래서 어째야 될 지 모르겠다면(乎:의문) 역사 속 상황을 지금 현재의 삶과 비교해서 자신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생각해 보면 되지 않겠습니까. 왕처럼 살 것인지 아니면 정승이나 판서, 선비, 승려, 상인, 노비 등등 많지요. 현대사회도 대통령, 장관, 차관, 시장, 도지사, 사장, 이사, 부장, 승려, 상인, 자영업자 등등 많습니다. 누군가 몇 십년 후에 지금을 역사로 읽는다면 여러분 역시 그 중의 한 등장인물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특히 유의해야 할 것이 있는데, 가령 어떤 역사 소설을 읽는다고 가정하면 등장인물보다 더 많은 사람들(者)이 있었을 것인데 그들(者)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2021년 지금 나오는 소설에도 등장인물 100명이 나온다고 하십시다. 대한민국 인구가 100명이에요? 아니지요? 무려 5000만이나 되는데 4900만명 이상은 등장인물이 아니에요. 역사 소설에서도 마찬가지랍니다. 지금보다야 옛날이 인구가 적었다지만 3.1 운동이 일어날 때 조선의 인구는 2천만명 정도였다고 해요. 하지만 3.1 운동이 소재인 소설에 등장인물이 2000만명 아니지요? 전국적으로 수 개월에 걸쳐 3.1 운동이 계속되었다고 표현을 해도 등장 인물이 2000만은 아닌 것입니다. 산 속에 살아서 바깥 소식을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거든요. 아니면 해외에 있었거나. 이 점 유의하시면서 읽으시면 되겠습니다.
위어조자 언재호야 (謂語助者 焉哉乎也)는 천자문의 마지막 구로 알려져 있지만, 천자문이 만들어지는데 399만 몇 천년이 걸려서 만들어 진 것입니다. 인류의 시초가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라고 할 때 그렇습니다. 사람이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나요? 100년 살기도 힘들지요. 즉, 세대를 이어오면서 전승되고 기록되고 사색하고 연구하면서 완성된 것인데 아무 이름없이 스러져간 사람들(者)이 천자문을 완성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지요? 주흥사가 남겼다고 하잖아요. 종요가 지은 것이라고도 하고.
세대간 차이와 문자 사용의 양상이 달라져서 한자나 한문을 잘 공부하지 않지만 천지현황 우주홍황이라는 구절을 주흥사 시절에 살던 사람이 보았을 때는 당시 중국에서 보이는 하늘만을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하늘은 태양과 수성 금성 화성 등을 이루는 태양계와 은하계가 있고 더 큰 은하 속에 포함된 것이라는 사실을 압니다. 학교에서 배우잖아요. 고대 중국에서 보였던 하늘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하늘을 인식할 수 있는 시기입니다. 또, 옛날에는 문자(한자)를 아무에게나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옛날 중국의 문맹률이 최대 90%였던 적도 있다고 하지요? 즉 천지현황이라는 구절조차도 읽어보지 못하고 죽은 사람의 숫자가 어마어마하다는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한글을 창제하고 반포하신 세종대왕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어쨌거나 사람의 연구가 계속되면 계속될 수록 - 연구를 하려면 공부를 해야지요? - 세계도 우주도 더욱 자세하게 알려질 것입니다. 덕건명립 형단표정이나 교우투분 절마잠교나 기전파목 용군최정 등등의 천자문 구절들을 모두 중국 역사상의 인물들로 해설을 하지만 실제 그런 위인들은 전 세계의 역사에 가득하지요? 슈바이처 박사, 로빈훗, 아담 스미스, 나폴레옹, 클라우제비츠, 처칠, 율리우스 시저, 콜럼버스, 벤자멘 프랭클린, 챨리 채플린 기타 등등 기타 등등. 그러므로 보통 천자문의 마지막 구로 알려진 위어조자 언재호야 (謂語助者 焉哉乎也)는 천자문의 시작구절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천자문을 중국에 한정해서 볼 필요는 없잖아요. 천자문을 중국의 역사를 담은 것으로 생각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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