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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일야방성대곡이 왜 명문이지...ㅡㅡ?

참그놈 2021. 12. 4. 03:11

삼국사기 열전 중 최치원 부분을 보다가 토황소격문을 지었다는 곳을 보게 되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토황소격문을 지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있어서 혹시 원문을 볼 수 있나 싶어 검색을 했더니 원문이 나오네요. 그리고 알게 된 것이 토황소격문이 장지연의 시일야방성대곡이나 기미독립선언서 등과 함께 우리나라 3대 명문 중 하나라고 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토황소격문을 읽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토황소격문을 명문이라며 지금도 읽고 있다면 시일야방성대곡이나 기미독립선언서 역시 지금도 읽고 있겠네? 싶어서 시일야방성대곡도 원문을 찾아봤습니다. 무식하여 어떤 글을 명문이라 하는지 모르겠지만 토황소격문은 잘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시일야방성대곡은 왜 명문이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아래에 인용한 부분이 시일야방성대곡 전문입니다. 장지연의 행적이 시일야방성대곡을 쓴 이후 10년이 못가서 친일로 전환한다고 합니다. 장지연의 행적이 친일로 전환했다고 해서 명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뭣 때문에 명문이라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토황소격문이 우리의 3대 명문이라고 하는 것도 조금 이상하기는 하네요. 글이야 잘 쓴 것 같지만 우리 역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글도 아니고... 도무지 3대 명문이니 뭐니 하는 그런 것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요? 그나마 시일야방성대곡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단군을 역사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 정도 외에는 모르겠네요. 하지만 저 시기에 나오는 글들은 모두가 우리 역사를 최소 4000년으로 인식하고 있던 시기라 별로 특이한 것은 아니지요. 시일야방성대곡의 내용은 아! 이등(伊藤) 이 띠파새끼한테 속았다는 뭐 그런 것이잖아요. 게다가 조선인들은 바보들만 있어서 잘 속는다는 내용이고. 초두에 어리석다고 나와요. 이런게 명문이라... 뭐 더 이상 속지말자! 라는 뜻이라면 명문이기는 한가? ㅡ,.ㅡ


시일야방성대곡 전문

 

지난번 伊藤(이등) 후작이 내한했을 때에 어리석은 우리 인민들은 서로 말하기를, "후작은 평소 동양 삼국의 鼎足(정족) 안녕을 주선하겠노라 자처하던 사람인지라 오늘 내한함이 필경은 우리나라의 독립을 공고히 부식케 할 방책을 권고키 위한 것이리라" 하여 인천항에서 서울에 이르기까지 관민 상하가 환영하여 마지 않았다. 그러나 천하 일 가운데 예측키 어려운 일도 많도다. 천만 꿈밖에 5조약이 어찌하여 제출되었는가. 이 조약은 비단 우리 한국뿐만 아니라 동양 삼국이 분열을 빚어낼 조짐인즉, 그렇다면 이등 후작의 본뜻이 어디에 있었던가?

 

그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대황제 폐하의 聖意(성의)가 강경하여 거절하기를 마다하지 않았으니 조약이 성립되지 않은 것인 줄 이등 후작 스스로도 잘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슬프도다. 저 개 돼지만도 못한 소위 우리 정부의 大臣(대신)이란 자들은 자기 일신의 영달과 이익이나 바라면서 위협에 겁먹어 머뭇대거나 벌벌 떨며 나라를 팔아먹는 도적이 되기를 감수했던 것이다. , 4000년의 강토와 500년의 사직을 남에게 들어 바치고, 2000만 生靈(생령)들로 하여금 남의 노예 되게 하였으니, 저 개 돼지보다 못한 외무대신 朴齊純(박제순)과 각 대신들이야 깊이 꾸짖을 것도 없다 하지만 명색이 參政(참정)대신이란 자는 정부의 수석임에도 단지 否()자로써 책임을 면하여 이름거리나 장만하려 했더란 말이냐.

 

金淸陰(김청음)처럼 통곡하여 문서를 찢지도 못했고, 鄭桐溪(정동계)처럼 배를 가르지도 못해 그저 살아남고자 했으니 그 무슨 면목으로 강경하신 황제 폐하를 뵈올 것이며, 그 무슨 면목으로 2000만 동포와 얼굴을 맞댈 것인가.

 

! 원통한지고, ! 분한지고. 우리 2000만 동포여, 노예된 동포여! 살았는가, 죽었는가? 檀箕(단군기자) 이래 4000년 국민정신이 하룻밤 사이에 홀연 망하고 말 것인가. 원통하고 원통하다. 동포여! 동포여!


 

최남선의 기미독립선언서는 우리에게 엄연한 자주적인 역사와 문화가 있었다는 내용이기는 하나 외침을 당한 시기에 나온 글이므로 내용은 옳은 것 같지만 딱히 명문이라 칭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 보다는 BTS가 수화로 노래한 것이 명문이라면 명문 아닐까요? 아무리 노래가사라도. 뭐 어떤 글을 명문이라고 하는지 모르는 무식한 놈이 생각할 때 그렇다는 것이지 세간에서 3대 명문이라고 한다면 뭐 그런가보지요. 그렇다고 누군가 어떤 글을 두고 "명문"이다라고 평가한다고 해서 덩달아 명문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니겠어요.

 

한 가지, 시일야방성대곡이나 기미독립선언서나 모두 우리 역사를 단기(檀紀)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시일야방성대곡에서는 4000년 역사, 기미독립선언서에는 단기 4252년으로 표시하고 있지요.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국사교과서에서는 BC2333년에 단군이 고조선을 건국하였다 라는 문장 외에는 단군이나 고조선에 관한 내용이 거의 없지요? 그나마 단군이 신화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만 사학계에 그득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그 분들만이 제대로 돈 학자라고 하기도 하고... ㅋ  아으~ 노예된 동포여! 또, 노예된 학자들이여! 이미 다들 뒈졌는가?  이러면서 어느 분이 또 글을 한 번 쓰시려나?

 

제가 생각하는 명문 중 으뜸은 훈민정음 서문입니다. 한글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역대 중국의 문맹률이 최대 90%에 달했다고 합니다. 2021년 지금도 중국의 문맹률은 상당히 높다고 하더라고요. 비단 중국 뿐만이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등에도 문맹률이 꽤 된다고 합니다. 서구는 모르겠지만 동양에서는 원래 문자를 아무에게나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훈민정음 서문은 놀라운 글이지요. 중국과 달리 고려 시대에는 가난한 집에도 책이 있고 글을 모르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다고 하고 구한말 당시 우리나라를 들렀던 외국인들 눈에도 한국인들은 책을 읽더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문맹률 역시 한 때는 상당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문맹률이 거의 0%지요? 그런 나라가 있나요?

 

... 어린 백셩이 니르고져 홇배 이셔도 마참내 제 뜨들 시러펴지 못할 놈이 하니라. 내 이를 위하여 어여삐 너겨 새로 스물여덟자를 맹가노니... (이하 생략)

 

그럼에도 나훈아가 노래합니다.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 세사앙~~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하고 반포하셨는데도 야동근(夜動劤)이라는 노래가 아무렇지 않게 불려졌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도 그 노래 불려지고 있나요? 나훈아는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았다지만 현재 우리는 속는지 안속는지도 모르는채 야마떼~~ 기모치~~ 이러면서 그 노래 부르는 사람들 있었잖아요. 한일 해저터널 뚫어야 한다면서 공약하는 정치인도 있고, 호남 지역의 고분들을 일본서기에 나오는 지명을 붙여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신청 한다고도 하고... ㅋ  뭐 물론 야동 몇 편 본다고 해서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일본과 공조해야 하는 부분도 있겠지요. 하지만, 야동근 이라는 노래가 너무 자연스럽게 불려지고, 한일 해저터널을 뚫는 것이 좋은 일이라며 공약하고, 일본서기에 나오는 지명으로 가야고분을 이름 붙여서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하는 일부 역사학자(?)들의 태도는 어패가 있는 것 아닐까요? 그래서 시일야방성대곡 말미에 노예된 동포여! 살았는가, 죽었는가? 라고 썼을까요 ? ㅡ,.ㅡ

 

또 하나의 명문을 꼽으라면 여수장우중문시를 꼽겠습니다. 말이 좋아 100만 대군이지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면 100만 대군과 싸우는 일이 그게 간단한 일이었겠습니까. 그럼에도 그대의 책략은 하늘에 닿았느니... 어쩌고 하면서 우중문에게 한 편 시를 쓸 수 있었다는 것은 을지문덕 장군은 이기는 싸움을 했다는 뜻입니다. 즉, 이미 100만 대군을 이긴 상황이지요. 어쩌다 강이식 장군이 1만 병력으로 수나라를 선제공격한 것이 큰 싸움으로 번지긴 했으나 역대 우리 역사에 있던 우리의 선조들이 침략전쟁을 선호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즉, 여수장우중문시는 자주국방에 대한 전략적 우위를 자신할 수 있었다는 것을 상징하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거란이 세 번에 걸쳐 고려를 침공했을 때 서희가 소손녕을 만나 담판을 지었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하지만 그 내용이 어떤지 전해지지는 않는 것으로 압니다. 만약이지만 그 당시의 외교문서 등이 전해지고 있어서 기록이 남아있었다면 꼭 구해서 읽어봤을 것입니다. 손자병법을 읽어보지는 못하였지만 병법서 중에 으뜸이라 한다는 손자병법에도 전쟁을 권장하지 않는 것으로 압니다. 손자병법이 전쟁을 권하는 책이었다면 병법서 중에 으뜸이라는 평가를 받지도 못했겠지요. 군사적 외침을 외교적으로 해결했다는 관점에서 해당 기록이 남아있어서 전승되고 있었다면 누구나 할 것 없이 명문으로 여겼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그 외 어떤 분들은 천부경을 세계 으뜸의 경전이라고 하기도 하고 삼일신고를 말씀하시기도 하지만, 저는 무식하고 무지하여 그런 고차원적인 내용을 알아먹을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서 말을 못하겠네요. 혹시 삼일신고 천훈(天訓)을 읽어보셨나요? 천자문에 하늘이 검다고 나오거나, 하늘은 위에 있어서 별들이 달려 있다는 둥 하는 내용은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 창창비천 현현비천 무형질 무단예 무상하사방...(이하 생략, 한자도 생략) 이라고 되어 있는 것을 이해해 보려니 힘들더군요. 그런데 하늘(天)에 대해서 삼일신고 천훈(天訓)처럼 그렇게 설명하는 곳은 또 보지도 못한 것 같습니다. 푸르고 푸른 것이 하늘이 아니며 검고 검은 것 역시 하늘이 아니다... (이하 생략)

 

 

뭐 살면서 책이나 글을 거의 읽은 것도 없으면서 이런 내용을 포스트하려니 어불성설이기는 하지만, 이순신 장군을 모르는 분은 한국인 중에 없지요. 그러나,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 명량해전, 노량해전 등 대표적인 해전 몇 가지만 아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순신 장군에 관한 책을 쓸 정도로 자세히 알게 계신 분들도 계십니다. 가령, 이충무공 전서난중일기 같은...  적게 아는 사람이나 많이 아는 분들이나 공통으로 알고 있는 것은 이순신 장군입니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 명문이라고 한다면 공부도 열심히 한 적 없고 읽은 것도 거의 없으면서 훈민정은 서문이나 여수장우중문시 등을 명문으로 생각할 수는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여러분들은 어떤 글이 명문이라고 생각하세요?

 

 

 

최근에 무오 독립 선언서를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2022년 4월) 기미 독립 선언서 외에 무오 독립 선언서, 2.8 독립 선언 등 여러 가지 독립 선언에 관한 글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시대적 상황에 따른 글이므로 그 내용들이 모두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기미 독립 선언서 외에 무오 독립선언서나 2.8 독립 선언문의 원문을 찾아 보려 한 적은 없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무오 독립 선언서를 읽어 보게 되었는데, 혹시 기미 독립 선언서를 지금도 읽고 계신 분들이라면 무오 독립 선언서 역시 반드시 함께 읽어보시길 권하겠습니다.